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인 부친으로부터 '알짜기업'을 물려받은 사주 A씨는 억대 슈퍼카 6대를 회사 명의로 사들인 뒤 본인과 전업주부인 배우자, 대학생 자녀 2명 등 일가족의 자가용으로 이용했다. A씨 일가가 굴린 '가짜 회사차'는 총 16억원에 이른다.
A씨는 또 27억원 상당의 고급 콘도를 회사 명의로 취득해 가족 전용 별장으로 썼다. 법인카드로 명품 구매와 해외여행을 다녔다. 이에 더해 해외 거래처로부터 원재료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위장계열사를 차린 뒤 불필요한 수수료, 이른바 '통행세'를 받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을 유출했다.
친환경 소재 관련 기업 사주 B씨는 총 13억원 상당 스포츠카 2대를 사들여 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가 각각 자가용으로 사용하게끔 제공했다. 이들은 약 80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도 회사 명의로 취득해 가족 주거용으로 사용했다. 배우자와 자녀는 법인카드로 명품을 구입하면서 고급 유흥업소를 드나들었고, 이같은 생활을 SNS에도 수시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A씨나 B씨처럼 고가 수입차를 회사 명의로 취득한 뒤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근무하지도 않은 가족을 명의만 등록해 고액 급여를 지급해 세금을 탈루한 기업인 등 '대자산가' 2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평균 자산은 1426억원으로 나타났다. 자산 구성은 주식이 평균 1344억원이었으며, 금융자산과 부동산이 각각 52억원과 66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자 24명 중 9명은 법인 명의 총 41대, 102억원 상당의 슈퍼카를 굴리고 있었다. 그중 1명은 7대를, 2명은 6대를 사실상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 명의의 업무용 차량은 취득·유지 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게 돼 있어 회사는 법인세를 덜 내고, 사주는 회삿돈으로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누린 것이다.
국세청은 아울러 전업주부 배우자, 유학 중인 자녀, 고령 부모 등 근무하지 않은 사주 일가를 직원으로 꾸며 고액 급여를 지급한 15명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이들이 가족에게 지금까지 지급한 허위 급여는 1인당 평균 21억원에 이른다.
한 유명 식품 프랜차이즈업체 사주 C씨는 80대 후반 부모와 자신의배우자, 자녀를 임직원으로 이름만 등재하고는 5년간 총 45억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자녀의 유학 지역 인근에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자녀를 임원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현지법인에 외환을 송금해 자녀의 유학 비용과 고급주택 임차 비용 등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자녀가 귀국한 후에도 계열사를 통해 2년 동안 4억원가량의 거짓 급여와 용역비를 지급했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 24명의 탈루 사실을 살피는 과정에서 위장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매출 누락에 의한 회사자금 유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변칙 증여 등 탈세 혐의도 함께 포착해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조사를 마친 유사 사례를 보면, 유명 생필품 업체의 사주 D씨는 배우자 명의의 서류상 회사를 설립한 후 원재료 매입거래 과정 중간에 끼워 넣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아 이익을 빼돌렸다. 이렇게 빼돌린 이익을 전업주부인 배우자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해 슈퍼카 구매와 인테리어 비용 등에 지출했다. 또 25억원 가량을 원가 명목으로 빼돌린 뒤 자녀 명의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주식을 사들였다.
국세청은 D씨와 회사를 상대로 법인세, 증여세, 소득세로 100억여원을 추징하고 법인과 사주를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사주와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전반,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검증할 계획"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증빙자료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 세금 포탈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