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당, 서초구와 강남구에서 민주 비례당보다 더 많은 지지 얻어
이번 총선에서 최대 파란은 조국혁신당 돌풍이었다. 조국혁신당은 4·10 총선 승리의 최대 히어로였다. 조국혁신당 돌풍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누가 조국혁신당을 지지했는가. 당초 많은 사람은 조국혁신당이 ‘조국의 강’에 풍덩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총선 국면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을까. 2월말까지 민주당은 ‘비명횡사 국면’이었다. 총선 패배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2월 5주 차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3%, 국민의힘 40%였다. 민주당이 7%포인트 뒤졌다. 조국혁신당은 3월3일 창당했다. 3월 첫째 주부터 대다수의 여론조사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 총선 국면을 반전시키다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국면은 반전된다. [표1]은 조국혁신당 등장을 전후한 정당 지지율 추이다. 3월 1주 차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1%, 국민의힘 37%였다. 여전히 민주당이 6%포인트 뒤졌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이 6%를 차지하면서 ‘민주당+조국혁신당’ 합계 득표율과 비교하면 국민의힘과 동률이 됐다.
3월 4주 차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9%, 국민의힘 34%다. 민주당은 여전히 5%포인트 뒤졌다. 조국혁신당은 12%다. 민주당+조국혁신당 합계는 41%다. 국민의힘 34%에 비해 오히려 7%포인트 더 많다. 조국혁신당이 등장하기 이전이었던 2월 5주 차에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7%포인트 뒤졌다. 그러나 조국혁신당 등장 이후 3월 4주 차가 되면 민주당+조국혁신당 합계 득표율은 7%포인트를 앞선다. 뒤지던 -7%포인트 격차를 앞서는 +7%포인트 격차로 바꿨다.
조국혁신당은 ‘누구 표’를 더 많이 뺏어왔을까? 얼핏 생각하면 민주당 표를 뺏어왔을 것 같다. 정말 그럴까? 2월 5주 차와 3월 4주 차를 비교하면, 민주당 지지율은 4%포인트 빠졌다. 국민의힘은 6%포인트 빠졌다. ‘민주당+조국혁신당’의 득표율 합계와 비교하면 8%포인트 늘어났다. 민주당에서 더 많이 뺏어왔다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민주당에서 약 절반을, 국민의힘에서 약 절반을 뺏어왔다.
‘중도층의 이동’을 추적해 보면 조국혁신당이 누구 표를 더 뺏어왔는지 더 명징하게 알 수 있다. [표2]는 ‘비례대표 투표정당’ 지지의향 중에서 이념성향이 ‘중도층’인 유권자의 지지율 추이만을 정리한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창당 직후였던 3월 첫째 주에 13%의 정당투표 지지를 받는다. 첫째 주 지지율은 연령으로는 40대와 50대, 지역으로는 호남과 수도권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선명 야당 지지층’이 우선 합류했다.
3월 2주 차부터는 양상이 달라진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은 ‘국민의힘 비례표’를 뺏어온다. 3월 1주 차와 3월 4주 차 중도층의 정당투표 지지율 변화를 비교해 보자. 민주당 비례당(더불어민주연합)의 정당투표 지지율 변동은 +1%포인트였다. 국민의힘 비례당(국민의미래)의 정당투표 지지율 변동은 –10%포인트다. 조국혁신당 지지율 변동은 +12%포인트다. 조국혁신당 지지율 변동 12%포인트 중에서 10%포인트가 ‘국민의힘 비례정당’에서 이동해 왔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던 나경원 당시 후보자는 ‘지국 비조’를 이야기했다. 지역구는 국민의힘을 찍고,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는 유권자가 있음을 지적했다. 지국 비조는 실재했다.
조국혁신당 정당 득표율이 더불어민주연합 정당 득표율을 앞섰던 곳은 서울 지역 중에서도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두드러졌다. 강남구의 경우 조국혁신당 19.3%, 더불어민주연합 14.9%였다. 서초구에서는 조국혁신당 20.3%, 더불어민주연합 15.6%였다.
이에 대한 기존의 해석은 ‘강남 좌파들’이 조국혁신당을 더 많이 찍은 것으로 보았다. 그렇지 않다. 이들은 ‘강남 우파들’이다. 왜냐하면 국민의힘 비례정당을 지지하다가 조국혁신당 지지로 돌아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들은 ‘강남 중도우파’다. 이들은 자신의 주관적 이념성향을 중도층으로 생각한다. 평소에는 국민의힘을 지지했지만 이번 총선 때는 조국혁신당 지지로 돌아선 사람들이다.
조국 대표는 지난 대선 시기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등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총선 승리의 최대 히어로가 됐다. 왜 많은 사람이 조국혁신당 돌풍을 예상할 수 없었을까? 어떤 오류가 있었던 것일까? 3가지 오판이 작동했다.
‘조국당 돌풍’을 예상하지 못했던 3가지 이유
첫째, 선거는 철저하게 ‘상대평가’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반면 레거시 미디어는 ‘절대평가’ 경향이 강하다. 레거시 미디어는 엘리트가 중심이다. 이들은 ‘기자다운 기자’로 훈련받았다. 그게 절대평가 경향이다. 진보언론이든 보수언론이든, 옳고 그름의 잣대로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선거는 철저하게 상대평가가 지배한다. 선거에서 판단의 주체는 엘리트가 아니라 대중이다. 대중의 판단은 달랐다.
둘째, 대중은 ‘인물을 통해’ 정치를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4·10 총선은 윤석열, 이재명, 한동훈, 조국 4명 중에서 ‘누가 더 싫은지’ 혹은 ‘누가 더 좋은지’의 선택이었다. 혹자는 ‘반윤-비명’ 성향의 유권자였고, 혹자는 ‘반명-비윤’ 성향의 유권자였다. 3월 1주 차에는 반윤-비명 유권자층이 조국혁신당에 우선 합류했다. 이들은 선명 야당파였다. 3월 2주 차 이후부터는 반명-비윤 성향 유권자가 조국혁신당에 합류했다. 이들은 ‘강남 중도우파’다.
셋째, ‘역(逆)내로남불 프레임’이 작동했다. 조국 대표가 2심 판결을 받은 것이 오히려 조국혁신당 돌풍의 배경이 됐다. 조국 대표는 수사, 기소, 2심 판결을 받았다. 반면 김건희 여사는 조사도 받지 않았다. ‘처벌받은’ 내로남불이 등장하자 ‘처벌받지 않은’ 내로남불과 대비됐다. 김 여사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격에서 이재명 대표보다 조국 대표가 더 호소력이 있었던 이유다. 조국 대표가 잘못한 것에 비해 너무 가혹하게 처벌받고 있다는 동정론도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