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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퇴출’ 모터(키움) 이어 라이블리(삼성)·킹엄(SK)·호잉(한화) 등도 보따리 만지작
5월30일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였던 테일러 모터가 웨이버 공시되면서 올 시즌 ‘퇴출 1호 외국인’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모터는 영입 직후부터 많은 전문가와 팬들로부터 퇴출 1순위 외국인 후보로 꼽혔던 선수였는데, 끝내 이런 평가를 뒤집지 못했다. 그는 10경기에서 타율 0.114(35타수 4안타)·1홈런·3타점에 그치는 등 심각한 부진을 보였고, 강점으로 꼽혔던 3루 수비에서도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사실혼 관계의 여자친구가 격리시설에 대해 남긴 불만을 담은 SNS를 공유해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으며, 팀내 화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으로 메이저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가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라 외국인 선수 교체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자를 해외에 파견하기도 어렵고, 설령 파견하더라도 선수가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어 몸 상태 파악이 어렵다. 또한 영입을 확정하더라도 국내에 들어올 때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현재 소속팀이 없는 ‘다크 나이트(뉴욕을 대표하는 투수라는 뜻)’로 불리는 맷 하비나 올스타 유격수 에디슨 러셀 같은 메이저리그 대스타 출신 선수들이 사실상 유일하게 시즌이 진행 중인 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알려지며 많은 팬이 퇴출 외국인 대체 후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10개 구단 총 30명의 외국인 선수들 중 현재 퇴출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라이블리와 킹엄 부상에 구단 “얼마나 기다려야…”
올해도 어김없이 몇몇 외국인 선수가 벌써부터 부상에 신음하며 퇴출설이 나오고 있다. 좌측 옆구리 근육 파열로 빠진 삼성의 투수 벤 라이블리와 팔꿈치 뭉침 증세로 이탈한 SK의 투수 닉 킹엄이 그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해 후반기에 덱 맥과이어의 대체 선수로 합류해 좋은 모습(9경기 4승, ERA 3.95)을 보였던 라이블리는 올해 많은 전문가로부터 호성적을 거둘 것으로 평가받던 선수였다. 삼성도 라이블리에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근육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5월22일 경기에서 단 한 타자만을 상대하고 교체됐다. 복귀에 최소 8주 이상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 지난해 말 보여준 모습을 믿고 있는 삼성은 라이블리의 교체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부상이 더 길어진다면 삼성의 입장이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의견이다. 라이블리보다 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선수는 킹엄이다. 김광현과 산체스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줄 것이라는 큰 기대를 받으면서 올해 새롭게 KBO에 입성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단 2경기 등판에 그치고 있다. 당초 10일 정도 쉬면 되는 가벼운 부상으로 알려졌으나, 부상 복귀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검진 결과상으로는 이상이 없지만 선수 본인이 계속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 캐치볼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염경엽 SK 감독이 6월16일 대체 외국인을 알아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특히 SK는 지난해 브록 다익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물밑에서 빠르게 움직여 대만에서 뛰고 있던 KBO리그 출신 헨리 소사로 전격 교체하며 재미를 봤던 전력이 있다. 킹엄이 계속 통증을 호소한다면 분위기 반등이 필요한 SK가 교체 결정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의견이다.‘효자 용병’에서 하루아침에 골칫거리로 전락한 호잉
겨우겨우 18연패에서 탈출한 한화도 ‘효자 용병’ 호잉이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호잉은 한화에 처음 합류했던 2018 시즌 타율 0.306에 30홈런, 23도루, 110타점을 기록하며 팀에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선물했던 선수다. 특히 2루타 47개를 기록하며 역대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2루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여기에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한화 팬들에게 ‘복덩이’로 불리는 등 애정을 독차지했고, 2019년 다소 부진한 성적에도 올 시즌 연이어 한화와 함께할 수 있었다. 지난해 타율 0.284에 18홈런, 22도루, 73타점을 올린 그는 연봉이 삭감되었지만 다시 한번 재계약에 성공하며 장수 외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호잉은 호타준족의 대명사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장점만큼 약점이 명확한 타자였던 호잉은 각 구단 전력분석원들의 집중 분석으로 올해 유독 약점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팀 타선 약화까지 더해지며 호잉에게 집중 견제가 쏟아지고 있어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호잉의 교체에 대해 말을 아꼈고, 한화 구단도 공식적으로는 교체와 관련해 진행되는 바가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호잉의 뚜렷한 약점이 이미 상대팀들에 간파됐고, 18연패에 지친 팬들도 외국인 타자 교체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한화 구단 또한 외국인 타자 후보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 구단 내부적으로 외국인 선수 후보 명단을 작성하는 것은 연중에도 수시로 일어나는 통상적인 일이지만, 올해가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대거 방출된 상황이고, 그중에서 한국 무대에서 뛸 의사가 있는 수준 높고 젊은 선수가 있다면 상황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외국인 선수라는 표현이 보편화된 상태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선수들은 ‘용병’이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외국인 선수들은 분명 핵심 전력이지만 당장 경기를 뛸 수 없다면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인식이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해도, 완벽히 없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과연 라이블리와 킹엄, 그리고 호잉은 이번 시즌 끝까지 KBO리그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자신들의 부상 관리와 약점 노출이라는 물음표들을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