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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
“현지 동반 성장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이 “현지 시장 환경과 소비 트렌드에 따라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21일 시사저널이 ‘넥스트 차이나-한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컨퍼런스G 2024’에서 “성장세가 지속되고 소비력이 확대된 베트남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시장 변화에 따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하고, 로컬 기업과의 협력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4'에서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소장이 "급격한 소비 시장 변화에 따른 베트남 시장 기회"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1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4'에서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이 "급격한 소비 시장 변화에 따른 베트남 시장 기회"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글로벌 브랜드 간 격전지…베트남 공략 다음 스텝은

안 소장이 이끄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롯데그룹의 싱크탱크다. 현재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는 이미 24개사가 진출해 있는 베트남 시장에 여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음 스텝을 구상 중이다.

롯데는 한국 유통‧식품 대기업 중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특히 베트남의 성장 단계에 따른 사업을 전개하는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 전인 1997년에는 롯데리아를 진출시켰고, 대외 개방이 늘어난 시기에 필수재에서 고급형 소비재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2008년 롯데마트, 2013년 호텔롯데‧롯데백화점, 2017년 롯데면세점이 베트남 땅을 밟았다.

안 소장은 “외국계 기업은 초기 시장에서는 성장했지만, 로컬 기업이 체급을 키우면서 성장세가 멈췄다”며 “이 다음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부터 롯데는 베트남 시장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그는 “소득 수준 등을 살펴볼 때 베트남 시장은 이미 선진 시장과 유사했다”며 “인당 GDP가 4000달러를 돌파한 2023년,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사업 고도화를 추진해 롯데몰을 진출시켰다”고 밝혔다.

고급 소비 니즈가 있을 때 ‘한국형 백화점’을 출점한 데 이어, 현지 시장과 젊은 세대의 소비 방식 등을 반영해 ‘복합몰’ 형태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차별화된 경험 공간을 만든 것이다. 안 소장은 “지금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때는 한국에서도 가장 좋은 것을 가져가야 한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을 베트남 소비자들도 갖고 싶어 한다는 점을 학습했다“고 밝혔다.

과거 적극적으로 점포 수를 늘린 마트의 경우, 로컬 기업의 성장에 따라 2019년 이후부터 성장이 정체됐다. 안 소장은 “마트 사업은 로컬업체와의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 로컬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면 협업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다”며 “취식 공간을 늘리는 등 다른 형태로 포맷을 바꾸고, PB 상품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리아로 대표되는 롯데GRS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안 소장은 “한류 열풍이나 K-푸드의 영향력은 강하지만, 이제 경쟁의 양상이 달라졌다”며 “기존의 경쟁이 로컬 기업과 한국 기업간 경쟁이었다면, 이제 베트남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의 격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짚었다. 지금부터의 경쟁은 글로벌 시장 경쟁과 동일하기 때문에,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21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4'에서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소장이 "급격한 소비 시장 변화에 따른 베트남 시장 기회"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브랜드 차별화 중요…현지와의 ‘협업’도 고려해야

롯데는 베트남 국민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는 점을 감안해, ‘프리미엄 브랜딩’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사업을 운영하면서 ‘친숙함’이라는 이미지를 줬다면, 이제는 ‘고급화’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MZ세대가 소비의 주도권을 쥔 상황 역시 고려해야 한다. 안 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에 익숙한 10대~39세가 중요한 소비 세대가 됐다”며 “가장 좋은 것, 가장 핫한 것을 중심으로 이 세대를 공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가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성도 생겼다. 그는 “그동안 국가 단위 경쟁 전략을 갖고 있었던 해외 기업들이 지역 단위로 시각을 바꾸고 있다”며 경쟁력이 있는 국가에서 상품을 소싱해 다른 나라로 보내는 중국 기업들을 예로 들었다. 지역 자체가 지닌 경쟁력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협력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안 소장은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 없다면, 현지 업체와의 협업을 빠른 시간 내에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서 경쟁하지만, 베트남에서는 ‘협업’을 했으면 한다.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함께 하고, 1,2등 기업이 되고 나서 경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롯데는 본사 인력을 파견하거나 내부 채용 현지 인력을 육성하는 것을 넘어, 베트남 대학교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현지 우수 인력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베트남과의 동반 성장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호적인 현지 소비자들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편집자주] 시사저널은 2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컨퍼런스G 2024’을 개최했다. 12주년을 맞이한 올해 컨퍼런스G의 주제는 ‘넥스트 차이나-한국의 선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요성이 부각된 ‘넥스트 차이나’는 세계 경제 환경 격변기 맞는 지금, 우리의 가장 시급한 대응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컨퍼런스G 2024는 그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올해도 시대를 선도하는 경영 석학과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이 우리 기업들을 더욱 경쟁력 있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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