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울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입장 밝혀야”
“피해자 극심한 2차 피해 호소, 추가 고소장 접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 측이 경찰과 서울시 등을 상대로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또한 박 시장 사망 후 피해자가 겪고 있는 2차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2차 가해자에 대해 추가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 및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가 분명하다”며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할 때 국가는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경찰과 서울시가 이 사건에 대해 명백히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경찰은 현재 고소인 조사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은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이며, 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조사단을 구성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있는 행보와 계획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는 사건의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5월부터 피해 사실에 대해 법률 상담을 받았으며, 피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체 포렌식을 통해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현재 이 자료들은 고소와 함께 수사기관에 제출돼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고소 전에도 피해자가 주변에 피해 사실을 털어놨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와 친한 친구 등에게 피해를 털어놓은 적이 있으며,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며 성적 괴롭힘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법률 검토 후 고소인은 7월8일 오후 4시30분경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접수 직후부터 다음날인 9일 새벽2시30분까지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김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모종의 경로로 피고소인(박원순 시장)에게 고소 사실이 전해졌으며, 피고소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4년여의 시간과 다른 부서에 발령이 난 이후에도 범행이 계속됐다”며 “범행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텔레그램 비밀 대화 초대 등”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와 사진을 전송하는 등 성적으로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을 고소한 고소인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직접 작성한 글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고소인은 “긴 침묵의 시간 동안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꿈꾼다”며 “나와 내 가족의 고통의 나날과 일상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해 달라며 2차 가해자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시점을 13일로 잡은 것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너무나 엄중해 2차 피해 중단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다”며 “장례기간 중 최대한 기다리고 발인을 마치고 난 오늘(13일) 오후에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에 피해자의 고소장이라는 문건이 돌았지만 이는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소장과 다르다. 유포자에 대해 처벌해달라는 내용으로 추가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