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물가 안정” 호소에도 업계 ‘도미노 인상’
소주‧맥주‧햄버거‧화장품↑…정부 요청 무용지물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소주·맥주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소주·맥주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에 눈치를 보던 식품‧외식‧화장품 업계들이 잇따라 대열을 이탈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속속 가격을 조정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소주와 맥주부터 햄버거와 일부 화장품 브랜드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1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이날부터 숨‧오휘‧빌리프‧더페이스샵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4~5% 인상한다. 고가 화장품 라인도 마찬가지다. 로레알 역시 이날부터 랑콤‧키엘‧비오템‧입생로랑 등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한다. 품목별로는 3000~5000원가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전날에는 하이트진로가 오는 9일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제품의 출고가는 6.95%, 제로슈거인 ‘진로이즈백’의 출고가는 9.3% 인상된다. 수치로는 병당 100원 미만의 인상이 이뤄지게 된다. 롯데칠성음료 등 다른 소주업체들은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업계 1위 업체가 인상을 시작하면 다른 업체들도 한달 안팎의 시차를 두고 가격을 올려왔고, 인상 요인도 동일하다는 점에서 늦어도 연말에는 가격을 올릴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실제 맥주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출고가 인상 결정 이후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달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6.9% 올렸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지금으로선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전날 ‘켈리’와 ‘테라’ 등의 맥주 제품의 출고가도 평균 6.8% 올린다고 발표했다. 통상 소주 출고가가 100원가량 인상되면 식당에서는 1000원씩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도 주류업체가 출고가를 올리면서 식당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은 기존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 선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류 업계의 출고가 인상 결정으로, 소주와 맥주의 가격이 병당 6000~7000원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소맥 세트(소주 1병과 맥주 2병)’의 가격은 2만원대로 뛰게 된다.
맥도날드가 오는 2일부터 13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3.7% 인상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맥도날드가 오는 2일부터 13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3.7% 인상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맥도날드는 오는 2일부터 13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3.7% 올린다. 대표 메뉴인 ‘빅맥’의 가격은 5200원에서 5500원으로 오른다. 이밖에 맘스터치도 전날부터 닭가슴살 패티를 사용하는 버거 4종의 가격을 300원씩 올리기로 했다. 식품‧유통 업계에선 한 곳에서 가격을 올릴 경우 경쟁사들도 뒤이어 가격을 인상하는 경향을 보인다. 앞서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서울우유 협동조합을 시작으로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이 최소 3%에서 11%까지 가격대를 조정했다. 연쇄적으로 아이스크림과 빵 가격 등도 올랐다. 기업들은 고유가 국면 속 원부자재 비용 상승을 호소하고 있는 터라, 향후 식품‧외식 등 업계의 가격 인상 릴레이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국은 연일 관련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식품업계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부 원료 가격 상승에 편승한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물가 안정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며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해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