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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성 10명 중 3~4명은 매월 폭음 중
국가 차원 음주 가이드라인 필요

우리나라 20·30대 여자 10명 중 7명은 매월 술을 마시고, 3~4명은 폭음하며, 1명은 고위험 음주자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10년(2012~21년)간 음주 행태를 분석한 결과다. 물론 술을 마시는 사람 중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2~3배 많지만, 그 10년 동안 남자 음주율은 감소했고 여자 음주율은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여자의 음주 증가세가 가파르다. 국가 차원의 음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대국민 홍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의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7명(76.9%) 이상은 최근 1년 이내에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연간 음주자다. 이는 약 25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중 74.2%(남자 82.2%, 여자 63.5%)는 매월 1회 이상 술을 마시는 월간 음주자다. 10년 전인 2012년(74.8%)과 비슷하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면 큰 변화가 보인다. 연간 음주자의 월간 음주율은 10년 동안 남자가 85.8%에서 82.2%로 감소했으나 여자는 60.9%에서 63.5%로 증가했다. 모든 연령 중에서도 20·30대 여자의 월간 음주율이 두드러진다. 20대는 66.7%에서 68.3%로, 30대는 66.2%에서 72.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에 남자 20대의 월간 음주율은 83%에서 75.7%로, 30대는 87.8%에서 81.1%로 낮아졌다.

한 번에 많은 술을 마시는 폭음 비율도 마찬가지다. 월 1회 이상 한 번에 7잔 이상(여자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비율(월간 폭음률)은 45.2%(남자 56%, 여자 31%)다. 음주자의 절반가량이 매월 폭음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월간 폭음률이 남자는 10년 전의 61.7%보다 낮아졌지만 여자에서는 31%로 변화가 없다. 여자 가운데서도 다른 나이대보다 20대(45.4%)와 30대(36.4%)에서 가장 높은 월간 폭음률을 보였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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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먹방 이어 ‘술방’까지 등장

월 8회 이상 폭음하는 사람을 고위험 음주자라고 한다. 즉 일주일에 2회 이상 한 번에 7잔 이상(여자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은 17.1%(남자 23.6%, 여자 8.9%)다. 남자 중에서는 40·50대가 약 29%로 가장 높고, 여자는 20~30대가 10~13%로 가장 높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고위험 음주율은 남자는 하락세(25.1%→23.6%)이고, 여자는 상승세(7.9%→8.9%)다. 

이처럼 20·30대 여자의 음주 행태가 위태롭다. 여자는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남자보다 암, 간경화, 뇌 손상이 더 많이 발생한다. 특히 임신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태어나는 아이에게 태아알코올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뇌가 작은 소뇌증이 발생하고, 뇌의 발달 미숙으로 판단력과 사고력이 떨어져 학습장애를 일으키며, 저체중이나 미숙아로 태어날 가능성도 크다.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음주에 관대한 문화적 특성이 있다. 특히 20·30대 여자 음주율이 높은 것은 도수가 낮은 술이나 과실주 등 주류 상품 개발로 접근성이 좋아지고, 음주에 대한 사회·문화적 수용성도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SNS(소셜미디어)나 OTT(온라인영상서비스) 등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음주 장면이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점도 있다. 유튜브에는 ‘술방’(술을 먹는 방송)까지 등장했다. 술방에서는 폭음·만취·욕설·폭력 등 사회적 문제 장면이 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온 술방 영상 가운데 조회 수 상위 100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99개에서 문제 장면을 발견했다. 2021년에는 90개였다. 청소년 연령 제한을 설정한 채널은 하나도 없다. OTT 콘텐츠에도 음주 장면이 자주 등장하긴 마찬가지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넷플릭스 등 OTT 7곳에서 지난해 방송된 프로그램 96편을 관찰한 결과 음주 장면이 249회 나왔다. 한 편당 음주 장면이 2.5회 등장한 것이다.

국민 47.9% “음주 규제 강화해야”

이처럼 음주는 개인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피해를 준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국민 10명 중 1명 정도는 타인의 음주로 피해를 본다고 밝혔다. 피해 유형도 방화·살인·소란·폭행·성범죄·사고 등 다양하다. 그럼에도 음주 후 우발적 범행에 심신미약을 적용해 형을 감해 주기까지 한다.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개인·사회적 피해에 드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15조원이 넘는데, 이는 비만이나 흡연보다 높은 수치다. 

