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벌목 기업들, 무차별 청부 살인…원주민 생존권 위협 ‘심각’
아마존 밀림이 뜨거워지고 있다. 온난화 현상 때문이 아니다. 설 땅을 잃고 밀림에서 쫓기는 인디언
후예들의 통한 때문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무차별한 밀림 개발로 인해 인디언들은 생존 기반을 잃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마존 밀림은 각종 범죄 조직이 지배하는 무법천지다. 자신의 무지와 범죄자들의 총기 앞에서 ‘태양의
후예’들은 범죄 조직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일정한 직업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이들은 일시적으로 농장에서 일하거나 ‘코카델로’(코카인 추수
노동자)가 된다. 하지만 이들은 노예나 다름없다. 콜롬비아의 경우, 게릴라 조직들이 서로 반목하면 희생양은 으레 이들이 된다. 게릴라 조직의
경제 기반이 되는 마약 재배가 대부분 이들의 노동력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은
워낙 쌓인 원한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울분은 종종 흉포한 폭력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페루에서는 인디언 후예들이 공금 유용 혐의를 받고 있던
읍장을 전봇대에 매달아 죽인 사건이 있었다. 또 다른 밀림 지역에서는 중앙 정부의 행정관을 주민들이 불태워 죽인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브라질 북부 파라 주의 아마존 밀림 지역에서 발생한 미국인 수녀 살해 사건만큼 남미
전체를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린 일은 없다. 당시 숨진 미국인 수녀 도로시 스탱(74)은 지난 24년간 아마존 지역의 환경 보호와 인디언 농부의
권익 신장에 헌신해온 존경받는 카톨릭 선교 수녀였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주민 9천명 남짓한 아마존 밀림의 작은 마을
벨렘이었다. 숨질 당시 도로시 수녀는 목재업자들의 밀림 불법 개발에 항거해 주민과 함께 투쟁 중이었는데, 한 괴한이 발사한 총알 9발을 맞고
즉사했다. 이 사건 직후 같은 주에서 농민 지도자 3명이 또 살해되었다.
밀림을 끼고 있는
아마존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농민지도자나 종교인·환경운동가 들이 경제적 이익에 눈이 먼 기업인들의 사주에 의한 청부 살인의 표적이 되어 왔다.
도로시 스탱 수녀 살인 사건도 이와 비슷한 청부 살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정부를 위협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룰라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병력 2천명을 투입해 일부 적법한 개발 농지를 비롯해
8백20만ha를 환경 보호 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명분을 내걸어 강제 수용했다.
“갈등은 총으로 해결, 불법은 밀림에 묻혀”
문제는 사건이 일어난 파라 주가 온갖 이권과 범죄가 뒤엉킨, 브라질 안에서도 치안이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 자신이 검은 조직의 ‘살해 명단’에 올라 있을 확률이 높은 파라 주 농업노동자연맹 대표 소우사
카르발오는 “파라 주는 38구경, 765구경, 이도 아니면 카라비나 총이 지배하는 주다”라고 말했다.
파라 주는 마약과 무기 밀매, 불법 벌목, 탈세와 부정, 범죄 조직간 반목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같은
갈등은 예외 없이 무력으로 해결된다. 또 모든 불법 행위는 우거진 밀림 속에 묻혀버린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조사에 따르면, 전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23개월 사이 이 지역에서 살해 사건이 44건이나 발생했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집권한 뒤 같은 기간
희생자 숫자는 59명으로 늘어났다.
폭력을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존 열대림 난개발과
깊은 연관이 있다. 난개발로 밀림 파괴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작지를 넓히려는 것이다. 동물 사육이나 콩을 포함한 각종 곡물
경작용 토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작지가 밀림을 잠식해 들어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과정에서 수익성이 높은 원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밀림에서 나는 원목은 고가로 해외에 수출된다. “1998년 파라 주의 벌목장은 여덟 곳이었지만, 지금은 34개로 늘었다.” 브라질
역사학자 이시도로 레베르스의 말이다.
밀림이 무법 지대화하는 직접적인 계기는 벌목을 둘러싼
진통에서 비롯했다. 정부가 아마존 밀림 보존을 위해 개발 허가를 취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하자 기업들은 도로와 물길을 막고 조직적으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서면, 기업은 ‘개발 허가가 난 토지를 원주민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원주민을 내쫓았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움직임에 대항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제거’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때 기업의 사주를 받아 청부 살인을 자행하는 장본인이 다름아닌
밀림에서 내쫓기는 원주민들 자신이라는 것이다.
살인 청부 가격, 4천~2만
달러
폭력의 먹이 사슬은 구조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기업들은 관리들에게
뇌물을 먹여 가짜 토지 문서에 대한 증명을 받고, 이렇게 해서 손아귀에 쥔 토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폭력 조직을 이용한다. ‘불편한 인물’을
제거하기 위해 무려 30명 가까이 직업 총잡이를 고용한 농장주가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한
일간지는 이들 사이에 통용되는 살인 청부 가격까지 폭로했다. 즉 신부나 무농지 그룹(보통 ‘신 티에라’로 부름)의 지도자·지역 정치가의 경우는
미화 7천5백 달러, 지역 시의원급은 6천 달러, 노조 지도자는 4천 달러라는 것이다. 브라질 수사 당국은 미국인 수녀 도로시 스탱의 경우, 약
2만 달러를 청부업자에게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랜 환경보호운동 경력이나 지명도에 비추어보았을 때, 청부 살해 비용이 그 정도는
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금 아마존 지역은 환경 파괴 현장일 뿐 아니라, 이보다 더
심각한 인권과 인간성 파괴의 현장이기도 하다. 환경 파괴로 야생 동식물이 사라지는 것쯤은 인디언 원주민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해 보호가 절박한 대상은 다름아닌 원주민들 자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