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주자 6인의 홈페이지 ‘집중 분석’/김근태·박근혜·이명박은 ‘쓸 만’
한국의 네티즌은 적극적인 정치적 행위자로 떠올랐다. 차기 대권 구도에서도 네티즌의 정치 파워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주자들은 이미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사이버 전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컴퓨터가 곁에 있다면 해당 사이트를 함께
살피면서 이 글을 읽기를 권장한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홈페이지(//www.cdy21.net, // cyworld.nate.com/cdy21)는
2003 ·2004년에 사이버문화연구소와 <월간중앙>이 공동으로 진행한 국회의원 홈페이지 평가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 모범적인
홈페이지였다. 지금은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해 당시와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운영하는 면에서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 가장 큰 문제는 네티즌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정장관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고 네티즌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사라지고, 판에 박힌 인물 홍보성
콘텐츠와 언론 보도 자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미니홈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문에서 흔히 접하는 재미없는 행사 장면들과 철 지난 옛날 사진들이 사진첩을 메우고 있다. 게시판에도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미
소개되었던 정장관의 저서 <개나리 아저씨>만 재방송될 뿐이다. 그 결과 다른 대선 주자들의 미니홈피에 비해 네티즌 참여율이 현격히
낮다. 네티즌들이 글을 퍼가는 스크랩 횟수도 다른 주자들보다 훨씬 적은 500여 개에 불과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의 홈페이지(//
www.gt21.or.kr, //cyworld.nate.com/gtcamp)는 깔끔한 구성과 풍성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특히 김장관이 일상에서 느끼는 단상들을 잔잔한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는 ‘일요일에 쓰는 편지’는 다른 대권 주자들의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메뉴라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한 주도 빼지 않고 연재하고 있다는 성실성도 높이 살 만한 일이다. 매
글마다 달리는 댓글 수십 개가 이 공간이 김장관과 네티즌들의 온라인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최근 이 코너에 고려대 한승조 명예교수의 친일 발언에 대한 김장관의 견해가 올라와 네티즌 사이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비중 있는 사회적 발언대로서 그 입지를 구축해 갈 잠재력이 높은 공간이라고 평가된다. 반면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미니홈피
운영 실태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콘텐츠나 기능 면에서 홈페이지와 대부분 겹친다.
박근혜, 미니홈피 차별화해 성공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홈페이지(//www.parkgeunhye.or.kr, //cyworld.nate.com/ghism)는 매우 열심히 관리되고 있다.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새로운 콘텐츠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온라인 투표도 지속적으로 기획되는 등 홈페이지 운영에 정성을 쏟고 있다.
박대표의 사이버 전략은 홈페이지보다도 미니홈피에서 그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박대표의 미니홈피가 현역
정치인 중 가장 인기 있는 미니홈피로 손꼽히는 비결은 홈페이지와 명확히 기능을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홈페이지가 국회의원이자 당 대표에 대한 공식
정보를 담은 공간이라면, 미니홈피는 인간 박근혜의 면면을 보여주고 네티즌과 소통을 나누는 사랑방 구실을 한다. 다이어리 코너를 통해 꾸준히
연재되는 박대표의 일상적 단상들과 사진첩을 통해 보이는 다양한 장면들은 네티즌들의 관심과 호감을 이끌어내고 그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연결
고리이다. 그리고 이들 게시물 각각에 끝없이 이어지는 무수한 리플들과 4만8천개가 넘는 스크랩 횟수는 그 인기도를 확인시켜 준다.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서울시 홈페이지의 시장 코너와 사이월드 미니홈피(//cyworld.nate.com/mbtious) 두 곳이다. 이 중 서울시 홈페이지의
시장 코너는 인물 소개 및 시장 동정 등 기본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단체장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반면
미니홈피는 이시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서 사이버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시장이 운영하는 미니홈피는 다른 대권 주자들의 그것과 달리 구성이 홈페이지와 거의 유사하다. 콘텐츠를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이 게시판과 사진첩으로 제한되는 미니홈피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다양한 하위 메뉴를 설정해 홈페이지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들을 대부분 구현하고 있다. 더욱이 다른 대권 주자들은 전혀 운영하지 않는 페이퍼(싸이월드 이용자들이 발행하는 개인 잡지)까지
꾸준히 발행하는 등 미니홈피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권을 향해 사이버 본부를 차린 곳은 경기도 홈페이지 안이다. 경기도 홈페이지의 하위 메뉴인 도지사 코너(//www.gg.go.kr/sohn)가 손지사의 개인 홈페이지 형태로 꾸려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페이지 상단에 표시되어 있는 홈 버튼을 클릭하면 메인 도메인인 경기도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 코너의 초기 화면이 뜨는
것만 보아도 사실상 독자적인 홈페이지라 할 수 있다. 이는 서울시 홈페이지가 아닌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있는 이명박 시장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점이고, 다른 자치단체장들의 사이트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메뉴 구성이나 콘텐츠를 살펴보아도 자치단체장
손학규보다는 대권 주자 손학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홈페이지 성격이 전형적인 인물 홍보의 장으로 꾸며지고 있다는 점이다.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자유게시판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다만 ‘넷 서포터즈’에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블로그 형태의 글쓰기 공간을 분양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고 건 개인이 만든 홈페이지는 없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고 건 전 총리는 개인 홈페이지가 없다. 대신 네티즌들이 고씨의 호를 딴 ‘고건사랑우민회’라는 이름의 팬클럽
사이트(//www.gohkun.com )를 운영하고 있다. 이 팬클럽의
연혁이나 운영진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이곳에 올라 있는 글들을 통해 추정해보면 지난해 6월쯤 개설된 것으로 보이지만,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 것은 올해 들어서인 듯하다. 겉으로는 전국 각 지역 단위와 연령 단위의 커뮤니티까지 구성되어 위용을 자랑하지만, 아직까지는 가입 회원
2백30여명에 하루 방문자가 1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팬클럽 회원들답게 고씨에 대한 각종 정보가 풍성하게 제공되고
있으며, 자발적인 후원 활동 및 조직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고씨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네티즌 지지 기반으로 급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사이트로 평가된다.
네티즌들의 관심과 호감을 유발하는 것은 틀에 박힌 홍보성 콘텐츠가 아니라 정치인 본인의 생생한 목소리와 인간적인
면모이다. 네티즌들은 잘 꾸며진 홈페이지보다는 진솔하게 소통을 나눌 홈페이지를 찾기 마련이다. 정치는 프로그래밍된 아바타의 세계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인간의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