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 35만 개…브랜드 수 1만2000개 이상
사업 안정성·브랜드 인지도 등이 장점…본사와의 갈등은 리스크
최근 더본코리아 본사와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민의 시선은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는 1만2000여 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운영 중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35만 개가 넘는다.
안정성과 노하우 등 장점을 취할 수 있어 ‘창업의 꽃’으로도 불리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성장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예상매출액이나 마케팅 비용 등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갈등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과거에는 본사의 ‘갑질’이 갈등의 주된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수익성’을 두고 부딪치는 사례가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프랜차이즈의 빛…‘브랜드의 힘’
여전히 ‘사장님’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이유는 ‘브랜드의 힘’이다. 개인 창업보다 쉽고, 안전하고, 성공 확률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과 운영 방식은 예비 창업자에게 안정감을 주고,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고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사업 준비와 운영에 도움이 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도 많아, 이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800개와 가맹점 10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가맹점주들이 생각하는 프랜차이즈의 장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제공하는 점포 운영 용이성(63.8점), 영업지역 보호(63.4점), 가맹본부 마케팅(61.4점) 등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는 개인 창업에서는 보호되거나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들이다. 특히 매출 수준(58.8점)과 점주 근로 조건(58.8점)보다 운영 용이성이나 마케팅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응답자의 47%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는 점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됐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가맹본부가 상품 개발, 광고·판촉, 운영 관리를 해준다. 코로나19 기간에 외부 플랫폼 앱과 키오스크 등도 지원해 줬다”며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개인 창업자에 비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의 매장에서 성공한 사장님들은 ‘프랜차이즈화’를 꿈꾸고, 또 다른 예비 창업자들을 찾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체 가맹본부 수는 8759개, 브랜드 수는 1만2429개다. 가맹점 수는 무려 35만2866개에 달한다. 2022년 말보다 브랜드 수는 4.9% 늘어났고, 가맹점 수도 5.2% 증가했다. 이 중 외식 브랜드가 전체 브랜드 수의 79.9%이며, 가맹점 수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지닌 대형 브랜드 비중은 4.0%인 데 비해, 가맹점 10개 미만의 소규모 브랜드 비중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갈등속에 깊어지는 그늘…납품 가격·강매 논란도
다만 본사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곧 프랜차이즈의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케팅, 광고, 판매, 가격, 매출 모두가 본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모든 영역에서 갈등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 브랜드의 장점을 취함과 동시에 수반되는 리스크인 셈이다.
과거에는 본사의 ‘갑질’로 인한 이슈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큰 타격을 줬다. 미스터피자나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우, 오너의 부정행위나 도덕적 해이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고, 이로 인해 가맹점들은 매출 급감이라는 피해를 보았다. 본사 측 직원의 강매 요구나 폭언으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피해 호소도 적지 않았다.
최근의 가맹본부-가맹점주 간 갈등은 대부분 수익성이나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다. 과도한 공급품 유통 마진, 광고비나 마케팅비 부담, 가격 인상 이슈, 예상매출액 등이다. 특히 수익과 직결되는 예상매출액 문제는 비단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에게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설빙, 치킨뱅이, 요거프레소 등 많은 프랜차이즈에서 예상매출액과 관련해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점화된 전례가 있다.
광고·마케팅비도 갈등 이슈로 작용한다.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MGC커피는 축구선수 손흥민을, 컴포즈커피는 방탄소년단 뷔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광고비를 가맹점주에게 분담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맹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시장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수익성을 요구하는 가맹점의 목소리도 높아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가맹본부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대중이 기업에 요구하는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앞선 실태조사를 보면,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희망하는 것은 원부자재 가격 인하(26.6%)와 적극적인 광고·판촉(24.8%), 신상품 개발(17.6%) 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에서 가맹본부의 역할을 기대하고, 또 그 기대가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 두고 설왕설래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이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가맹점의 상황은 열악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6월20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는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가맹사업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점으로 힘의 불균형, 본사의 수익 추구 행위, 무분별한 출점 전략으로 인한 가맹점 매출 감소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각종 운영정책 등 통제 수단과 원부자재 등의 가격 결정권을 지닌 본사가 우월적 지위에 있으며, 이로 인해 불공정의 토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맹점주들에게 노동조합과 같은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다만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양측의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 법안이 가맹본부의 운영 표준화를 기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을 퇴색시킬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소규모 프랜차이즈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맹점주가 경영과 관련된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자본력 없는 가맹본부들이 고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개정안은 복수의 가맹점주 단체가 협의요청권을 남발하거나 단체 간 경쟁을 조장해 불필요한 분쟁이 양산되는 등 부작용 소지가 높다”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프랜차이즈 창업에 평균 1억5900만원 들어…회수까지는 평균 3.6년
대한상공회의소의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신규 창업하는 데는 평균 1억59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업 창업에는 1억8100만원, 외식업 창업에는 1억5000만원이 들었다. 세부 업종별로는 제빵이 2억6300만원으로 창업 비용이 가장 많았고, 안경(2억2300만원), 피자·버거(1억6200만원), 한식(1억56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커피 프랜차이즈는 1억4200만원, 편의점은 1억1800만원, 치킨집은 1억400만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비용 회수에 드는 기간은 평균 3.6년으로 조사됐다. 외식업은 3.2년, 서비스업은 3.6년, 도소매업은 4.8년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적은 세부 업종들의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이 비교적 짧았는데, 분식은 2.5년, 치킨은 2.6년, 편의점은 3.0년 등이었다. 투자 비용이 많은 제빵과 안경의 회수 기간은 각각 4.3년, 4.2년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