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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클리닉] ‘약국+편의점, 부동산 중개업+홈클리닝’ 등 복합 점포 인기

 
불경기 창업 시장에 복합화 바람이 거세다. 한 매장에서 서로 다른 아이템을 운영하거나 시간대 별로 판매 상품을 달리하는 경우, 저가와 고가 상품의 혼합, 두 가지 이상의 전문 메뉴를 파는 식당 등 복합 점포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약국-편의점, 피부과-화장품, 한의원-건강식품 등 관련 아이템을 결합한 ‘숍인숍(Shop in Shop)’도 일종의 복합화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복합 점포로 창업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코엑스몰의 휴대전화 기기 전문점 ‘월드텔레콤’과 패션 우산 전문점 ‘워터프론트’는 한 점포를 반반씩 쓴다. 점포 비용말고도 필요할 때 서로 점포를 보아주기 때문에 종업원 한 사람을 더 두는 일거양득 효과를 본다. 둘 중 하나를 사려고 들른 고객이 자연스럽게 다른 한쪽에도 관심을 돌려 짭짤한 재미를 거두고 있다. 서울역사 2층의 한식당 ‘다복’과 우동집 ‘백로’는 간판과 출입구가 제각각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식사 공간을 공유하는 복합점포. 다양한 고객층을 ‘따로 또 같이’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서울 방산시장 안에서 ‘맛대로 치킨’을 하는 김교인씨는 ‘한 점포 두 브랜드’라는 기발함으로 불황에 맞선 사례. 기존 브랜드에 한 마리 5천원짜리 저가 브랜드 ‘아몬드 치킨’을 더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가와 저가 두 시장을 동시 공략하는 가격 복합화가 맞아떨어졌다. 한 점포에서 부동산 중개업과 홈클리닝 가맹점을 하는 경기 화성시 강영애씨도 마찬가지.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은 손님에게 홈클리닝을 소개하고, 부동산 계약을 할 경우 홈클리닝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서울 선릉역 인근 실평수 5평 규모의 작은 슈퍼. 한쪽을 테이크아웃 커피 부스로 꾸미고, 전면에는 작은 받침대를 두고 김밥집을 함께 운영한다. 김밥과 커피를 팔아 매출이 30% 넘게 올랐다. 슈퍼 손님이 김밥·커피를 사가는 경우가 제법 많다고 한다.
시간대에 따라 판매 상품을 달리하는 점포도 늘고 있다. 삼겹살 전문점 ‘돈씨네돈천하’는 점심에는 김치요리 전문점, 저녁에는 삼겹살 전문점으로 변하는 변신 식당. 의장등록이 된 ‘변신 인테리어’는 점심·저녁 장사가 모두 가능한 2in1 시스템이다. 수원대 앞 퓨전 일식 주점 ‘탕’도 이모작 사업에 나서 하루 매출을 30만원 더 끌어올렸다. 대학가 입지를 고려해 낮에는 회덮밥·우동·돈까스 등 식사류를, 밤에는 해물류 중심의 안주를 파는 주점으로 변한다.

역삼동 카페 ‘스탠딩’은 낮에는 샌드위치점, 밤에는 맥주 전문점이 된다. 애초에 두 업종 영업을 염두에 두고 매장을 꾸몄다. 삼성동 ‘魚民’ 이병모씨 역시 처음부터 일식과 오뎅바 동시 운영을 계획했다. 점심에는 저가 뷔페, 저녁은 오뎅바와 횟집으로 운영된다. 여의도 KBS 별관 앞의 한식집 ‘화로사랑’은 점심에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메뉴로 고객을 확보하고, 저녁이면 고급스러운 고깃집이 된다.

복합 점포는 불황을 극복할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섣부른 복합화는 아이템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떨어뜨려 점포 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 모든 복합 점포가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서로 동떨어진 아이템은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설 투자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요주의 사항. 더욱이 아이템 추가로 사람을 더 써야 한다면 반드시 손익을 따져보아야 한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대표는 “취급 아이템이 소비자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상승효과를 최대한 살려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 역시 “각각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상생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잘 골라야 성공한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찰떡 궁합 아이템 선택이 복합 점포 성공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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