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지나면 학벌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점점 희석
학점・토익 점수 등 정량적 스펙도 업무 성과와 관련성 낮아
명문대를 나오면 일을 잘할 것이란 생각은 편견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 학벌은 물론 학점·토익 점수 등과 같은 정량적 스펙과 업무 성과 간 관련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교육 시민단체 교육의봄은 15일 ‘학벌·스펙과 업무 성과의 관계 연구 결과 발표’ 심포지엄을 열고 대기업 정규직 신입사원 792명의 5년간 업무 성과 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심포지엄 발제를 맡은 반준석 LG 마그나 인사팀 책임연구원은 학벌을 수능 배치표에 따라 상위 5개 대학을 1군, 20위까지 대학을 2군, 100위까지를 3군으로 나누고 업무 성과를 분석했다.
이에 반 연구원은 “입사 초기에는 명문대 출신이 어느 정도 두각을 드러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벌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희석됐다”고 설명했다. 반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1군 대학 출신 신입사원들은 입사 초기에는 2·3군 출신보다 업무 성과 점수가 높았다. 입사 4년 차부터 3군 출신이 2군보다 더 높아졌고 5년 차에는 2·3군이 1군 출신을 앞지르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학점이 업무 능력에 미치는 영향도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학점에 따라 4.0 이상을 1군, 3.5군 이상을 2군, 나머지를 3군으로 나누고 분석한 결과, 입사 1년 차에는 학점이 높은 사원들의 업무 성과 점수가 높았다. 하지만 2년 차부터 격차가 줄고 3년 차에는 3군이 1군을 앞지르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토익 점수와 업무 성과 간 상관관계도 미비했다. 토익 860점 이상을 1군, 790점 이상 2군, 나머지를 3군으로 나누고 분석한 결과, 입사 첫해부터 1군과 3군의 업무 성과가 비슷하거나 3군이 더 높은 성과를 냈다.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는 “입사자의 학벌·스펙과 업무 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한국뿐 아니라 영미권에서도 찾기 어려운 자료”라며 “많은 기업이 학벌·스펙 중심 채용에서 벗어나 역량 중심의 채용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량 평가 수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