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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영양소 결핍으로 부작용 초래

50대 이후의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삶아 소쿠리나 쟁반에 담아 내오셨던 감자·고구마·옥수수를 기억할 것이다. 먹거리가 부족하던 가난한 시절, 이들 음식은 단골 점심 메뉴이자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흉년이 들어 식량이 부족해 생긴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주곡 대신 소비할 수 있는 농작물을 구황작물이라 하는데, 재배 기간이 짧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고구마·옥수수 등도 훌륭한 구황작물이다.  옥수수는 17세기 이후 중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구마는 1764년 조선 통신사로 일본에 파견됐던 조엄 선생이 대마도에 들러 고구마를 보고 보관법과 재배법을 직접 익혀 부산 영도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감자는 19세기 초에 중국인에 의해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민초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감자·고구마·옥수수가 요즘 들어 다이어트의 단골 메뉴로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감자나 고구마를 이용한 다이어트법이 넘쳐난다. 그렇다면 이들 식품은 다이어트에 효과적일까? 체중 조절을 위해서는 영양소 균형을 맞출 수 있고, 열량이 낮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이 안성맞춤이다. 중간 크기 감자 1개의 열량은 172cal이고 대부분이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다. 중간 크기 고구마 1개의 열량은 186cal이고 대부분이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중간 크기 옥수수 1개의 열량은 131cal이고 역시 대부분이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감자·고구마·옥수수 모두 열량은 높은 편은 아니고, 식이섬유는 풍부하지만 탄수화물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단백질·필수지방산·비타민·칼슘·철분 등 필수 영양소는 결핍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식품만으로 한 끼를 대체하는 다이어트를 한다면 영양 결핍과 근육량 감소로 다이어트 부작용과 기초대사량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시사저널 임준선·우태윤
ⓒ시사저널 임준선·우태윤

다른 반찬과 함께 먹을 때는 효과적

감자·고구마·옥수수를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라 간식으로 먹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간식으로 두 개 정도를 먹는다면 밥 한 공기나 초콜릿 한 장을 먹는 셈이므로 체중 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위험한 간식거리다. 문제는 대중매체에서 감자나 고구마를 이용한 다이어트법을 자주 소개하다 보니 이들 식품을 간식으로 먹을 때 체중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경계심이 적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이들 식품은 열량이 적지 않다는 사실 이외에도 당부하지수(Glycemic load)가 높다는 점도 문제다. 당부하지수는 특정 식품을 섭취할 경우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소화되어 혈당 농도를 상승시키는지를 나타내는 당지수에 평소 해당 식품의 섭취량을 반영한 값이다. 감자든 고구마든 옥수수든 모두 한 개만 먹는다고 해도 당부하지수가 높은 수준으로 나와 혈당과 혈중 인슐린 수치를 높이고 비만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식품으로 분류된다. 체중 조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감자·고구마·옥수수는 과자·빵·아이스크림·초콜릿 등보다 훨씬 건강한 저열량·저지방 간식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체중 조절이나 단순히 살을 뺄 목적으로 식사를 대체해 감자·고구마·옥수수를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겠다. 다만 감자밥·고구마밥·옥수수밥을 해서 단백질을 포함한 다양한 영양소 균형을 갖춘 반찬과 함께 식사하면 건강한 다이어트 식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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