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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최지희씨 인터뷰/“다른 여배우를 잘못 안 것”

 
김형욱씨 실종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게 유인공작에 가담했다고 알려진 여배우 최지희씨(65)를 만났다. 1960년대 정상급 은막의 스타로서 1970~1980년대에 서울과 도쿄에서 요정을 운영하며 정·관계 인물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그녀는 김형욱씨가 실종될 당시 파리 현지에서 만났던 여성은 자기가 아니라 공개할 수 없는 다른 여배우라고 주장했다.

1979년 10월7일 밤 김형욱 실종 현장에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나는 아니고 다른 여배우다. 이름을 잘못 안 것이다. 지금 나를 찾아온 것도 김형욱씨와 ○○○이라는 여배우가 함께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나에게 우회적으로 확인하러 온 것 아닌가?

목격자가 두 갈래에서 나타났다.
극비인데. 이것은 김형욱 정보부장이 나에게 권총까지 들이댔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 그 시절 내가 아는 여배우 중 경제적으로 힘든 아이가 있어서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도와줬다. ‘대통령 각하를 만나게 해줄 테니 가서 어려운 사연을 말하라’고 한 뒤 김형욱 정보부장에게 ‘그 친구 각하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부장이 승낙하고 박대통령 만날 날짜까지 잡았다. 약속된 날 김부장 지프차가 나타나더니 ‘각하께 바쁜일이 생겼으니 각하 대신 내가 어떠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모르니 부장님이 가서 밥사주고 달래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사실이 소문이 났다며 김형욱 부장과 박종규 경호실장이 나를 불러 머리에 권총을 들이댔다. 나는 못 먹는 위스키 한잔 마시고 ‘연애는 당신들이 해놓고 뭐 하나 해준 것도 없는 최지희를 이렇게 죽이려 드느냐’고 바락바락 대들었다. 

김형욱씨 실종 직전에 뉴욕에서 당신이 김씨에게 보낸 편지를 봤다는 사람이 있다 .
나는 아니다. 그 친구가 편지를 보냈다. 왜 그걸 내가 아느냐 하면, 그 친구가 나에게 김형욱씨 문제로 고민하는 편지도 보내곤 했다. 그로 인해 그 배우와 남편 관계가 복잡해진 거니까. 그래서 아마 내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그때 그 친구가 나에게 보낸 편지도 어딘가 있을 것이다.

그런 사이였다면 김형욱씨 성격을 잘 알겠다.
잘 안다. 그때 내 머리에다 총 들이대고 죽인다고 했으니까. 사실 이런 얘기 기자에게 하는 것 처음이다. 내가 아니라는 걸 밝히려고 꺼내는 것이지, 그전에는 얘기도 못했다,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지. 정치인들이 최지희 의리 있다는 그 소리 한마디 듣고 세무사찰 받은 다음 내가 일본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이후락 정보부장과 김형욱 정보부장이 모두 당신을 도왔다는 말이 있던데...
 그때 얘기를 터뜨리면 큰일 날 일이 많다.  내가 내막을 잘 아니까, 여배우들과 정치인의 연애 얘기는 다 알지만 내 입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우리 연예인들이 정치인과 굉장히 가까웠다. 어떤 때는 형제같이 지냈다. 김형욱씨도 잘 알고 박종규씨도 잘 알았다. 내가 일본에 나갔다가 다시 한국에 와서 식당 일만 하면 최지희가 죽는 것 같아 살아있다는 걸 표현하려고 한남체인을 인수한 것이다.

김형욱씨 사건을 잘 아는 사람들이 왜 최지희씨를 거론하는 것인가?
사실 내가 했으면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했다. 이름을 잘못 안 것이다. 그 친구는 김형욱과 오랫동안 거래를 했다.

김형욱씨와의 거래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내가 듣기로는 김형욱씨가 미국에 망명한 뒤에 100만 달러를 미국 은행에 그 배우와 공동으로 예치했다고 해서 한동안 그 친구를 정보부가 조사하고 난리가 났다. 한번 캐보시라. 비밀은 캐야한다. 그러니까 나는 아니고 다른 배우이니까 잘 취재해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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