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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채 회장 구속 후 쏟아지는 악재에 흔들리는 에코프로
MSCI지수 편입 불발·IPO 일정 차질 불가피 전망

이차전지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역대 최고 실적과 주가 급등, 대기업집단에 편입했던 에코프로그룹이 잇단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가는 연이어 급락했고, 계열사 상장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에코프로그룹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현재 에코프로 악재의 중심에 오너 리스크가 있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최근 구속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5월11일 항소심에서 이동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벌금 22억원을 선고했다. 
에코프로비엠 포항사업장 ⓒ
에코프로비엠 포항사업장 ⓒ연합뉴스

대기업 지정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간불’

에코프로비엠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SK이노베이션과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은 해당 내용을 공시하기 전에 차명 증권계좌로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거래해 11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양극재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용량과 전압 등 배터리 성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연이은 대형 수주에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지난 3년여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2020년 1월2일 주당 5만3000원이던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2022년 6월24일 49만7400원까지 뛰었다. 오너의 갑작스러운 법정 구속 소식에 에코프로그룹은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에코프로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이동채 회장이 대표를 사임한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해왔다”면서 “이번 판결이 에코프로 가족사의 주요 사업 및 해외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이미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지난해 3월 에코프로그룹 임원직에서 사임했고, 이후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에코프로그룹 내부에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에코프로는 이동채 회장이 창업한 후 30년 가까이 손수 성장시킨 회사이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 대송면 출신인 이 회장은 1남 7녀 중 둘째로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대구상업고를 졸업한 그는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야간에 학업을 병행해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삼성그룹에서 잠시 일하다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창업에 대한 꿈이 컸지만, 여러 차례 실패한 끝에 1998년 서울 강남구에 10평 규모의 사무실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으로 환경 관련 사업이 커질 것으로 예측한 그는 흡착제나 필터 등 소재 생산에서 배터리 분야로 사업을 넓혀간다. 2003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에 이차전지 용매를 납품하던 에코프로는 2006년 기회를 맞게 된다. 제일모직으로부터 전구체·양극재 기술·영업권을 사들인 후 이를 바탕으로 하이니켈 양극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에 성공하면서 ‘에코프로 신화’가 쓰이기 시작했다. 에코프로 사정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오너십 부재로 내부가 뒤숭숭한 게 사실이다. 해외 공장 착공 등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산더미인데, 이동채 회장이 수감되면서 사업 속도에 제동이 걸렸다. 기업이 총수 없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면서 “이 회장이 대표직을 내려놨지만, 소유와 경영이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았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던 터라 2심에서 원심 판결이 뒤집어져 이 회장이 구속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이동채 회장의 구속이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의 여파가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다우데이타, 서울도시가스, 대성홀딩스 등 8개 상장기업 주가 폭락이 작전세력과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 사회 유력 인사들이 결탁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끊이지 않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동채 회장 2심 판결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면서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법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동채 회장에 대해 원심보다 더 엄격하게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도 연이어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

에코프로그룹은 이동채 회장 구속 이후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주가가 먼저 흔들렸다. 이 회장이 구속된 5월11일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 대비 9500원(4.1%) 하락한 22만2000원에 마감했다.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4만원(6.78%) 급락한 55만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상승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장 중 한때 3%에서 5%대 강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50분께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급락했다. 연초 10만원에서 82만원까지 급등하며,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에코프로가 속절없이 하락한 것이다.  증권사에서도 연이어 에코프로그룹 주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악재도 악재지만, 단기 급등으로 에코프로그룹 주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수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현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면서 목표주가를 45만4000원으로 낮춘 매도보고서를 발표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 당분간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 BNK투자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등 6개 증권사는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기존 매수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에코프로 주가를 사실상 견인했던 개인투자자들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월 본사 압수수색 등 악재에는 “추가 매수 기회”라며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으나, 주가 과열에 대한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자 버티지 못하고 주식을 던지는 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는 에코프로비엠을 33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4월 순매수 규모(2583억원)의 13% 수준에 그쳤다. 최근 일주일(5월31일~6월5일)로 좁혀보면 개인은 251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주가 고점 신호로 인식한 임원 및 대주주의 주식 매각도 4월 이래 계속되고 있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사장은 5월2일 자사주 2000주를 주당 25만4000원에 장내 매도했다. 약 5억800만원 규모로 4월 에코프로비엠 임직원에게 지급된 자사주 상여금의 절반가량을 처분한 것이다. 박모 에코프로 경영관리본부장(전무)은 그보다 앞선 시점인 4월13일 자사주 1924주를 장내 매각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60만7604원이며 매각대금은 약 11억6903만원이다. 에코프로비엠 2대 주주이자 이 전 회장의 가족 기업인 이룸티엔씨도 4월11일부터 26일에 걸쳐 603억7543만원 상당(20만9000주)의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에코프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편입도 끝내 불발됐다. 전 세계 투자의 기준이 되는 이 지수에 포함되면 기업에 흘러드는 패시브 자금(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투자자금) 규모가 늘어난다. 지수 편입은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 및 유동 시가총액으로 정해지는데, 연초부터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가 이어진 에코프로가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에코프로의 MSCI 지수 편입은 최종 무산됐다. 심사 기준 중 하나인 ‘극단적인 주가 상승’ 조항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동채 회장이 구속되면서 계열사 IPO(기업공개)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에코프로의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한국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IPO를 위해선 질적 심사요건에 따라 한국거래소에서 경영 투명성과 경영 안정성 등을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회장의 혐의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주주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분 구조상 사실상 대주주인 이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도 상장 절차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에코프로 홈페이지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에코프로 홈페이지

에코프로 “회사 경영활동 투명하게 공개할 것”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승인 심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대주주와 관련된 내부통제 리스크가 심사 승인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는 에코프로(지분율 52.78%)다. 에코프로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18.84%)이다. 회사 측은 심사 청구서에 기소 사실을 명시했지만, 구속 판결에 따른 영향 등은 상세히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이 회장 구속과 관련한 소명 자료 그리고 지배구조를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상장 심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에코프로그룹은 이 같은 악재를 수습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청주가 본사인 에코프로는 뒤늦게 최근 서울사무소를 개설했으며, 홍보팀과 법무팀 등에 대한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에코프로 안팎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이동채 회장에 대한 구명활동도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이동채 회장과 관련해서는 회사 입장문을 참조하면 좋겠다. 대기업으로 지정된 만큼 엄격한 기준으로 회사의 경영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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