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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작가의 산문집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이응준 작가의 존재감은 한국 문화계에서 독특하다. 영화와 소설, 시를 넘나드는 모습은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를 집필한 중국인 작가 다이쓰제(戴思杰)와 비슷하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에는 그런 그의 탐미주의적 성격이 잘 녹아있다. 산문집은 곁에 있는 두 존재의 죽음을 통해 시작된다. 먼저 그가 27세 때 돌아가신 어머니다. 작가는 당시에 대해 “내가 그날 그 저녁 문득 내 정수리에서 빠져나와 발등을 때리곤 데굴데굴 어머니의 병실 바닥을 굴러 침대 밑으로 들어갔던 어떤 그림자 덩어리인 것만 같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죽음은 16년간 함께하다 2016년 그의 곁을 떠난 반려견 토토다. 그 두 죽음은 작가를 또 다른 길로 이끈다.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타인을 위로하고 싶었다.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타인 역시 스스로를 치유하게 되길 기도했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이응준 지음|민음사 펴냄|352쪽|1만8000원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이응준 지음|민음사 펴냄|352쪽|1만8000원
이 책은 그가 토토의 죽음을 겪었던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문학잡지 ‘릿터’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음사 블로그 ‘수필인간’에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했다. 작가는 창작의 배경에 대해 “시는 고통 속에서도 쓰지만 소설은 고통 속에서는 못 쓴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산문이 어떤 영역인지 궁금하게 한다. 확실한 것은 그가 맞닥뜨린 소중한 이들의 죽음이 독자들과 그의 글 속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의 글에는 둘의 죽음 외에도 아버지나 허수경 시인의 죽음에 대한 연민도 담겨 있다. 허 시인은 젊은 나이에 독일에서 쓸쓸히 삶을 마감했다. ‘먹거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독일의 박사학위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한국에서 살지’라는 동정과 글로 남아 여전히 죽지 않는 시인을 위로하며 자신도 글로 살고 있음을 안위하는 게 잘 느껴진다. 죽음과 더불어 작가의 또 다른 메시지는 표제작처럼 외로울 때 호루라기를 불라는 것이다. 들고양이나 코끼리처럼 흔적 없이 죽음을 맞이하지 말고, 주변에 무언가 표식을 남기라는 것은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외로운 신호로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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