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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편법 검사’가 주변 감염 막기도…검사 체계, 이대로 괜찮나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자가검사키트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자가검사키트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주변에서 확진자가 쏟아진데다 증상까지 발현됐지만 자가진단키트에서 반복해서 ‘음성’으로 뜨고 있어서다. 결국 이들은 정확한 판정을 받기 위해 지인의 ‘가짜 양성 키트’ 사진을 동원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주력하는 사이 방역망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간 20대 직장인 A씨. 그는 확진 판정을 받아내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했다고 토로했다. 기침과 근육통 등 명확한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자택에서 실시한 자가진단키트 검사에선 음성 판정이 나와서다. 현행 방역수칙에 따르면 20대로서 일반관리군에 속하는 A씨는 자가진단키트 음성 판정만으론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자가진단 검사 음성 판정을 받은 지 약 3시간 후, A씨는 치워둔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을 뜻하는 줄 하나가 더 생긴 걸 발견했다. 자가진단키트 안내문엔 30분이 경과해 나타난 검사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A씨는 다음 날 해당 키트를 들고 인근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PCR 검사를 받았다. 보건소 직원들이 자가진단 검사 날짜를 물을까 염려했지만 기우였다. 결과는 확진이었다. A씨는 “맨 처음 자가진단 음성 결과만 믿고 출근했으면 의도치 않은 바이러스 전파자가 됐을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확진자 B씨는 근육통 등 증상 발현 후 자가진단 검사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B씨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앞서 한 친구가 메신저로 공유한 ‘양성 자가진단키트’ 인증 사진을 저장해 선별진료소 측에 제시하고 PCR 검사를 받은 것이다. 자신의 검사 결과가 맞는지, 언제 실시한 검사인지를 묻는 직원은 없었다고 했다. 결과는 확진이었다. A씨와 B씨의 자발적인 ‘편법 검사’가 결과적으론 추가 전파 가능성을 차단한 셈이다.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됐지만 자기진단에서 음성이 나와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했던 확진자도 있었다. C씨는 지난 3일 함께 식사한 지인의 확진 소식을 듣고 8일 간 매일 자가진단 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계속 음성이었다. 7일부턴 증상도 발현됐으나 자가진단키트 음성 판정만으론 PCR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추가 전파에 대한 염려로 개인 연차를 소진해가며 출근을 미뤘지만 결국 이틀은 출근해야 했다. 자가진단키트에 기다리던 ‘두 줄’이 뜬 건 지난 10일. 다음날인 11일 C씨는 PCR 검사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같은 사례가 반복되자 정부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역당국이 현실과 동떨어진 방역수칙으로 시민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A씨와 B씨의 경우, 현행 방역수칙에 따르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없었어야 한다. 추가 전파자가 되지 않으려면 시민들 스스로 편법을 동원해야 하는 거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복되는 자가진단키트 음성 결과에 불가피하게 출근했던 확진자 C씨는 “방역수위를 현실적으로 풀던지, PCR 검사를 자유롭게 받게 해주던지 하나는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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