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여당 내 야당’ 역할, 윤 대통령의 용인 없이는 성공 못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는 63%로 압승했다. 원희룡 후보 19%, 나경원 후보 15%, 윤상현 후보 4%였다. 원·나 후보는 대선후보급 정치인이다. 대선주자급 경쟁자들을 누르고 63% 득표율로 압승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럼에도 한 대표의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은 회의적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견제와 훼방을 놓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당 전대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실과 김건희 여사가 전면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배신자론’과 김건희 여사의 ‘읽씹(문자 읽고 무시) 논란’이다. 배신자론도, 김 여사의 읽씹 논란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승인 혹은 묵인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다. 이는 정치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한 대표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둘째, 국민의힘 당원과 핵심 지지층은 대통령 부부를 사실상 보이콧하고 한 후보를 밀어줬다. 읽씹 논란의 경우 논란 이전과 논란 이후를 비교해 보면 한 후보의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여당 핵심 당원들과 지지층이 김 여사를 ‘보수 재집권의 방해물’로 생각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당원들과 핵심 지지층이 이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일반 국민은 오죽할까.
與 지지층, 韓 밀며 ‘尹 보이콧’ 사실상 선언
민주당 지지층이든, 국민의힘 지지층이든 최대 관심사는 ‘차기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수 있는지다. 여당 지지층에서 생각해 보면, 최대 관심사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권 재창출을 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과연 대권을 잡을 수 있을까?
2000년대 이후 역대 대선을 복기해 보면 대선 국면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었다. 하나는 후보가 결정되면 캠페인 전략을 통해 돌파가 가능한 경우다. 대부분의 대선이 그랬다. 다른 하나는 ‘진영’이 초토화된 상태에서 대선 구도가 전개되는 경우다. 두 번의 경우가 해당한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말기에 치러진 대선이 그랬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대국민 지지율은 최악이었고, 노 대통령에 대한 팬덤은 여전히 막강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 역시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에 치러진 대선도 진영이 초토화된 상태에서 치러진 대선에 해당한다. 보수진영은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반대 입장으로 완전히 두 동강 났다.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따로 출마했고, 보수 지지층의 일부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보수 지지층은 탄핵에 대한 찬반과 후보 입장으로 세 갈래, 네 갈래로 갈라졌다.
역대 정치인과 비교할 때, 윤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은 ‘뚝심의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거나, 검찰총장이던 시절에 뚝심은 ‘권력에 굴하지 않는’ 이미지와 연결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이후에 뚝심은 ‘여론을 무시하는’ 리더십으로 연결된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권력에 저항하는 뚝심’에서, ‘민심에 맞서는 뚝심’으로 바뀌었다.
한국갤럽은 노태우 정부부터 실시된 대통령 국정 지지율 데이터를 갖고 있다. 역대 정부 비교가 가능하다. [표]를 보면, 취임 이후 3년 차 1분기 기준 역대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비교하면 윤 대통령이 최악이다. 윤석열 정부는 긍정평가 24%, 부정평가 67%다. 역대 평균을 보면 긍정평가 39%, 부정평가 42%다. 3년 차 1분기 기준으로 긍정평가가 가장 높았던 대통령은 진보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49%), 보수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44%)이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역대 평균과 비교하면 긍정평가는 15%포인트 더 낮고, 부정평가는 25%포인트 더 높다. ‘민심에 둔감한’ 뚝심 리더십의 결과물이다.
한동훈 대표는 ‘대권’을 잡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두 개의 파생 질문을 낳는다. 바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와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가만히 놔둘까’다. 둘 다 만만치 않은 과제다.
먼저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차별화에도 두 종류가 있다. ‘한동훈식’ 차별화와 ‘국민 눈높이’ 차별화다. 이는 지난 총선 패배의 교훈을 복기해 보면 자명하다. 2024년 1월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해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1차 윤·한 갈등이다. 이후 한 위원장은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다. 작전상 후퇴든 뭐든 ‘국민 눈높이’엔 맞지 않았다.
채 해병 사망 사건으로 수사받고 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출국 논란 때도 비슷했다. 논란이 되자 한 위원장은 귀국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시점에는 ‘사퇴’가 필요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현실권력과 국민여론의 중간쯤에서 ‘절충적’ 입장을 취했다. 그건 ‘국민 눈높이’ 차별화가 아니다. ‘한동훈식’ 차별화에 불과하다.
‘김건희 여사’ 문제가 韓의 기회이자 걸림돌
한 대표 입장에서 보면, 결국 향후 대권까지의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 차별화의 핵심 관문은 김 여사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보수 정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내 사랑’ 정부인 것은 분명하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신성불가침한 역린으로 추정된다. 한 대표는 결국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국민 눈높이를 선택할 것인지,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할 것인지.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차별화를 용인할까. 보수의 정권 재창출에서 중요한 것은 이 지점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파고속에서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직선제 등을 포함한 6·29 선언이 효과를 발휘했다. 6·29 선언은 전임자였던 전두환의 동의 없이 불가능했다. 그 밖에도 김영삼 후보의 승리에는 노태우 대통령의 배려가 있었고, 박근혜 후보의 승리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묵인이 있었다. 보수의 정권 재창출 사례였던 노태우, 김영삼, 박근혜의 전임자와의 ‘차별화’는 모두 전임자였던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의 협조 및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에너지는 강해질 것이다. 정권교체 심리도 강해질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 선출 과정에서 한 대표는 ‘당내 야당 지도자’의 입지를 얻게 됐다.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얻은 것이다. 한 대표가 ‘여당 지도자’가 되면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하려는 심리가 강화될 것이다.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서 ‘여당 내 야당 지도자’ 입지를 유지하면 정권교체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되었든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않고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