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소속사 대표, 입장문 내고 “음주 절대 안 했다”
“김호중 아닌 매니저가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제거”
경찰, 사라진 블랙박스 확보 주력…조직적 은폐 시도 수사
뺑소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33) 측이 사고 당일 유흥주점 방문과 운전자 바꿔치기를 모두 인정했지만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끝내 부인했다. 김호중 측은 운전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공황장애' 증상으로 후속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석연치 않은 해명에 "콘서트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쏟아지는 등 여론 반응은 더 싸늘해졌다.
김호중의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는 16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김호중은) 지난 9일 저와 술자리 중이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유흥주점을 방문했다"며 사고 당일 김호중이 소속사 직원들과 주점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김호중의 음주운전 의혹은 재차 부인했다. 그는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고 먼저 귀가했다"며 술자리에 합석은 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호중이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도주한 데 대해 이 대표는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당시 공황(장애)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 듯하다"고 해명했다. 음주운전이 아닌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냈고, 그 직후 공황이 오면서 사고 조치를 못한 채 도주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운전자 바꿔치기'를 인정하며 이는 김호중이 아닌 자신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제가 부탁한 것"이라고 했다.
매니저에게 대리 출석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사고 후 심각한 공황장애가 와 김호중이 사고처리를 하지 않고 차량을 이동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사고의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김호중이 운전하다 사고를 낸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가 사라진 점에 대해서는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한 것"이라며 이 역시 김호중이 개입 또는 실행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모든 게 제가 김호중의 대표로서, 친척 형으로서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며 "현재 사건의 관련자 모두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소속사는 사후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공식 해명에 여론 반응은 더 싸늘해졌다. 네티즌들은 "공황장애 겪는 사람들을 모두 범죄자로 만드는 부적절한 발언", "공황장애 때문에 도주하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콘서트는 어떻게 하나", "거짓이 거짓을 부른다"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사고 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를 받는다.
매니저인 30대 남성 A씨는 3시간여 뒤 사고 당시 김호중이 입었던 옷을 입고 서울강남경찰서에 찾아와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차량 소유주가 김호중인 점, 운전자가 현장에서 도주한 점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판단해 김호중에 거듭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는 사고 17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후 4시30분에서야 경찰에 나왔다.
김호중은 경찰의 집중 추궁이 이어지자 결국 매니저가 아닌 자신이 운전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사고 당일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연락해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가 났으니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한 녹취 파일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라진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에 김씨의 음주운전 의혹을 비롯한 사건 전모를 밝힐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찰은 김씨 소속사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대표와 김씨 매니저 등에 대해서는 범인도피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