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차 전공의, 20일까지 복귀 않으면 전문의 시험 못 봐
사직 전공의 “정부에 신체의 자유 뺏겼다는 얘기 나와”
대통령실 관계자 “복귀 늦어질수록 손해배상 감수해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 디데이’인 20일에도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고연차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복귀를 촉구하는 정부의 손짓에도 전공의들은 “차라리 면허정지를 하라”며 맞서는 분위기다.
20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2월20일을 기점으로 병원을 떠난 3~4년 차 전공의들은 이날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내년 상반기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전문의 수련 규정상 수련을 받지 않은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시험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전문의 시험을 목전에 둔 전공의들은 2910명으로 집계된다.
다만 이날 서울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를 포함한 주요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의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대다수 복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사직 전공의 A씨는 “‘의대 증원 백지화’가 아니고선 어떤 제안에도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면서 “전공의들이 꽃집 알바, 쿠팡 배달, 독서실 총무 등으로 일하고 있는데 몇 개월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수련 기간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는 구제 방안을 내놨다. 원칙상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앞둔 전공의들은 이탈 후 3개월 이내에 복귀해야 하지만, 휴가나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면 수련 기간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날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 병원에 소명함으로써 추가 수련 기간이 일부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당근책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정부는 잠시 중단했던 행정처분 등 강경책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전날 대통령실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이행 여부와 관련해 “전공의들의 행동 변화 여부에 달려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각종 손해배상 책임을 비롯해 전공의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 커질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으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해 정부가 세금으로 약 5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병원에 투입했지 않느냐”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정부가 병원에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강제로 근무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전공의들 사이에선 ‘신체의 자유를 뺏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워 차라리 면허정지를 받고 빨리 끝내자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내주 안에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전국 대학들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승인할 예정이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2025학년도 대학입시 전형 시행계획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 짓고 각 대학이 입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