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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X파일과 함께 밀려오는 3대 위기
반사적 지지의 허상, 메시지 정치의 한계, 애매한 일정의 함정

윤석열 ‘X파일’ 논란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보수 성향의 한 시사평론가가 각종 방송이나 언론에서 발언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의혹을 정리한 내용이라고 한다. 문건의 출처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X’는 수학에서 미지수를 의미한다. 정치와 관련해 ‘미지수’란 의미는 출처 불명이고 내용과 근거는 불확실이다. 약 20여 개의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측근 지인들 관련 의혹, 배우자의 신상과 관련된 의혹, 장모 최아무개씨와 관련된 의혹이라고 한다. 윤 전 총장에 대해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의혹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인사청문회와 국회 발언 기회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해명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어떤 내용이 강조돼 듣게 되는지 여부에 따라, 그리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같은 X파일이라도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와 관련한 문건 정치는 선거판을 휘젓는 ‘악동’ 역할을 해 왔다. 잘 알려진 X파일은 ‘김대업 사건’이다. 이회창 대선 후보의 아들 병역 면제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내용이었다. 이회창 후보는 결국 치명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X파일은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실체적 진실은 대중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직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이나 국민의힘 입당 여부조차 밝히지 않은 윤 전 총장에게 왜 ‘X파일’ 날벼락이 떨어진 것일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최재형, TK에서 7% 지지율로 부각

가장 큰 이유는 ‘궁금증’이다. 윤 전 총장은 보수 야권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유력 대선 후보지만 아직까지 행보가 불분명하다. 그렇다 보니 윤 전 총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는다. 선거 시장과 주식 시장에서 가장 선호받지 못하는 상태는 ‘불확실성’이다.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안’으로 최재형 감사원장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불확실성을 염려해서다. 윤석열 X파일은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규명돼야 할 대상이지만 윤석열 X파일이 야기되는 상황은 위기를 의미한다. 첫 번째로 윤 전 총장을 덮친 위기는 ‘반사적 지지의 허상’이란 점이다. 윤 전 총장이 스스로 만들어낸 지지율이라면 외부 환경이 거칠어져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반사이익에 의한 지지율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에서 검찰 개혁 갈등으로 ‘조·윤 갈등’ ‘추·윤 갈등’을 겪으며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특정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지층은 차기 대선 후보로 윤 전 총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6월1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물어봤다. 전체 응답자의 33.9%는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27.2%는 이재명 경지지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10명 중 6명 이상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그림①). 압도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는 반문(方文) 성향의 응답자 영향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지지율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반사체 지지율은 근거가 사라지면 언제든 없어지는 속성이 있다. 대중의 궁금증에 ‘소통의 지혜’를 가지고 적극 응답하지 않으면 ‘설마’는 바로 현실이 된다. 윤 전 총장이 마주하는 두 번째 위기는 ‘메시지 정치의 한계’다. 윤 전 총장은 대중과 직접 만나 자신의 입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대변인을 두고 있다.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대변인으로 두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선거 유권자 대중은 후보자와 직접 소통을 원한다. 굳이 대변인을 둔다면 후보자와 한몸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대변을 원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한 박지원 국정원장 같은 인물이다. 메시지 정치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특히 보수 야권 후보의 핵심 지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은 지역적 속성상 ‘정치인의 간접화법’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애매한 행보가 ‘X파일’이란 괴물 만들어

PNR과 머니투데이, 미래한국연구소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영남권 경쟁력은 기대보다 약하다. TK에서 윤 전 총장은 38.5%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압도적이지 않다. 이재명·이낙연·정세균 여권 세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윤 전 총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PK 지역도 TK와 비슷한 상태다.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명확히 하지도 않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TK 지역에서 7%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그림②). 다른 후보들이 윤 전 총장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보수층의 본산으로 불리는 지역에서 윤 전 총장은 압도적인 수준과 거리가 멀었다. 보수 야권의 텃밭인 영남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윤 전 총장에게 밀어닥친 세 번째 위기는 ‘애매한 일정의 함정’이다. 윤 전 총장이 언제쯤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할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심지어 윤 전 총장 스스로는 향후 정치 일정을 알고 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우리보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앞서 있는 미국만 보더라도 ‘신비주의 행보’를 하는 대중 정치인은 없다. 왜냐하면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중 정치인은 항상 모든 일정이 유권자와 지지층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대선 출정식을 할 준비가 덜 돼 있고 일거수일투족이 다 공개되는 데 대한 막연한 불편함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의 태도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구체적 행보를 가장 궁금해하는 유권자층은 MZ세대다. 이준석 당 대표 탄생으로 차기 대선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세대는 MZ세대로 보인다. 4월 재·보궐 선거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집단적 세력화의 맛을 본 MZ세대지만 아직 특정 대선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표심을 몰아주지 않고 있다. 피플네트웍스리서치 조사에서 만 18세 이상의 20대는 윤석열 전 총장과 이재명 지사 지지에 거의 차이가 없다(그림③). 30대도 마찬가지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이 길고 깊어지면 윤 전 총장 지지율에 타격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보수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일정한 지지율을 거두는 이유는 이런 윤 전 총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에 대한 불만 정서와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으로 어느 순간 유력 대선 후보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나 아직 윤 전 총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측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은 ‘X파일’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놓았다. X파일의 괴물을 허상으로 만들어버릴지, 아니면 더 흉측한 괴수로 만들지는 오롯이 윤 전 총장이 국민들에게 응답할 ‘소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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