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한파 외국 언론인으로 알려진 구로다 가쓰히로(64) 씨가 눈코 뜰 새 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분 서울지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최근 한국의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솔직한
발언을 쏟아놓아 이목을 끌어왔다. 급기야 지난 3월17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자리에서 그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상대 패널뿐 아니라 ‘사회자로서의 본분을 잊은 듯한’ 손석희 아나운서에게도 많은 시간을 할애에 답을 해야 했던 것이다. 손씨는
그의 최근 발언을 축조 심의하듯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구로다 씨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닌데 집중 포화를 맞은 것은, 그만큼 그가 자신의 관점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논평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친일진상규명법’(과거사법)과 관련해서 ‘북한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좌파적 인물들이 이끌고 있다’는 요지의 칼럼을 썼고,
기자회견장에서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 관계인지 의문이다’ ‘교과서라는 것이 자국 중심주의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는 내내 “일본이 식민지 시대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있다”라고 종래 발언을 되풀이했다. 태도는 조심스러웠지만 그는 ‘평균 일본인’의 감수성과 어법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이날 선보인 ‘독도는 한국 땅,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발언은 구로다 어록의 정점. 그는 방송 후 한 포털의 인물
검색 순위에서 단박에 15계단을 뛰어 1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