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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등 한반도 특성, 기후변화로 온도 상승폭 커진 것 등이 요인

6월22일 서울 기온은 35.4도를 기록했다. 1958년 6월24일(37.2도) 이후 62년 만의 불볕더위였다. 이날 제주는 25.8도로 서울보다 9.6도 낮았다. 왜 서울이 제주보다 기온이 높을까. 연평균 기온은 제주가 높다. 제주의 연평균 기온은 15.5도다. 제주는 연안에 난류가 흐르는 까닭에 기온의 연교차가 작은 전형적인 난대 해양성기후를 나타낸다. 서울은 온대에 속하며 아시아 대륙 동쪽 끝에 있어 대륙 동안기후를 보인다. 연평균 기온은 12.5도다. 서울과 제주가 각각 대륙성기후와 해양성기후라는 것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 열대야 일수다. 최근 9년간 서울과 제주시의 열대야 일수를 보면 항상 제주시가 서울보다 많다. 제주시가 해양성기후의 영향을 받기에 습도가 높아 아침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은 대륙성기후이므로 열대야 일수는 제주보다 적지만 폭염 일수는 제주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먼저 여름 기온이 제주가 서울보다 항상 높은지 살펴보자.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서울과 제주의 월별 평균 기온을 보면 대체로 연중 제주 기온이 서울보다 높다. 그런데 놀랍게도 6월의 평균 기온은 서울이 제주보다 더 높다. 서울이 22.2도인데 제주는 21.5도다. 7월과 8월은 제주가 30년 기후통계 기간 서울보다 1도 정도 높았다. 이번엔 평균 기온이 아닌 평균 최고기온을 살펴보자. 6~8월 서울과 제주의 30년간 평균 최고기온을 보면 6월과 8월에는 서울이 제주보다 최고기온이 더 높다. 7월은 제주가 더 높다. 이것은 우리나라 여름 기후의 특성 때문이다. 6월에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장마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제주의 기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7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데 서울은 장마이므로 제주의 기온이 더 높다. 8월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중심이 중부지방으로 올라오면서 가장자리에 위치한 제주보다 서울 기온이 높게 나타난다. 2011~19년 여름철 최고기온을 분석해 보았다. 30년 통계와 같이 6월과 8월의 최고기온은 서울이 제주보다 높다. 7월은 제주가 서울보다 더 높다. 여기에서 핵심은 6월 기온이 최근 들어와서 서울이 제주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30년 평균에서 서울 최고기온은 32도로 제주의 30.6도보다 1.4도 높다. 그런데 최근 9년을 보면 서울이 33도로 제주의 30.5도보다 2.5도 높은 기온을 보이면서 30년 평균보다 1.1도나 더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강한 폭염이 올 때 서울의 최고기온이 제주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서울이 가장 더웠던 2018년 8월2일의 서울 기온은 39.8도였는데 제주는 32.3도로 서울이 제주보다 무려 7.5도나 높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북쪽으로 갈수록 기온 상승폭이 커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6월에 서울이 제주보다 기온이 높은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고 당연한 것이다.
서울 시민들이 따가운 햇볕을 피해 걷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서울 시민들이 따가운 햇볕을 피해 걷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서울 62년 만의 최고기온’은 왜?

그렇다면 6월22일 서울이 62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일사량이 강하고 바람이 약했다. 동쪽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날씨를 보였다. 구름이 없다는 것은 일사량이 강하고 태양 에너지가 강해지면서 기온이 상승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된다. 여기에 고기압 중심에서 바람이 약해 대기혼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된다. 둘째, 동풍의 유입이다. 초여름 중국의 동북 지방에 고기압이 있거나 동해상에 고기압이 있거나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동해로 확장하고 있는 등의 기압배치가 만들어지면 동풍이 분다. 동풍은 태백산맥을 넘어 영서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고온 건조한 공기로 변한다. 서울에 폭염을 가져온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열돔(heat dom) 현상이다. 열돔 현상은 지상 5~7km 높이의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는 경우 발생한다. 고기압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공기가 지면에서 데워진 공기의 상승을 막으면서 열기가 쌓여 마치 뜨거운 반구형 지붕 안에 지면을 가둬놓은 듯한 효과가 나타나기에 열돔 현상이라고 부른다. 넷째, 도시기후다. 도시엔 큰 건축물이 많고 지표면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인다. 녹지공간이 줄어들고 맨땅이 없어진다. 많은 자동차가 운행한다. 공장 등에서 화석연료를 다량으로 사용한다. 배출된 탄소는 온실효과를 발생시킨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기후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기상학에서는 도시기후라고 부른다. 도시기후는 대도시일수록 현저해지면서 열섬(heat island) 현상을 만든다. 올해 1월 남극 기온은 사상 처음으로 영상 20도를 넘었다. 사람이 사는 가장 추운 지역인 러시아 베르호얀스크는 6월20일 38도를 기록해 연교차가 105도를 넘는 기현상을 보였다. 올여름엔 역대급 폭염이 온다는 예보가 있다. 미해양대기청(NOAA)은 올해가 1880년 기상관측 이후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74.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기상기구도 2020년에서 2024년 사이에 가장 무더운 폭염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감안한 폭염 대책 세워야

우리나라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할까. 세계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가 2016년이었지만 우리나라 여름은 2018년에 가장 더웠다. 그러니까 세계가 가장 무더운 해와 우리나라가 가장 더운 해는 일치하지 않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케이웨더는 올여름에 역대급 무더위가 올 것으로 본다. 다만 2018년의 최악의 폭염보다는 평균 기온이 조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기온은 2018년보다 낮더라도 일 최고기온은 2018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올여름은 폭염 속에서 코로나19와 싸워야 한다. 폭염 속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국민이나 방호복을 입는 의료진은 걱정이 많다. 세계기상기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폭염 시즌에 더 크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많은 지역의 경우 심각한 폭염은 대규모 사망자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이 노인들인데 이들은 폭염에도 매우 취약하므로 위험이 증폭될 수 있다. 또 에어컨이 없는 저소득층에서 폭염 희생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도 폭염에 매우 취약하다. 폭염 대책에 코로나19를 가미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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