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미츠 페어런츠 2
연출 : 제이 로치
출연:로버트 드니로, 더스틴 호프만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영화는, 흔히 연애의 어려움을 말한다. 사랑에 빠지기가 얼마나 힘들고, 연애를 시작한 후에는 그것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하지만 연애보다 힘든 것이 결혼 아닐까.
어쨌거나 연애는 두 사람 사이의 일이고, 어떤 위험한 사건들도 두 사람의 열정과 노력에
의해서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은 그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집안의 만남이고, 전혀 다르게 살아온 두 집안이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다.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집안의 만남에는 존재한다. 2000년에 나온 <미트 페어런츠>가 대성공을 거둔
이유는, 여전히 봉건의 잔재가 굳건한 한국만이 아니라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결혼의 전제 조건은 동일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명배우들의 명연기
보는 재미 '쏠쏠'
<미트 페어런츠>는 사랑하는 여인의 부모를 만나러 간 남자의 수난극이었다.
하필이면 장인어른은 보수적이고 완고한 것을 넘어선, 전직 중앙정보국 요원이었다. 그런 장인이, 직업은 간호사이고 성이 포커스(치명적인 욕과
발음이 거의 비슷한)인 그 남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
게다가 장인이 아끼는 고양이를 위험에 빠뜨리고, 불을 내고, 온갖
사고를 내는 남자를. <미트 페어런츠>의 매력은 바로 그것이었다. 관객이 보기에도 그렉 포커스는 별 볼일 없는 남자다. 얼굴도,
직업도, 성격도 그저 그렇다. 하지만 오로지 팸을 사랑한다는 일념으로, 장인이 그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로 신세대 코미디의 얼굴이 된 벤 스틸러와, 정통파 배우에서
<미트 페어런츠>와 <애널라이즈 디스>로 코미디 연기에 맛을 붙인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 앙상블도 환상적이었다. 거기에
<오스틴 파워>로 코미디의 제왕이 된 제이 로치 감독까지 결합했다. <미트 페어런츠>는 약간 지저분하고 속되면서도 감동적인
가족 코미디의 걸작으로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속편이다. 성공한 영화에게는 속편이 필요하고, 속편은 대체로 전편의 영광을 훼손한다. 다행히도 <미트 페어런츠 2>는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개봉 첫 주에만 4천6백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북미에서의 총수익은 2억7천만 달러에 달한다. 전편의 팬이었다면, 당연히 후편을
보러 갔을 것이다.
감독과 배우는
전혀 바뀌지 않았고, 새롭게 등장한 그렉의 부모 역으로는 더스틴 호프만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출연한다. 특히 더스틴 호프만과 로버트 드 니로가
어떤 호흡을 보여줄 것인가는 <미트 페어런츠2>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이었다.
<미트 페어런츠 2>는 정말 180° 다른 두 집안이, 자식 때문에 만나 갈등을 겪는 이야기다.
그렉의 부모는 전형적인 히피이고, 어머니의 직업은 섹스 테라피스트이다. 합리와 이성과 보수주의가 잭의 가치관이라면 포커스 집안은 자유와 열정
그리고 섹스다. <미트 페어런츠>가 그렉의 수난사였다면, <미트 페어런츠 2>는 잭을 비롯한 가족 모두의 수난사다.
<미트 페어런츠>의 폭소는 불쌍한 그렉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것은 <미트
페어런츠 2>의 오프닝에서도 그려진다. 잭을 만나기 전까지는 행운이 연달아 찾아오지만, 그 후로는 불운의 연속이다. 하지만 <미트
페어런츠 2>에서는 모든 가족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간다. 가족의 만남이다 보니, 전편처럼 과격한 유머로 일관하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아메리칸 파이>가 결혼식을 그린 3편에서 좌초하듯이,
<미트 페어런츠 2> 역시 거국적인 화해를 위해 조금은 불안한 걸음을 걷는다. 하지만 <미트 페어런츠 2>를 만난 이름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이들의 이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약간 비틀거리면서도, <미트 페어런츠 2>는 적당한 웃음과 긴장을
잃지 않는다. 그것이 미덕인 동시에 한계다. 대부분의 속편이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