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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으로 내부 고발자 문제 고발
아카데미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는 영화 <인사이더>(연출 마이클 만)는, 이런 내부 고발 문제를 정색하고 다룬 작품이다. 원작은 1996년 여성 월간지 <베니티 페어>에 실린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사나이'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미국에서 재판이 진행되었던 실화를 소재로 삼았다.
영화는 미국의 3대 담배 회사 가운데 하나인 B&W의 연구개발부 책임자인 한 과학자가 유해 물질을 담배에 넣어 매출을 높이려는 회사의 음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가 해고된 뒤 살해 위협을 받게 된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 B&W는 필립 모리스 ·RJ 레이놀즈 토바코 등과 함게 흡연 피해자 50만 명으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한 상태다. 피고가, 배심원이 영화를 보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 승낙을 얻어냈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주인공은 '의사 소통 능력 미달'이라는 이유로 담배 회사에서 해고된 과학자 제프리 와이갠드(러셀 크로우)와 담배 회사의 음모를 파헤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프로듀서 로웰 버그먼(알 파치노)이다. 해고된 진짜 이유는 니코틴의 체내 흡수를 촉진하는 암모니아 화합물을 담배에 넣어 니코틴양을 늘리지 않고도 흡연자로 하여금 담배 의존도를 높이게 하려는 담배 회사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법정에서 회사의 음모와 맞서 싸우는 과정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언론계 내부의 게이트 키핑 과정도 꼼꼼하게 따라간다. 담배 회사든 언론사든 이미 권력화한 기구는, 얼마든지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진실에 눈 감을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을 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화를 널리 알리려는 의욕 때문일까. 감정 이입을 강요하는 연출 기법이 남발된 감이 없지 않다. 클로즈업이 잦고 주인공의 심리를 일러주는 음향 효과는 추리물을 방불케 할 정도여서 부담스럽다. 집요하고 진지한 프로듀서로 변신한 알 파치노와 신경증에 시달리는 과학자 역을 맡은 러셀 크로우의 연기는 일품이다.
실화인 만큼 뒷얘기도 관심거리다. 제프리 와이갠드는 1996년 켄터키 주에서 '올해의 교사'로 선정되었으며, 로웰 버그먼 프로듀서는 PBS 방송의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버클리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가 CBS에서 만든 시사고발 프로그램 <60분>이 방영된 후 담배 회사들은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2천4백60억 달러를 배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