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스포츠클럽 ‘반트’ 탐방
많은 사람에게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는 별천지나 다름없다. 건물의 높디높은
층수(42~66층)도 별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곳 사람들의 운동 방식은
어떨까.
타워팰리스는 ‘원스톱 리빙 라이프 시스템’을 운영한다. 따라서 연회장이나 게스트룸, 독서실 같은 공동 시설이 적지 않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거의 모든 일을 실내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34층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헬스클럽도 그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곳은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 때문에 ‘별천지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지 감을 잡기란 쉽지가 않다.
다행히
그들의 운동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타워팰리스 단지 내에 있는 반트(VAN TT)가 그곳이다. 지난해 6월에 문을 연 반트는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최상의 스포츠클럽이다. 반트의 홍보 문구(‘정상에 계신 소수에게 허락된 커뮤니티’)처럼 현재 이곳에는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회원 3천1백 명이 드나들고 있다. 그 가운데 타워팰리스 입주자는 약 1천4백 명.
모든 시설이 특급 호텔
수준이다 보니 지난해 초 반트 회원을 모집할 때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가입비가 3천만 원, 연회비가 2백14만원이나 되었는데도 모집
공고를 낸 지 이틀 만에 신청자가 구름처럼 몰려온 것이다. 결국 반트는 우리나라 스포츠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회원 추첨을 해야 했고, 그 결과
3천여 명이 행운을 차지했다. 반트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차영기 팀장은 “우리나라 최고 시설에 너른 공간, 선진화된 운영 프로그램 그리고 깨끗한
공기 덕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트 공사 전에 ‘하와이 공기를 퍼다 놓은 것처럼 만들라’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트 빌딩은 겉으로 보기에 항공모함을
연상시킨다. 실내도 마찬가지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넓어 보이지 않는데, 실내에 들어서자 2층에서 7층까지 운동 시설이 빼곡했다. 2층에는
호텔 로비를 옮겨다놓은 듯한 라운지와 수영장이 있었고, 13m에 높이의 인공암벽이 버티고 있었다. 수영장은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인지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단순했다. 그러나 볼수록 고상하고 화사한 느낌이 들었다. 벽에 거는 시계, 쓰레기통 같은 소품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은
덕이었다. 수영장 물도 조금 별스러웠는데, 인체와 염도가 같은 인공 해수를 쓰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양승철 주임은 “소금물을 쓰면
피부 손상과 탈모가 예방 된다”라고 말했다.
수영장 한쪽, 통유리를 통해 햇볕이 비쳐드는 곳에 색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근력 운동 기기 10여 개가 반쯤 물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일명 '아쿠아 메딕 풀'(Aqua Medic Pool). 물속에서
근력 운동을 하는 아쿠아 메딕 풀의 장점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부력 덕에 몸이 불편한 사람도 비교적 가볍게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다.
균형력·유연성 등도 훨씬 좋아져, 지상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서너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수압으로 전신의 혈액 순환이 촉진되어 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장점이 있다.
반대편에 있는 ‘아쿠아 마사지 풀’도 눈길을 끈다. 일반 사우나나 찜질방에서도
볼 수 있는 시설이었으나 수력(水力)은 달라 보였다. 펑펑 쏟아져 나오는 기포와 수류(水流), 폭포수 들을 몸으로 맞으면 지압·마사지·근육 이완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 비만 치료, 근육통·요통 완화는 부수적인 효과. “아쿠아 메딕 풀과 마사지 풀은 허리 통증이나
오십견이 있는 사람과 아름다운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유용하다”라고 차영기 팀장은 말했다.
인공암벽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가팔랐다. 제대로 교육만 받으면 굳이 산으로 나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인공암벽은 손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근육을 다 쓰는
운동. 따라서 전신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힘든 운동인 탓인지 인공암벽을 오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3층에는 스파 시설이 있었는데 다른 시설에 비해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벤트탕·온탕·버블탕·냉탕·습식사우나·전신안마탕·족탕 같은 시설은 일반 사우나와 비슷했지만, 부대시설은 그야말로 ‘럭셔리’했다. 우선 샤워
시설. 여탕의 경우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투명한 유리로 샤워 부스를 꾸며 놓았다.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는 파우더 룸은 마치 고급 미용실
같았다. 20여 개의 고급 테이블에는 기초 화장품이 놓여 있어서, 각자 편안히 몸을 가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텔레비전과 잡지를 보며 차를
한잔할 수 있는 휴게실 역시 호텔 라운지처럼 고적하고 고상한 느낌을
주었다.
한쪽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운동처방실에는 독특하게도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다. 간호사의 주된 업무는 원하는 고객의 체지방·폐활량·유연성 등 8가지 기초 체력 검사를 한 뒤, 그 사람에게 부족한 체력적 요인을 자세히 알려준다. 몸에 이상이 생긴 고객을 응급조처하는 것도 주된 임무. 에어로빅실에서는 요가·국선도·필라테스 등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이 쉴 새 없이 반복된다.
짐에는 모두 16명의 코치가 있는데, 이들은 ‘퍼스널 트레이닝’ 시스템에 따라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1대1 운동 지도를 나선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구는 암바이크와, 일립티컬 트레이너, 종합근력운동기구, 트레드밀. 암바이크는 손으로 페달을 돌리는 기구로 국내에 흔치 않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거나 다리 힘이 없는 사람이 근력을 키우는 데 유용하다. 일립티컬 트레이너 역시 무릎 관절이 안 좋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기구인데, 발판이 지상에서 20cm 정도 떨어져서 마치 하늘을 걷듯이 운동한다. 종합근력운동기구(FT360, CYBEX)는 국내에 단 한 대뿐이다. 온몸의 근육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기구여서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각 트레드밀에는 2대의 소형 선풍기가 내장되어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대형 골프장은 5층에서 7층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 시설은 비회원도 이용할 수 있는데, 비거리 80야드(1야드는 91.44cm) 39타석, 30야드 9타석 등 모두 48타석을 갖추고 있었다. 100평 규모의 퍼팅 그린은 숏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넓고 쾌적했다. 6층에 자리 잡은 골프 클릭닉실에서는 초보 골퍼의 자세를 교정해준다. 스윙 분석 시스템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 결과에 따라 문제점을 지도해주는 것이다. 그 바로 옆의 벙커 연습장은 실제 모래 언덕을 만들어,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화려하고 고급한 시설이 운동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차영기 팀장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시설도 시설이지만, 반트의 가장 큰 장점은 호텔 수준의 차별화된 서비스와 선진화된 운동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편안하고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늘면 늘수록, 그만큼 운동을 통해 얻는 기쁨과 건강 체력도 늘어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 일반인들에게 그같은 시설은 멀리 있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