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법정 스님의 법문은 쉽고 간결하다. 불교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들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스님은 정신적인 깊이와 생명 사상을 담아
조용하면서도 힘 있게, 논리적으로 설법한다.
강원도 산골에서 수행하는 그가 지난 2월23일 동안거(스님들이 음력 10월15일부터 이듬해
1월15일까지 두문불출하며 참선 수행을 하는 것) 해제일을 맞아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설법했다. 5백여 신도가 극락전 법당을 가득 채운 데서
진행된 법회에서 스님은 “동안거 기간에 일어난 가장 놀랍고 두려웠던 일이 전지구적인 재난인 지질 해일(쓰나미)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가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지구는 흙이나 돌덩어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답을
제시했다. “인간이 탐욕스럽게 굴면 지구가 몇 개 있어도 모자란다. 인간은 더 크고 많은 것을 원한다. 마치 물 속에 있으면서도 목말라 하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나 혼자 세상을 살 수 없다. 우리는 지구의 자식들이다. 덜 쓰고 덜
버리면서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라.”
스님은 또 불행이란 물질 결핍이나 신체의 결함에 있지 않다며 과거를 묻지 말라고
말했다. 과거에 갇혀서 헤어날 줄 모르는 것이 불행이라며 일단 지나가면 매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맺음과 맺힘을 풀어야 부자유에서 벗어나 꽃피고
새 우는 새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