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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안에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들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시민들의 연대 손길이 이 땅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갈 방법

올해도 어김없이 4월16일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라는 이름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476명의 탑승자 중 304명이 사망한 그 참사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초기에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와 함께 배가 침몰해 가는 상황을 실시간 뉴스로 지켜본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수많은 국민이 그 뉴스를 보던 시각, 자신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와 함께 그날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한다.

평소 텔레비전 시청을 하지 않아 나중에 그 소식을 접했던 필자에게는 그날의 기억보다는 그로부터 1년 후 어느 날의 기억이 있다. 배우자의 직장 일로 1년간 함께 해외에서 거주하다 귀국했던 2015년 8월의 어느 날, 지인과 함께 택시로 서울 광화문 근처를 지나다 세월호 유족들의 텐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해외 생활에 적응하느라 한국 뉴스를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았기에 처음 접한 일이었다. 저 세월호 유족분들이 왜 저기에 텐트를 치고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필자의 지인은 답답한 듯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4월1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추모객들이 참사 희생 학생들 캐리커처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4월1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추모객들이 참사 희생 학생들 캐리커처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몇 년이 지나든 계속 새롭게 이야기돼야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 어떤 일들은 이루어졌다. 선체를 인양했고, 비록 명확히 결론짓지 못했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선장과 선원들 및 청해진해운과 기타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어떤 일들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시의적절한 구조를 하지 않았던 해경 지휘부, 박근혜 정부하에서 대통령실 최초 보고 시간 등을 조작한 죄로 기소된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한 정부 관료들, 세월호 유족들에 대해 민간인 불법사찰을 했던 정보기관 종사자들 등은 무죄 판결 혹은 가벼운 형과 집행유예를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징역형으로 수감 중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간 유족들은 청와대, 국회, 광화문, 단원고 등 다양한 장소에서 단식과 삭발을 포함한 농성을 해야 했다. 참사 당시 팽목항에서부터 ‘여기는 무정부 상태’라고 절규했던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투쟁해야 했다. 그뿐 아니라 단식 농성장 앞에서 먹방을 하는 혐오 세력에도 맞서야 했고, 일상생활에서도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다가도 쉬는 시간에 돌아서면 ‘세월호라 좋겠다, 돈 많이 받아서’라는 말이 들려왔고, ‘지겹다’는 말은 흔하게 들릴 뿐만 아니라, 희생자 학생들의 형제자매들 또한 혐오 섞인 시선들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다수는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다.

그러한 혐오 발언 및 행동은 타인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상관없다는 편협한 생각에서 나왔을 것이며, 개인의 고통은 그 개인이 처한 사회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거시적인 관점을 갖지 못한 데서 기인했을 것이다. 우리는 촘촘하게 얽힌 사회적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선박 과적의 문제는 전 사회 곳곳의 안전 불감증 및 부정부패와 관련이 있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던 망언은 위기 관리 및 책임에 대한 철학과 방법이 부재했던 정부의 민낯을 드러낸다.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서 구조활동을 했던 민간 잠수부들의 어려움 호소는 우리 사회의 법적 사각지대의 존재를 깨닫게 해준다. 이 밖에도 여러 사회 문제가 조밀하게 얽혀 있어 풀어야 할 고리들이 너무도 많기에, 세월호 참사는 몇 년이 지나든 계속 새롭게 이야기되어야 하는 일이다.

지난 10년 동안 4·16연대에서는 시위와 법적 대응뿐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었다. 10주기인 올해는 특히 더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4월13일 서울시청 앞에서도 4·16기억문화제가 열렸다. 아무래도 시민들이 세월호라고 하면 조금 경계심도 있고 다가오기 어려워하지만 재미있는 활동과 함께 하면 그런 경계가 풀리더라는 한 유족분의 말처럼, 시민들은 노란 종이배를 유족들과 함께 접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문제를 퀴즈로 풀어보며, 노란 리본을 어깨에 달고 즐겁게 기억문화제에 참여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행사 열어

또한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출간되어 왔으나 10주기를 계기로 4월에 집중 출간된 세월호 관련 책들의 북토크, 세월호 참사 관련 사진, 물품 및 작품 전시회, 연극 공연, 국회에서의 정책 토론회,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상영회, 희생자의 아버지가 직접 연출한 장편 다큐멘터리 《바람의 세월》 극장 개봉 등의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승마를 하는 로봇인 기수 휴머노이드와 동물 및 다양한 인간 간 관계를 그린 소설 《천 개의 파랑》(천선란, 2020, 허블)에는 그리움과 행복과 시간에 관한 두 인물의 대화가 등장한다. 화재 구조 현장에서의 사고로 소방관 남편을 잃은 보경은 ‘그리움이란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현재의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긴다’고 말한다. 그런 보경과 그 가족을 지켜보던 휴머노이드 콜리는 창문이 있는 트럭에 갇혀 이송되던 때는 시간이 빠르게 갔지만, 불량이라며 떠나간 다른 휴머노이드를 보내고 혼자 좁은 공간에 갇혀있던 때는 시간이 놀랍도록 느리게 흘렀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생명은 저마다 삶의 시간이 다른 것 같다’고,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라고 말한다.

그 구절을 떠올리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나는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 자문할 때쯤 보게 된 한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의 한 유족분은 자신의 시간은 10년 전에 멈춰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단원고 생존자는 ‘나는 이제야 마냥 울지 않고 친구들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사회가 정해 놓은 한정된 시간까지만 눈치 보지 않고 슬퍼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송김경화, 2014년생, 2024, 아를). 당시 구조활동을 했던 한 잠수부는 그때 바다에서 데려온 아이들의 얼굴이 지금도 다 기억난다고 했다. 이렇듯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모두가 섞일 수 없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각자의 방법과 속도로 애도하고 아파하고 회복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생존자와 유족들의 심리치료 지원비를 갑자기 끊는다거나, 무조건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거나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더해 조금씩 쌓인 시민들의 연대의 손길이 생존자와 유족들에게 행복한 순간이 되어, 그런 순간들로 그리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모두가 촘촘히 엮여 있는 이 땅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갈 방법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저마다 다른 삶의 시간을 살고 있는 존재들이 더불어 살아갈 방법이다. 휴머노이드 콜리가 했던 질문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오늘 되뇌어본다.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김동진 페페연구소 대표
김동진 페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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