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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뮤지컬·오페라·콘서트 잇달아 개막…‘대마불사’ 신화 이어질지 관심

 
경기 불황으로 움츠렸던 공연계가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 무대에 오를 공연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더 크게, 더 비싸게, 더 화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껏 덩지를 키운 대형 뮤지컬·오페라·콘서트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공연기획자들이 이처럼 큰 무대를 준비하는 것은 공연계에 자리 잡힌 ‘대마불사’ 신화 때문이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대형 오페라와 대형 뮤지컬, 대형 콘서트가 연이어 성공하자 기획자들은 더욱 대형 공연에 집착하게 되었다. 특히 영화 쪽에 몰렸던 엔터테인먼트 펀드들도 공연계로 유입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커졌다.

 
대형화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뮤지컬이다. 얼마 전 공연 투자에 뛰어든 CJ엔터테인먼트가 <맘마미아>의 성공으로 수익을 거두자 엔터테인먼트 펀드들이 속속 뛰어들었다. 특히 올해 초 대형 뮤지컬 계보를 이은 <노트르담 드 파리>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다.

오페라는 양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진화

뮤지컬계의 지존으로 군림했던 제미로가 <오페라의 유령><캣츠><미녀와 야수>의 연 이은 성공으로 모기업인 오리온그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올 여름 <오페라의 유령>(6월10일~8월3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투어 공연을 유치한 설앤컴퍼니와 <아이다>(8월27일부터, LG아트센터)의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는 신시뮤지컬 컴퍼니, 그리고 ‘뮤지컬 열전’을 진행하고 있는 오디뮤지컬 컴퍼니가 제미로와 함께 4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공연 투자사는 오리온그룹의 빈자리를 라이벌 기업인 CJ그룹이 채우고 있다. <맘마미아>로 기분 좋게 신고식을 치른 CJ엔터테인먼트는 <오페라의 유령><아이다> 등에 투자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KTB네트워크와 미시간 벤처캐피탈 등 투자사들이 공연 시장에 참전하고 있는데, 특히 미시간 벤처캐피탈은 제미로의 ‘백기사’로 나서 그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연계에 돈이 몰리고 있지만 창작 뮤지컬 제작자들은 아직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수입 공연에만 투자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올해 창작 뮤지컬 중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4월23일~5월8일)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한 달여 동안 오르는 <불의 검>(9월19일~10월23일) 정도가 대형 공연으로 제작 중이다.

제작비 펀딩과 배우 캐스팅, 마케팅 등에서 절대적인 열세이지만 창작 공연의 성공은 파괴력이 크다. 로열티 부담이 없어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화마케팅센터 김우정 대표는 “제2의 <명성황후>가 나오면 공연제작자 대부분이 수입에서 창작으로 바로 유턴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태권도를 소재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 <더 문>의 제작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뮤지컬에 비해 오페라는 다소 차분한 편이다. <아이다><카르멘><라보엠> 등의 대형 야외 오페라가 연이어 실패한 이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참신한 시도가 많아 오페라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독일 오페라가 강세다. 국립오페라단이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올린 데 이어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rps의 반지>(9월24~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가 올 가을 한국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한국바그너협회 회장인 음악 평론가 한상우씨는 “<니벨룽rps의 반지> 4부작 시리즈는 공연 시간이 총 16시간에 이른다. 이번 공연은 대단한 모험이지만 한국 오페라 관람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투란도트>로 대형 야외 오페라 시대를 열었던 한강오페라단의 박현준 단장은 올해 <투란도트>(5월14~28일) 실내 공연을 준비 중이다. 박단장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투란도트>는 오페라로서는 이례적으로 15회 장기 공연된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오페라도 장기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투란도트> 공연에는 2003년 무대의 주역인 조반나 카솔라·니콜라 마르티누치 등이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올해 야외 무대의 주역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펼친 데 이어 올해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5월13~15일)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코리아 판타지> 공연을 갖는다. 기획사 관계자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팝가수와 협연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이번 공연에는 GOD·동방신기·윤도현밴드와 같은 한국의 대중 가수와 국악인 김영임씨와 협연한다”라고 말했다.

 
<헤드윅> 등 실속 있는 뮤지컬도 줄줄이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을 추진하고 있는 금호문화재단은 지난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초청한 데 이어 올해는 NHK교향악단(5월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6월6일/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를 초청할 예정이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0월18일/2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7일/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하반기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대중 가수들도 ‘따로 또 같이’ 대형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7080 열풍으로 중장년 시장이 커지면서 산울림(5월28일, 장충체육관)과 김수철(4월22,23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은 대형 단독 무대를 열 예정이다. 반면 시장이 위축된 트로트 계열은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패티김·이미자·조영남 세 원로가수가 <빅3 콘서트, 공감>(5월7,8일,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 함께 나선다.

 
대형 공연들이 줄지어 무대에 오르지만, 공연 평론가들은 대작들의 허장성세에 너무 휘둘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뮤지컬의 경우, 조승우 신드롬의 신화를 이어가는 <헤드윅>(4월12일~6월26일, 대학로 라이브극장), 인기 뮤지컬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그리스>(5월23일~8월7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쟁쟁한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연하는 <아가씨와 건달들>(5월1일까지, 팝콘하우스)이 실속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뮤지컬처럼 인기 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연극에서도 조용한 용틀임이 일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연극 작품은 국립극단의 <떼도적>(4월29일~5월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다. 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고 장민호·신구 등 원로 배우가 출연하는 <떼도적>은 6월에 있을 쉴러 국제 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다.  한국 무용 팬들이 유달리 ‘편애’하는 메튜 본과 피나 바우시도 올해 서울을 다시 찾는다. 2003년 97%의 경이적인 티켓 판매율을 보였던 메튜 본의 <백조의 호수>(5월10~29일, LG아트센터)에 이어 세계 도시 연작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 피나 바우시는 서울편을 세계 초연(6월22~26일, LG아트센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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