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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익환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장 “10만 명 감염될 수도…세포 배양 백신 개발해야”

지금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 감염자가 6월에 10만 명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6월3일 현재 누적 확진자는 1만1590명이다. 이 전망대로 지금보다 10배 이상 많은 감염자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대책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경고하는 메시지임에는 분명하다. 세포 배양과 백신 개발 전문가인 김익환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장(생명과학부 교수)은 5월29일 시사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시뮬레이션했더니 감염자는 6월 10만 명, 7월 최대 180만 명으로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의 상태가 그만큼 위태롭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생물방어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생물 테러를 준비하는 것을 바이오디펜스(biodefense·생물방어)라고 한다. 생물방어연구소는 북한의 생화학전에 대비해 연구하는 조직으로 2015년 창립했다. 한국에 배치되는 미군은 천연두와 탄저균 백신을 맞는다. 북한의 생화학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실제로 탈북 병사의 혈액에서 천연두 항체가 검출된 바 있다. 백신을 맞았다는 얘기다. 우리 군은 백신을 맞지 않는다. 또 김정남이 VX(신경 독극물)로 20분 만에 사망했는데 그때 전문가들은 북한의 생화학 수준에 경악했다. 북한은 VX를 두 개 물질로 분리해 두 사람이 각각 그 물질을 김정남의 피부에 발랐고 그 두 물질이 결합하면서 독성을 나타냈다. 그 정도로 북한의 생화학 수준은 세계적이다. 만일 드론으로 생화학 물질을 살포하면 우리 군은 속수무책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R0값(재생산지수·외부 개입이 없고 모든 사람이 면역력이 없는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환자 1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값)이 있다. 이 값이 1보다 작으면 감염병은 사라지지만 1보다 크면 확산한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진 미국과 이탈리아는 이 값이 최고 6까지 치솟았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당시 국내 재생산지수는 2.3이었다. 우리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하게 해서 그 값이 1 이하로 떨어졌다. 그런데 현재 재생산지수는 약 2~3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당시와 비슷한 수치지만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지역이 인구가 많은 수도권이어서 더 엄중한 상황이다.”

6월 감염자가 1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재생산지수를 포함한 현재 상황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6월 10만 명, 7월 180만 명으로 감염자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사례에서도 봤듯이) 1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늘어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물론 이 분석에는 우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라는 단서가 있다.”

이 분석이 현실로 나타날까.

“메르스와 사스 유행을 겪으면서 우리는 경험을 쌓았고 또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무언가를 할 것이므로 실제 감염자는 1만5000명에서 2만 명 선에서 통제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정부는 이 분석 결과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정부에 전달했나.

“최근 보건복지부 국장을 만났는데 그는 이런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 정부는 감염자 3만 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다고 했다. 나는 최소 국민의 1%, 즉 50만 명이 감염되는 상황을 가정해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과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수도권의 집단감염이 심상치 않다.

“바로 그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같은 재생산지수 값 2라도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구 인구는 약 250만 명이지만 수도권은 10배 이상 많은 약 2500만 명이다. 감염병은 인구에 비례하므로 수도권에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

만일 감염자가 속출하면 우리 의료체계는 감당할 수 있나.

“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병실을 3만 명이 아니라 10만 명 이상을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대구 집단감염을 통해 훈련한 것처럼 수도권 교회나 지역사회 시설 등을 이용해서라도 증상이 경미한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소를 준비해야 한다. 또 감염자가 급증하면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에크모(인공심폐장비), 산소호흡기, 투석기 등 의료장비가 부족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때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1월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후 2월초 그 전파 속도가 다소 주춤했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 모두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상징적 행보로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는 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데 정부는 그때 방심했다. 그러자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금도 그런 징조가 보인다.”

어떤 징조인가.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벽하게 지켰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침대로 국민은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2m 거리를 두면서 투표했다. 그런데 정작 정치인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개표할 때 각 당사에 정치인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선거 결과를 지켜보는 모습을 보였다. 당선이 확정되면 서로 부둥켜안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들의 모습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자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면 국민은 무의식적으로 안심하게 된다. 게다가 정부는 총선을 안전하게 치른 점을 대내외적으로 선전했다.”
5월26일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시사저널 박정훈
5월26일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시사저널 박정훈

정부가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것을 어떻게 보는가.

“신규 확진자가 10명대로 줄어들자 4월말 경제 살리기 행보가 본격화됐다. 그래서 연휴에 국민의 마음이 풀어졌고 그때 젊은 사람들이 서울 이태원 클럽에 갔다. 총선이 도화선이 됐고 정치 지도자들이 불을 지핀 결과다. 정부가 5월6일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것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재난지원금이다. 자영업자를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취지는 좋지만 그 돈을 8월까지 써야 한다는 점이 최악이었다. 그때까지 돈을 써야 한다는 조급함에 국민은 이곳저곳으로 몰렸다.”

