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아이는 친모인 A(22)씨가 이사를 나갈 때까지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살아있는 상태였던 딸을 방치해 둔 채 떠났고, 결국 아이는 무더위와 굶주림 속에 숨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16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초 인근 빌라로 이사하기 전 자신의 딸 사진을 여러 장 촬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사진을 포함한 여러 증거물을 분석해 이사 직전 생존 상태로 촬영된 아이의 사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아이의 상태가 구체적으로 어땠는지는 시신 부검과 추가 증거물 분석을 통해 정확히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휴대전화에 딸의 사진이 여러 장 있었으며, 이 가운데 이사 전에 촬영한 사진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 아동의 존엄성과 관련해 딸의 사진 속 상태 등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아이를 빌라에 방치해 두기 전 이미 아이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아랫층에 거주하는 아이의 외조부모를 포함해 빌라 주변 이웃들이 울음소리 등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진술을 볼 때 친모의 유기 전에도 신체적으로 심각한 상황이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아이가 무더위 속에서 홀로 빌라에 남아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굶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살인 혐의로 구속된 A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재혼한 남자의 아이 출산을 앞둔 상황에서 아이의 양육이 어려워 빌라에 버려둔 채 떠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 남편의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 아이가 (빌라에 방치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6개월 넘게 아이를 방치해 놓고도 아이 앞으로 나온 양육수당과 아동수당 20만원을 모두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평소 자신의 가족에게 숨진 딸과 함께 사는 것처럼 속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A씨가 살던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난 10일 오후 3시께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부패가 진행 중인 외손녀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외손녀가 방치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래 전 A씨와 헤어져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됐던 아이의 친부를 찾아 유전자 검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