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인근 야간대기…‘경력 부족’ 이 장관 발언과 배치
집회·시위 없는 대통령 사저 서초에도 2개 기동대 투입돼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1개 부대가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빗발치던 시각, 이태원에서 불과 5분 거리에 투입 가능한 경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참사 당일 경력 운영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집중 감찰이 진행될 전망이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10월 29일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참사 당일 용산에는 집회 대응을 위한 서울청 소속 기동대 3개 부대가 배치됐다. 또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근무하는 야간 대기조 1개 부대를 배치키로 계획했다.
당시 용산 지역에서는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총 4개 단체의 집회·시위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당초 용산 지역 집회 대응에 배치됐던 서울청 소속 기동대 3개 부대가 광화문 집회 대응에 동원됐고, 대신 경기남부청 소속 기동대 3개 부대가 투입돼 오후 8시까지 용산 지역 집회에 대응했다. 당시 4개 집회 중 3개는 예정했던 시간보다 이른 오후 6시를 전후로 모두 마무리됐다.
오후 8시 이후 야간조로 편성된 서울청 기동대 1개 부대도 광화문 집회 대응을 마치고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기 근무를 했다.
112 종합상황실로 인파 사고를 우려한 첫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6시 34분이다. 이태원에 있던 시민들은 긴박한 상황을 알리며 참사 발생 시각인 오후 10시15분까지 112로 총 11번이나 신고했다.
첫 신고 때부터 용산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동대를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참사 전까지 이태원에 투입되지 않은 채 대통령실 인근에서 계속 대기 근무를 섰다.
같은 날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 지역에도 오전 8시부터 2개 기동대가 교대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서초 지역에 예정된 집회나 시위 일정은 없었다. 경찰 지휘부가 이태원 상황을 빨리 판단해 서초 등에 대기 중이던 경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경력 운영 상황은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밝힌 것과 배치된다. 이 장관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되는 핼러윈 축제 현장에 배치할 경력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참사 당시 경찰 대응과 보고 체계, 경력 운영 등이 적절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일단 경찰은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과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총경)을 업무태만 등으로 대기 발령 조치하고 특수본에 수사 의뢰했다.
류 총경은 참사 당일 서울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치안 상황을 검토하고 보고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상황실(서울청 청사 5층) 대기가 필수인 시간에 자신의 사무실(서울청 청사 10층)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17~2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이 전 서장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파출소 일대에서 집회·시위를 관리하고 있었다. 특수본은 집회 관리가 끝난 후 이 전 서장의 동선과 현장 파악 등을 종합해 지휘·감독상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