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다른 시선 목록

  • “여성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자” [김동진의 다른 시선]

    ‘웃음의 쓸모’라는 슬로건을 내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올해로 26회를 맞아 8월22일부터 28일까지 총 7일간 개최되었다. 올해 CGV연남·CGV홍대·씨네큐브 등 3곳의 상영관에서 열린 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1997년부터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다. 1회 개최 당시 9개국 38편의 상영작으로 출발한 여성영화제는 이제 38개국 132편 상영작으로 그 규모가 증가했다. 여성영화는 반드시 여성 감독이 만들거나 여성 배우들만 출연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 더 광범위하게,

  • ‘성소수자 이슈’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 것인가 [김동진의 다른 시선]

    7월18일, 동성 커플을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한다는 대법원의 판결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동성 커플인 소성욱씨와 김용민씨는 대한민국에서 법적 혼인관계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2019년 결혼식을 올렸고,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허용했다가 언론에서 이슈가 되자 박탈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역사상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동성커플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기에 중요성을 띤다. 비록 동성혼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에서 배

  • 성교육·성평등 도서들 유해 기준은 누가 만드나 [김동진의 다른 시선]

    최근 경기도 내 학교 도서관에서 성평등과 성교육 관련 도서 2500여 권이 폐기처분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일부 보수단체의 민원에 의해 경기도교육청이 각 학교에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조치하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왜 필요했는지, 어떤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단순히 도서의 폐기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예컨대 성교육과 성평등에 대한 도서들이 과연 유해한 것

  • 저출생 대책, 출산 주체인 여성 입장에서 나와야 [김동진의 다른 시선]

    얼마 전, 나이 어린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갓 결혼한 그녀는 자녀 출산과 양육을 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막 다져가기 시작하는 커리어와 육아를 어떻게 병행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필자가 할 수 있었던 조언이란, 나 자신과 주변의 사례를 보았을 때 친정 부모님 혹은 시부모님이 육아를 맡아주시지 않으면 여성이 경력 단절 없이 육아를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하는 동시에 스스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앞의 여성은 나와 스무 살 가까이 차

  • 서울대판 N번방 사건, 개인의 삶 파괴하는 ‘성적 인격 살인’ [김동진의 다른 시선]

    5월21일 최초 보도된, 텔레그램을 통해 발생한 허위 합성물 디지털 성범죄 사건, 일명 ‘서울대판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2020년 공론화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하 ‘N번방 사건’)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사건은 서울대 졸업생 등이 텔레그램을 통해 최소 61명의 여성 사진을 불법 합성해 유포 및 협박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주범인 A씨와 B씨는 서울대 동문으로, 주로 자신들의 학교 후배 등 여성 지인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허위 합성물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범인 및 다수의 피해자가 서울

  • 학생 인권과 교권은 뺏고 뺏기는 싸움이 아니다 [김동진의 다른 시선]

    4월26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틀 전 충남도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한 이후 두 번째다.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가 두 지역에서 잇따라 폐지되면서 교육 현장의 인권 상황이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학생인권조례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의 실현을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 각 교육청의 조례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광주(2011), 서울(2012), 전북(2013), 충남(2020), 제주(2021) 교육청에서 연이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

  •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김동진의 다른 시선]

    올해도 어김없이 4월16일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라는 이름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476명의 탑승자 중 304명이 사망한 그 참사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초기에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와 함께 배가 침몰해 가는 상황을 실시간 뉴스로 지켜본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수많은 국민이 그 뉴스를 보던 시각, 자신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와 함께 그날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한다.평소 텔레비전 시청을 하지 않아 나중에 그 소식을 접했던 필자에게는 그날의 기억보다는 그로부

  • 유명 여성 3인의 사과 릴레이로 얼룩진 사회 [김동진의 다른 시선]

    아이돌 그룹이나 젊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는 필자에게도 최근 들어 보이고 들리는 것은 유명 여성들의 잇단 사과다. 아이돌 가수 카리나부터 배우 한소희, 최근에는 양궁 올림픽 3관왕 안산 선수까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유로 모두 대중에게 사과문을 발표한 여성 공인이다.카리나·한소희 ‘열애설’, 안산 ‘매국노’ 사과3월5일 걸그룹 ‘에스파’ 멤버인 카리나는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 사실에 대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팬들을 “많이 놀라게 해드려 죄송하고”, 그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이 얼마나 실망했

  • 여성들이 총파업 하면, 사회는 멈출 수밖에 없다 [김동진의 다른 시선]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아 여성운동계에서는 여성 총파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총파업에는 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 등 전국의 총 39개 단체 및 노조가 참여했고, ‘2024 여성파업 조직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조직위원회는 결성 제안서를 발표하고, 웹사이트에 설문조사 결과 및 여성활동가 기고를 실었으며, 관련 행사를 기획 중이다. 이들은 이번 파업에서 (1)성별 임금 격차 해소 (2)돌봄 공공성 강화 (3)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4)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

  • ‘부산 돌려차기’ 피해 여성의 발걸음, 세상을 바꾼다 [김동진의 다른 시선]

    2022년 5월 발생했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오전 5시경, 30대 남성 이현우가 20대 여성을 10여 분간 뒤따라간 후 오피스텔 건물의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던 이 여성의 뒷머리를 돌려차기로 가격하고 계속 여성을 폭행한 후, CCTV가 없는 곳으로 둘러메고 가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의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 잔혹함으로 인해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다. 긴 재판 끝에 가해자는 2022년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지난해 6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 어쩌다 이 나라는 여성 혼자 여행하기에 불안한 곳이 되었나 [김동진의 다른 시선]

    최근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4년 만에 방문한 공항은 많은 여행객으로 북적여 입국심사대의 긴 줄에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주요 여행사 및 항공사들의 매출이 2023년에 점차 증가해 4분기에는 2019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하니, 그 현상이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런 여행객 증가 현상 때문인지 필자의 SNS에는 지난해 BBC에서 선정한, 여성이 혼자 여행하기에 안전한 국가 상위 10개국에 한국이 포함되지 못했다는 뉴스가 재인용되고 있었다. 미국의 조지타운대학에서는 해마다 ‘여성 평화 및 안

  • 영화 통한 ‘과거 들여다보기’로 포용적 미래 만들어야 [김동진의 다른 시선]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극장이 불황이라고 하는 가운데, 영화 《서울의 봄》이 2023년도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유일한 천만 관객 영화였던 《범죄도시3》를 이미 제쳤다. 이 영화는 1979년 12·12 군사반란 사건을 다룬 극영화로, 그날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 사이의 9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재구성해 141분의 러닝타임 안에 담아냈다.2000년대 한국 영화계에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꽤 존재했으며, 한때 영화 흥행을 판단하는 척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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