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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청, 여론 뭇매 맞자 뒤늦게 “사과…재발방지 약속”
잇단 지역축제 ‘바가지’ 논란에 “관광객이 호구냐” 등 돌려

KBS 예능 《1박2일》 출연진들에게 옛날과자를 봉지당 7만원에 판매하려 해 '바가지' 논란을 일으킨 경북 영양군 영양전통시장 상인과 관련해 영양군청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 《1박2일》 영상 캡처
KBS 예능 《1박2일》 출연진들에게 옛날과자를 봉지당 7만원에 판매하려 해 '바가지' 논란을 일으킨 경북 영양군 영양전통시장 상인과 관련해 영양군청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 《1박2일》 영상 캡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관광 수요가 가까스로 회복 길목에 들어섰지만 잇단 '바가지' 논란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지역축제나 전통시장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술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논란에 휩싸인 지자체는 '손절' 선언 등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뒤늦게 사태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7일 경북 영양군에 따르면, 군은 최근 불거진 '옛날과자 바가지'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전날 군청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영양군청은 이번 논란에 대해 "영양군이 축제를 개최하면서 이동 상인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축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또한 영양군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마치 외부 상인만의 문제인 것처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며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거래 질서 확립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4일 방송된 KBS 예능 《1박2일》에서는 '영양산나물축제' 기간을 맞아 영양전통시장을 찾은 출연진들에게 옛날과자를 봉지당(약 1.5㎏) 7만원에 판매하려 한 상인의 모습이 전파를 타며 논란이 일었다. 출연진이 고른 옛날과자 무게를 잰 상인은 봉지당 7만원을 요구했고, 흥정 끝에 결국 과자 3봉지를 14만원에 판매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옛날과자가 소고기보다 비싼게 말이 되나. 도를 넘었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기껏 지역축제 홍보해주러 간 제작진에 바가지라니" "관광객이 호구냐" 등 혹평을 쏟아냈고, 군청으로도 항의가 빗발쳤다. 

영양군은 '외부 상인'이 벌인 일이라며 군과는 관계없다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비난 세례를 자초했다. 

군은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옛날과자를 14만원에 판매한 상인은 영양산나물축제 기간에 이동해 온 외부 상인으로 영양전통시장 상인들과는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기존에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영양군 축제에 합류한 것이어서 관리 책임이 없다는 취지였다.  

군의 해명을 두고 시민들은 지자체가 주관한 축제에서 '바가지 논란'이 불거진 만큼 군청도 관리 및 감독 부실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SNS에서는 "군청이 지역축제 관리를 나몰라라 한다는 걸 실토한 셈"이라며 "앞으로 영양군을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 "이라는 '손절' 여론이 일기도 했다. 

논란이 일파만파하자 결국 영양군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옛날과자를 판매한 상인도 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코로나로 먹고 살기 힘들어 그랬다"며 지나치게 비싸게 과자를 판매한 점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전남 함평군이 함평나비축제 인근 노점상에서 어묵 1만원, 바베큐 한 접시 4만원 등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 음식값' 비난이 일자 공식 사과하며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유튜버 '유이뿅' 영상 캡처
전남 함평군이 함평나비축제 인근 노점상에서 어묵 1만원, 바베큐 한 접시 4만원 등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 음식값' 비난이 일자 공식 사과하며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유튜버 '유이뿅' 영상 캡처

지자체 축제 바가지 논란은 최근 들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수 년간 코로나19로 지역축제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가 올해 들어 마스크 해제 등 방역이 하나둘 풀리면서 전국적으로 행사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모처럼 늘어난 관광객을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지나친 상술과 바가지 요금 잡음이 일면서 죄 없는 상인들까지 유탄을 맞게 된 모양새다. 

전남 함평군도 최근 개최된 나비대축제장 인근 노점상의 음식 바가지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뒤 사과했다. 

앞서 구독자 61만 명을 보유한 일본인 유튜버 '유이뿅'은 함평 나비대축제장 현장을 방문, 노점상에서 파는 음식 가격을 열거하며 믿기 어려운 수준의 지역축제 물가를 소개했다. 영상에서 노점상들은 어묵 한 접시 만 원, 통돼지 바비큐 4만원, 갯고둥 한 컵 5000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영상이 공개된 후 지역축제 물가를 두고 파장이 일었다. 

한 시민은 댓글을 통해 "저도 나비축제에 다녀왔는데 나비는 못보고 바가지 상술만 보고 왔다"며 "고기 몇 점 들지도 않은 바베큐가 한 접시에 4만원인 걸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부실한 볼거리에 실망만 가득했던 나들이었다"고 직격했다. 

이에 함평군은 지난 2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최근 논란이 된 유튜버 영상의 배경이 된 장소는 함평나비대축제가 열린 엑스포공원이 아닌 축제장 인근 개인 소유 땅을 임차해 운영된 야시장(노점상)"이라며 "축제 기간 야시장도 수시로 위생 점검을 했으나, 음식 가격 단속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함평군은 "지역축제 기간 축제장뿐 아니라 인근 업소에 대해서도 위생 및 요금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나비대축제 기간 바가지 요금으로 피해를 본 관광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경남 진해 군항제와 전북 남원 춘향제 등에서도 바비큐를 5만원에 판매하는 등 비슷한 논란은 반복됐다. 

시민들은 지자체가 축제 홍보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기승을 부리는 바가지 요금과 위생 등 종합적인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한다고 지적한다. 축제를 따라 이동하는 상인들이 비싼 '자릿세'를 낸 탓에 음식값을 올려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점도 지자체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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