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식축구 선수들, 체질량지수 일반인 2배…고혈압·수면중무호흡증 많이 앓아

올해도 어김없이 지구상에서 가장 떠들썩한 스포츠쇼 프로 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이 열려 신흥 명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꺾고 2년 연속 우승했다.

 
거구의 선수들이 벌이는 격렬한 몸싸움은 원초적 희열을 자아낸다. 하지만 터질 듯 실룩거리는 살집이 가히 보기 좋지만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학협회저널>(2005년 3월호)은 미식축구 선수들의 비만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03~2004 시즌 NFL 공식 홈페이지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 2천1백68명의 체질량지수(BMI)를 산출한 결과, 절반 이상이 비만으로 나타난 것이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누어 얻은 값으로, 18.5~24.9면 정상, 25~29.9는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된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와 키만 고려하기 때문에 체지방률이 극히 낮고 근육이 발달한 보디빌더도 비만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허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오히려 복부 지방 측정이 고혈압·혈당·콜레스테롤 같은 심장병 위험 요소들을 더 잘 지적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사람에게는 하체 비만보다 상체 복부 비만이 흔한데, 실제 복부 지방이 많아 허리가 굵은 ‘사과 체형’의 사람이 엉덩이와 허벅지가 집중적으로 살찐 ‘서양배 체형’ 사람에 비해 당뇨병이나 유방암 등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체질량지수는 훌륭한 건강의 척도다. 25 이상인 사람은 고혈압·심장병·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미국의학협회저널> 통계에 따르면, NFL 선수 중 97%가 체질량지수 25 이상, 56%가 30 이상이었다. 1999~2002년에 이루어진 조사에서 미국의 20~39세 남성 중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사람의 비율이 23% 정도인 데 비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흥미로운 점은 체질량지수가 팀 순위나 선수들 연령과 연관성이 없지만, 팀내 포지션과는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

포지션 따라 체질량지수 제각각

평균적으로 디펜시브백, 특히 코너백이 가장 날씬하고(26.8) 가드들이 가장 뚱뚱했다(38.2). 코너백은 공을 들고 전진하는 상대 공격수를 재빨리 차단하는 수비의 최후 보루에 해당한다. 날렵한 대처 능력이 필수인 포지션이다. 반면 가드는 열을 지어 상대팀과 최전방에서 대치하는 라인맨으로, 이들이 밀리면 점수를 내주기 십상이다. 당연히 가공할 힘과 덩지로 상대 선수를 압박하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맡은 역할이 다르니 체질량지수에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참고로 팀 별로는 애리조나 카디널스 팀(평균 32.2)이 가장 높게, 테네시 타이탄스 팀(평균 30.5)이 가장 낮게 조사되었지만 이들 역시 비만인 것은 마찬가지다.

연구진은 선수들의 체질량지수가 높게 나온 까닭이 근육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보았다. 경기 특성상 덩지를 키우고 살을 찌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몸무게가 100kg을 가뿐히 넘어가는 미식축구 선수들이 대표적인 비만 관련 증세인 ‘고혈압’과 ‘수면중무호흡증’을 많이 앓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일리 있는 해석이다. 그들이 누리는 인기와 부의 이면에는 몸집을 불려야 하는 애환과 비만의 후유증이 도사리고 있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