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10범 성형수술사 황박사의 기막힌 돌팔이 행각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신의 손’으로 소문 난 성형수술
전문의가 전과 10범인 돌팔이 의사로 밝혀졌다. ‘가짜 의사’의 고객 중에는 유명 가수와 탤런트 등 연예인들을 비롯해 판검사 부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고교 졸업 후 군 의무병으로 복무했던 황 아무개씨(64·서울시 서초구 잠원동)는 1963년 제대한 후
김○○ 외과에서 수술 보조로 일했다. 황씨는 의사들이 하는 수술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피부를 꿰매는 데는 자신이 있던 그는
1965년 아예 의사로 나섰다. 처음에는 쌍꺼풀 등 간단한 수술을 했지만 노하우가 쌓여 나중에는 거의 모든 미용 성형수술을 했다.
황씨는 열차례나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되었다. 다섯 번이나 6개월∼1년 정도씩 교도소 신세를 졌다. 하지만
황씨는 교도소에서 나올 때면 주변에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는 둥, 해외 박사를 땄다는 둥 자신을 하나씩 포장해갔다.
2003년 3월 출소한 뒤, 황씨는 제대로 ‘의사 행세’를 하기로 결심하고 유학까지 떠났다. 황씨는
재미교포 브로커에게 부탁해 영국과 미국 유명 의과대학의 박사학위증을 위조한 뒤 10월 몽골 국립의과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논문은 교수에게 5천
달러를 주고 통과했고, 실기시험은 단 한 번에 통과해 1년짜리 박사학위를 받았다.
황씨의
‘천재성’은 몽골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학위를 받는 기간에도 몽골에 성형외과를 세웠다. 3백 명이 넘는 고객에게 성형수술을 해주고 챙긴
금액만도 2억원이 넘었다. 한국에서 온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라는 소문에 몽골의 보건복지 장관과 자신의 논문을 심사한 교수까지 황씨에게 얼굴을
맡겼다고 한다.
몽골에서 학위 사고 미국 진출 계획하고
황씨는 무대를 국내로 옮겨 집도를 계속했다. 서울 아무개 병원 진료과장 신분증까지 위조해
완벽하게 의사로 꾸몄다. 그리고 강남 일대에 입소문을 냈다. ‘미국 LA에도 병원이 있는 몽골의 유명한 성형외과 교수인데, 가끔 한국에 들러
아는 사람에게만 수술을 해준다. 원하는 대로 성형해주는 신의 손이다.’ 황씨는 소문을 내고 손님을 끌어온다는 조건으로 무료로 성형수술을
해주었다고 한다. 고객을 만나면 황씨는 위조한 박사 자격증과 몽골에서 대학교수들과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황씨는 고객들
사이에서 ‘신의 손 황박사’로 통했다. 특히 성형수술 부작용 환자들의 수술을 잘했다고 한다. 한 고객은 황씨의 조수를 자처하고 따라다니기도
했다.
황씨의 주요 고객은 서울 강남의 부유층 주부. 고객들에게는 철저히 고가 전략을
구사했다. 수술비는 5백만~1천5백만원 가량으로 일반 성형외과보다 턱없이 비쌌다. 하지만 황씨는 40년 수술 경력으로 그럴듯한 수술 결과를
만들었다. 부작용이 있으면 황씨는 애프터서비스를 해주었고, 고객들은 대부분 만족했다고 한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시술하는 것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은 “수술을 너무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황씨를 초빙하는 개념이었다”라고 경찰서에서 말했다. 황씨는 최근 1년 반 만에 5억원 가량을
벌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실제 소득이 이보다 2~3배 많을 것이라고 본다.
강남에서 성공하자 황씨는 성형의 본고장 미국 진출까지 노렸다. 한인 부유층을 공략하는 성형외과를 개업하려고
황씨는 2004년 미국 의사면허증과 미국 의과대학 졸업증을 위조했다. 또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을 인수하기 위해 2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3월1일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황씨는 출국 하루 전인 2월28일 마지막 수술을 하러 가는 길에 잠복한 형사에게 붙잡혔다.
황씨를
검거한 서울경찰청 외사과 담당 경찰관은 “황씨는 집 주변에서도 유명한 의사로 행세했다. 황씨가 의사 말투를 쓰고 소독약 냄새를 풍겨 조사
과정에서도 진짜 의사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인기 연예인들 불법 시술 단골 비밀 유지 쉽고 ‘공짜’ 좋아해 황씨의 고객 가운데는 유명 연예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황씨는 경찰에서 “내 소문을 듣고 유명 연예인들이 연락해 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담당 경찰은 “소문이 나는 것을 꺼리는 연예인들이 나름으로 유명했던 이 ‘의사’를 비밀리에 집으로 부른 것 같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