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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에서 박해받았던 尹, ‘김건희 수사’ 놓고 ‘檢 박해’하는 것처럼 보여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와 선거개입 의혹 등의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고,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사정비서관실에 파견돼 문재인 민정수석을 보좌했던 측근이었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했던 대검 간부들은 대거 교체됐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박찬호 공공수사 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이원석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정권을 향해 거침없는 수사를 하던 검사들이 대거 지방으로 좌천되면서 수사에서 손을 떼게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사건과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겨냥한 검찰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대로 이성윤 지검장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에 연루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사건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기소 문제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계속 충돌했다. 당시 여론은 정권의 편에 서는 이 지검장에 대한 비판적 흐름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이성윤 지검장은 그해 8월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된다. 이 지검장의 처신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었지만 2021년 6월 인사에서는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성윤 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연합뉴스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文 정부의 ‘찍어내기’ 역풍에 대통령 된 尹

그와 대조적이었던 인물이 한동훈 검사장이다. 윤 검찰총장이야 어차피 정권 수사의 지휘자로 찍혔기에 그렇다 쳐도,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의 오랜 측근이라는 이유로 계속 좌천을 당해야 했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문재인 정부의 개국 공신처럼 여겨진 시절도 있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이후 문재인 정부에 미운털이 박히게 됐다.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되더니 5개월 만에 경기 용인 법무연수원분원 연구위원으로 다시 좌천됐다. 그러다 4개월 만에 다시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임 이후 3차례나 좌천 인사를 당한 셈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야 한 검사장은 유배 생활의 수모를 끝낼 수 있었다.

이렇게 검사들이 여야 가운데 어느 한 편으로 분류되고 그에 따라 중용되거나 배제되는 광경은 우리 검찰의 ‘흑역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문재인 정부 시절에 집요하게 계속된 ‘윤석열 찍어내기’에 대한 여론의 역풍 덕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정부가 단행한 검찰 인사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 2년 만에 민정수석실을 부활하고 김주현 민정수석을 임명한 지 엿새 만에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이기에 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직후인지라 그 연관성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이 검찰총장은 김 여사 관련 수사에 대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또 처분할 것”이라며 자신의 임기 내에 매듭지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대통령실과 긴장 관계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던 시점이고, 이 검찰총장의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아 곧 ‘이원석 체제’가 끝나는데도 검찰 고위직 인사가 단행되었으니 배경에 대한 여러 해석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실제로 인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러 의구심이 생겨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의혹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이던 서울중앙지검은 송경호 지검장뿐만 아니라 1·2·3·4 차장검사가 검사장으로 전원 승진하면서 지휘라인이 모두 교체됐다.

송 지검장은 당초에는 윤 대통령 검사 시절에 최측근으로 꼽혔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도 서울중앙지검장 1순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런데 송 지검장이 수사팀 내부 의견을 수용해 검찰 수뇌부에 김 여사 소환 필요성을 건의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송 지검장 교체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부산고검장에 임명된 것을 ‘좌천’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조성된 검찰과 용산 대통령실의 긴장 기류에 대한 책임을 송 지검장이 끌어안게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원석 검찰총장의 참모인 대검찰청 부장(검사장)들은 양석조 반부패부장을 제외하고는 전원 교체됐다. 이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1년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1년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 의미심장한 메시지

반면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 상황에서 대검 대변인을 맡아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 이력의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서 법무·검찰 핵심 보직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떠나게 되어 ‘친(親)한동훈’ 색깔이 엷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단행된 검사장 인사에 대해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여사 수사에 대해서는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는 그의 말은 이번 인사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검찰 인사가 정치적 논란이 따르는 현안 수사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너무 앞서가는 우려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상실했을 때 어떤 폐해가 드러나는지는 우리가 수없이 목격해 왔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가 박해당했다는 평가에 힘입어 대통령이 된 경우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에 당하고 항변했던 일들을 자기 자신이 되풀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검찰총장 윤석열’과 ‘대통령 윤석열’이 달라질 이유는 없다. 윤 대통령의 검찰 인사가 ‘문재인 데자뷔’가 아니기를 바란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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