보건복지부는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권고일 뿐 강제력이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여성가족부도 청소년 유해 매체와 술방 등을 모니터링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OTT 콘텐츠는 TV로 방영되는 영화·드라마와 달리 방송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음주는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음주 행태 개선을 위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음주 조장 환경을 개선하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음주 행태 감시와 근거 강화를 위한 국가건강조사를 지속하고 음주 조장 환경 개선과 취약 집단별 맞춤형 예방 정책 지원 등 음주 폐해 감소 및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관계 부처 간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음주 행태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국민 음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국가 차원의 대국민 음주 가이드라인이 없다. 암예방지침이나 식생활지침에서 술을 적당히 마시라고 할 뿐이다. 외국처럼 대국민 음주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마련해 국민에게 음주 폐해를 교육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의 음주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캐나다 정부는 2011년 마련한 대국민 음주 가이드라인에서 여자는 일주일에 10잔 이하, 남자는 15잔 이하의 음주를 권고했다. 그러나 2023년 새로운 음주 가이드라인 ‘술은 마시지 않을수록 좋다(drinking less is better)’를 마련했다. 소량이라도 술을 마시면 나이, 성별, 인종, 알코올 분해력, 생활습관과 무관하게 건강에 해로우므로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마시지 않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내용이 핵심이다(별도 인포그래픽 참고).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한 음주량이란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적정 음주량 개념도 폐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약간의 음주는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은 이미 낡은 개념이다. 그런데 국립암센터의 대국민 조사에서 한두 잔의 음주는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46.9%나 됐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소량의 음주도 암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고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알코올 관련 직간접 사망자 수는 총 4928명으로, 1일 평균 13.5명꼴이다. 

정부는 이런 음주 위험성을 국민에게 직관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술병이나 포장에 경고 문구를 표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WHO는 술병뿐만 아니라 포장에도 경고 문구를 표시하고 가시성을 높이도록 권고한다. 현재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술병에만 경고 문구를 표시하게 돼있다. 이마저도 형식적이어서 더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이 많다. 국립암센터 조사에서 음주 규제를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 국민의 47.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음주 규제 시행에 필요한 정책 1순위로는 ‘술 광고 금지’를 꼽았고 ‘공공장소 음주 규제’와 ‘음주 위해성 알리기’가 뒤를 이었다. 미국은 많은 주에서 21세 이하 주류 구매, 보유, 음주를 금하며 주류 판매 요일과 시간까지 제한한다. 우리도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규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음주를 규제하는 공공장소가 적고 단속 인력도 부족하다. 금주 구역을 확대하고 모니터링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 

밤에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술 광고

주류업계의 마케팅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술 광고에 아이돌이 출연하고 이런 술 광고가 밤 10시 이후에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은 연예인의 주류 광고를 금지했고, 프랑스와 스웨덴은 TV와 라디오의 술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미국·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은 음주 장소, 시간, 판매까지 제한한다. 핀란드는 온라인 게임에서 술 광고를 규제하고, 노르웨이는 술 마케팅 제한 범위를 무알코올 음료로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심지어 주류업계의 마케팅을 분석해 국민이 제대로 이해하도록 교육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EUCAM(European Center for Alcohol Marketing)이다. 스웨덴·이탈리아·독일·리투아니아가 연합해 만든 이 단체는 유럽 전역의 주류업계 마케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마케팅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주류업계가 ‘책임감 있는 음주는 건강한 생활방식의 일부’라고 마케팅을 하면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러나 EUCAM은 이 문구에 대해 “알코올은 화학적으로 헤로인이나 니코틴과 마찬가지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는 중독성 약물이다. 이는 책임감 있고 사회적이며 행복하고 규칙적인 음주 시민의 묘사와 모순된다”고 반박한다.

국내 금연 예산은 2018년 기준 1438억원인데, 금주 예산은 14.9억원으로 15년째 변화가 없다. 이는 주류업계가 음주 마케팅에 쓰는 비용의 0.16%에 불과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음주 규제 정책은 허약하다. 김광기 교수는 “주류 소비 및 음주 폐해 감소를 위해서는 대국민 음주 가이드라인 개발, 음주 경고 문구 강화, 주류 광고 및 마케팅 규제, 장소·시간적 음주 제한 등 주류 이용 가능성을 제한하는 정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또 음주 취약 집단(흡연자, 홍조증이 있는 사람,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상담과 교육 등 보건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개인이 음주 위험성을 인지하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는 등 음주 관련 건강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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