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빗 2005’에 융·복합 기술 제품 ‘만개’…디자인 혁명도 가속화
‘당신은 미래를 볼 수 있는가?’ 체빗2005가 전세계 사람들에게 도발적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정보통신산업(ICT)이 창조하는 미래의 생활상을 미리 보려면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체빗2005를 찾으라는 것이다.
일본 하마는 담뱃갑만 하고 무게는 1백35g에 불과하지만 20GB 저장 용량을 갖춘 휴대용
컴퓨터(Mobile DataSafe On-The-Go)를 출품해 PC의 개념을 바꾸고 있고, 지멘스는 PC와 연결하면 무료 통화가 가능한 인터넷
음성 전송(VoIP) 시스템을 내놓아 전세계 전화 사업자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다. 앞으로 1~2년 안에 목걸이 펜던트보다 작은 복합기기를 통해
대화하고 놀고 일하는 세상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체빗2005에서 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영역은 기반 기술(Business Process)이다.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전세계에 흩어진 자원을 조직하고 통합해 개발·생산·판매·서비스
부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공유한다. 뛰어난 정보 통신 시스템은 정보 흐름과 물류를 최적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정보
통신 아웃소싱 시장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솔루션을 개발하지 못한 기업들은 전문 정보 통신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정보 통신 분야 아웃소싱 시장은 해마다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액세서리 같은 멀티미디어 기기 ‘봇물’
체빗2005에 참가한 관람객이나 업체 관계자들은 컨버전스 흐름이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것을 목격했다.
휴대전화·디지털 카메라·멀티미디어 플레이어·대용량 저장장치·캠코더가 융합한 컨버전스 제품이 전시 부스를 가득 메웠다. 영국에 본사를 둔 정보
통신 분야 컨설팅 기관인 오범의 이든 졸러 수석연구원은 “체빗2005에서 쏟아진 정보 통신 제품들이 개념 차원에서 논의되던 컨버전스를
현실화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들이 쉴새없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컨버전스는 디지털
기기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기존 유·무선 통신망이 인터넷과 융합하면서 통신 기반이 확장되었다. 컨버전스 망을 기반으로 텔레매틱스나
자동항법장치(내비게이션)가 물류와 수송 장비, 공장 자동화와 보건·의료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홈네트워킹 분야도 네트워크 융합의 산물이다. 오범의
분석가 마크 마틴은 “홈데이터 네트워킹, 오락 네트워킹, 홈오토메이션으로 구분되는 홈네트워킹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접속을 공유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무선 통신을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광대역 통합망과 함께 고속 성장하고
있다.
정보 통신 소비자들은 성능과 안정성 못지 않게 제품 디자인에 주목한다. 마리안 홀름룬트
노키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휴대전화 사업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경쟁이다.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사용 편이성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한다”라고 말했다. 체빗2005 참가 업체들은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을 출품했다. 페라리나 포르셰 디자인이 IT제품에 도입되었는가 하면
액세서리와 구분되지 않은 멀티미디어 기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