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예박사 학위 수여자 50.7%가 정·관·재계 인사…고 정주영씨 최다 수여

 
지난해 9월 열린우리당 유기홍·최재성 의원이 공동으로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백8개 대학이 60여년 동안 수여한 명예박사 학위는 3천7백3개에 이른다.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3천7백3명 가운데 국내 수여자는 1천6백7명이다.

명예박사 학위는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1986~1995년에 4백21명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데 비해 1996~2004년 1천2백여 명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 이후 명예박사 학위를 정부가 통제하다가 1994년부터 대학 자율로 돌아가면서 급증했다.

각 대학들은 총장과 이사장이 추천한 인사를 대학원 위원회가 심사해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결정한다. 해당 학과 교수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명예박사 학위를 가장 많이 수여한 대학은 경희대학교(2백9명)였다. 그 다음 한양대(1백94명), 중앙대(1백70명), 연세대(1백53명), 고려대(1백33명)이다. 대학들은 대개 ‘학술과 문화 발전에 공헌하였거나 인류 문화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나타낸 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직업이나 경력 파악이 가능한 국내 수여자 1천4백21명을 분석해 보면, 직업별 편중 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교육계 인사(30.6%)가 가장 많다. 다음은 경제계 인사(27.4%), 정·관계 인사(23.3%)이다. 정·관계 인사와 경제계 인사를 합하면 50.7%로 명예학위 수여자의 절반을 넘는다. 한마디로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주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셈이다.

고려대, 김형욱·김우중  씨에게도 수여

국내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다. 정회장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충남대 한국체대 등 7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생존해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많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이다. 공주대 광주대 동의대 명지대 중앙대 홍익대로부터 학위를 받았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과 민관식 전 문교부장관도 ‘단골 명예박사’로 각각 학위를 5개씩 가지고 있다. 

이번에 이건희 삼성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던 고려대학교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자 현황을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그동안 송 자·김병수·김우식 등 연세대 총장과 재단이사장 등 8명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다. 또 연세대도 김준엽·홍일식·김정배 등 고대 전임 총장 등 8명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어왔다. 두 사학이 ‘명예박사 교류’를 해온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김우중 전 대우 회장, 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고려대학교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서울대학교는 최근까지 1백1명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는데, 거의 대부분 외국인이다. 한국인으로 서울대 명예박사를 받은 사람은 이승만 전 대통령, 이희승 전 서울대 대학원장, 조백현 전 서울대 교수, 이태규 전 미국 유타 대학 교수, 김수환 전 추기경, 이건희 삼성 회장뿐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