그렇다고 경제를 포기할 수도 없지 않은가.

“경제를 살리는 행동은 옳다. 그러나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더라도 요령이 필요하다. 예컨대 재난지원금 사용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면 그렇게까지 사람이 몰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학생의 등교수업은 어떻게 보는가.

“학교는 문을 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은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중엔 교사의 통제를 받으니 다행이지만 아이들이 화장실에 갈 때, 방과 후 삼삼오오 모여 집으로 가는 시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부모가 동행한다든지. 물론 바이러스 전파를 100% 막을 수는 없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국민에게 현재의 심각성을 알리고 강한 권고를 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소리 소문 없이 번지는 게 문제 아닌가.

“이른바 ‘깜깜이’ 감염자가 7.6%인데 이것은 무서운 수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를 모른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천지 대구교회 1번 환자, 서울 이태원 클럽 1번 환자, 거짓말한 학원 강사 등의 파급 효과다. 이런 무증상 감염이 집단감염의 씨앗이 된다.”

정부가 수도권의 고위험 시설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는데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어디인가.

“노래를 부르는 곳이 위험하다. 말할 때 비말이 1~2m 퍼진다면 노래할 때는 10m 이상 날아간다. 특히 성악가가 노래할 때는 비말이 20m까지도 튄다.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성가대가 노래를 부른다. 큰 교회 공간에서는 그나마 괜찮을지 몰라도 성가대는 연습할 때 좁은 곳에서 하기 때문에 비말이 방 전체를 덮고 의자와 사물에도 묻는다. 나도 종교인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종교인이 일부 있어 걱정이다. 또 콜센터도 종일 말하는 곳이다. 비말이 퍼지지 않도록 박스형 장치를 만드는 등 환경을 바꿔야 한다.”

일반인이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해 왔다.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무엇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아야 한다. 식당도 맛집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없는 우리 주변 식당을 일부러 찾는 것이 어떨까 한다. 감염 위험도 줄이고 자영업자도 도울 수 있으니 말이다.”

백신 전문가로서 코로나19 RNA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

“치료제로 눈길을 끄는 렘데시비르는 미국 연구에 따르면 사망률을 3% 낮추고 치료기간을 약간 앞당기는 정도다. 즉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보조제 역할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당시 전파를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20%가 백신을 접종하면서부터였다. 현재 세계 100여 개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시도 중이다. 그 가운데 최근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RNA 백신이 눈길을 끈다. RNA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데다 인체 세포 내로 전달이 잘 안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 RNA 백신이 나오지 못한 이유다. 백신이란 70% 이상 항체가 생겨야 의미가 있다. 이번 RNA 백신 임상시험 결과는 일부에서 항체가 생겼다는 정도로 이해한다.”

DNA 백신도 개발 중인데 기대할 만한가.

“DNA 백신도 현실화된 것은 없으며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 (DNA나 RNA와 같은 유전물질을 세포나 생체에 주입하기 위한 운반체로) 바이러스 벡터(주로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므로 안전하다. 그러나 효과 면에서 문제가 있고 DNA 백신을 주사했을 때 세포의 크로모좀(염색체)에 삽입되면 암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백신이 가능한가.

“전통적인 세포 배양 백신이 있다. 죽은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만드는 것이다. 천연두 백신도 천연두 바이러스를 포름알데히드로 죽여 만들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포름알데히드로 죽이면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이 변형된다. 스파이크 변형 없이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법으로 감마선을 제안한다. 탄저균에 감마선을 쪼였더니 표면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그 백신 개발은 하지 않고 있나.

“아직 이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 않다. 감마선이든 독성 가스든 어떤 식으로든 바이러스를 죽이면 백신 생산은 어렵지 않다. 신종플루 당시 우리는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에 기반시설도 있다. 실험실 검증은 6개월이면 가능하므로 지금으로서는 가장 빠르게 백신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백신은 항체 유지 기간도 중요한데.

“RNA 백신은 유효기간이 6개월 이하다. RNA는 분해가 빨라 일시적으로 항체를 만들기 때문이다. 세포 배양 백신은 RNA나 DNA 백신보다 효과가 오래간다. 중국은 RNA, DNA, 세포 배양 백신 모두 개발 중이다.”

정부가 하려는 인구 면역도 조사는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학술적으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미국처럼 10만 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면 모르겠는데 국내는 1만 명 조금 넘는 수준이다. 또 감춰진 감염자가 확진자보다 10배 이상 많으면 그런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감염자 추적이 대부분 가능하다. 인구 면역도 조사를 위해 샘플링하고 항체 검사하는 데 인력과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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