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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NASA 독점 풀고 민간에 역할 부여
中, 달 착륙·암석 채취로 기술력 과시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 확대는 기술의 진보에 따른 새로운 투자 대상의 확대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주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 격화라는 복잡한 흐름이 배경에 자리 잡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냉전 기간 우주를 향한 경쟁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대 슈퍼파워의 경쟁이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정찰위성 등 군사적 목적부터 최초의 우주인, 달 착륙 등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장으로서 우주는 경쟁의 대상이 됐다.
1980년대 초반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소련의 전략핵무기를 무력화시키는 별들의 전쟁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이렇게 다시 시작된 군비 경쟁은 상호 위성 파괴를 위한 킬러 위성의 개발로 발전하면서 치열하게 전개됐다. 미국과 소련의 경쟁 과정에서 중국은 한발 떨어져 독자적인 개발전략을 채택했으며 나름의 기술 축적을 달성했다.
중국의 우주 개발 도전과 미국의 대응
미국의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2005년부터 위성 파괴 기술을 본격 시험했다. 2007년 사용이 중단된 기상위성을 요격함으로써 상대방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실증한 중국은 이후 12건의 추가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돌을 통한 위성의 파괴는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내 자신들이 운용하는 위성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인식한 중국은 이후 민간 위성 운영 시스템에 대한 해킹 등을 수행한 것으로 미국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파괴하지 않더라도 통제권을 탈취해 무력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도전에 대해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시기부터 대응에 나섰다. 첨단 기술과 장비를 갖춘 무겁고 비싼 위성을 대신할 수 있는 다수의 저렴한 위성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저렴하고 빠르게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체 개발에도 나섰다. 소형화를 통해 상대방이 파괴하기 어렵도록 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피해가 전체 시스템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분산화에 나섰다. 파괴된 위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위성을 쉽고 빠르게 쏘아 올리는 발사체를 확보해 우주 전력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민간 기술의 적극적 활용이었다. IT 기술 발전에 따라 민간의 기술력이 급속도로 향상됐음을 파악한 오바마 정부는 국방부나 항공우주국(NASA)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체계에서 탈피해 과감하게 민간에 역할을 분배하기 시작했다. 민간기업들에 일정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기준을 충족할 경우 일정 수량의 발사 횟수를 보장해 주는 방식이 도입됨에 따라 많은 미국 기업이 도전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이 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과거에 상상하지 못한 발사체의 회수 및 재활용, 염가형 초소형 위성 개발 등에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군 창설을 지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주군은 2020년 3월 최초의 무기들을 갖추면서 점차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우주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국가 역시 증가하고 있다. 터키, 페루 등도 정찰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자체 개발한 발사체를 통해 군사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인도는 화성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2019년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체계를 시험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3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 발사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달 착륙과 암석 채취에 성공함으로써 기술력을 과시했다. 얼마 전 중국은 우주의 정찰위성을 지상에서 레이저로 공격할 수 있는 5개의 기지를 건설한 것으로 확인된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를 대상으로 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점점 다가오는 ‘우주관광 현실화’
국가 간 경쟁과 별개로 우주를 대상으로 한 민간기업들의 도전 역시 다양화되고 있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우주관광의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민간기업의 투자를 통한 인공위성 기반의 전 세계 인터넷 통신망 구축 및 정보 취득·분석은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랫동안 국가와 정보기관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우주가 민간의 투자 및 경제활동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모습은 과거 1980년대 초반 컴퓨터가 소형화되며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상황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미국 투자자들 역시 2000년부터 시작된 IT 혁명에 이어 우주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예상하면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발사체는 미국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최근에야 독자 발사체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소형 위성에서는 위성 본체, 지상 시스템, 전자광학 탑재체 등을 개발·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터키, UAE 등에 수출하는 등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보급과 더불어 시작된 IT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버블을 초래해 큰 후유증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투자를 통해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들이 새롭게 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현재의 새로운 경제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음을 고려하면 최근의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 및 투자 확대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우주여행의 현실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산업부문의 등장 및 인류의 새로운 영역 진출이라는 관점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