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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 매장 속출, 상장 일정 타격 등 피해 일파만파…총수 리더십도 흔들

“지금 영업하고 있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형 유통매장들이 속절없이 뚫렸다. 확진자가 다녀간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은 방역을 위해 줄줄이 임시휴업에 돌입했다. 휴업이 해제돼도 타격은 현재진행형이다. 영업이나 방역 여부를 물어오는 고객들 전화가 빗발치지만, 정작 매장은 한산하다. 이런 현실은 ‘확진자 동선’에 나와 있지 않은 매장들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유통 대기업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 승계 등 현안이 있는 기업들의 분위기는 완전히 가라앉아 있다.  시사저널이 유통가 피해 현황을 집계한 결과 2월27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등으로 임시휴업 조치를 취한 이력이 있는 대기업 유통매장은 대형마트 23곳, 백화점 14곳, 면세점 4곳 등 총 41곳에 이른다. 보건 당국의 확진자 방문 사실 통보와 곧 이은 매장 폐쇄로 고객들이 쇼핑 도중 황급히 귀가하는 사례가 실시간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휴업 매장이 가장 많은 곳은 이마트다. 국내 8번 확진자가 다녀간 전북 군산점(1월31일~2월2일)을 시작으로 13곳이 임시휴업을 단행했다. 롯데마트는 6곳, 홈플러스는 4곳이 임시휴업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한 추가 휴업장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 불안을 덜기 위해 매장 소독을 자주 하고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할 수 있는 대응책은 다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이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2월7일 오후부터 문을 닫자 같은 건물의 롯데면세점 손님들이 직원 안내를 받으며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이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2월7일 오후부터 문을 닫자 같은 건물의 롯데면세점 손님들이 직원 안내를 받으며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41개 유통매장 ‘코로나 휴업’ 

대형마트 매장 한 곳당 하루 평균 매출은 3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 2회 의무휴업에 ‘코로나 휴업’까지 겹치면서 손실액은 더욱 커지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2월19일 이후 마트 생필품 매출이 반짝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불안 심리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봄 장사를 앞둔 백화점도 초상집 분위기다. 백화점의 경우 휴업 시 매출 손실이 일평균 20억~3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방역 작업과 영업 재개 후에도 텅 빈 백화점 매장 사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 매출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고 있는 곳은 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 서울 명동본점은 같은 건물을 쓰는 롯데백화점이 확진자 방문으로 2월7일 오후부터 문을 닫으면서 9일까지 함께 휴점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하루 평균 매출이 200억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틀 반나절 동안 어림잡아 500억원대 매출이 증발한 셈이다.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제주점, 롯데면세점 제주점도 이달 초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며 각각 2월2~6일 문을 닫았다. 2월 한 달간 면세점업계 전체의 피해 규모는 100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눈앞의 매출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중국 내 상황이다. 면세점업계는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힌다 하더라도 진원지인 중국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매출 회복도 요원하다.  사실 유통가의 실적 부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전에도 대기업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업계 위기는 경제계 핫이슈였다. 구조조정 등으로 타개책을 모색하던 중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이다.  ‘유통 공룡’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2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감소하는 등 사업 부진이 계속되자 결국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롯데쇼핑 내 백화점과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 개 점포 가운데 30%인 200여 개 매장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마트와 슈퍼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10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의 주력 사업인 이마트도 지난해 영업이익(1507억원)이 전년보다 67.4% 줄었다. 지난해 2분기엔 창사 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대표를 조기 교체했다. 아울러 실적을 내지 못하는 전문점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난 한 해 영업이익(2922억원)도 18.1% 줄어들었다.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가면서 변신이 더뎠던 유통 대기업들은 궁지에 몰렸다.

실적 부진 넘어 리더십 위기 

실적 부진과 코로나19라는 이중 악재가 터진 현 상황은 관련 유통 대기업 총수들의 리더십까지 흔들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즉 신동빈 회장 중심 체제 구축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 일정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질 조짐이다. 면세사업 부문 수익 악화로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가 떨어져서다. 일본의 한 한국 기업 전문가는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일본 롯데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신 회장의 계획에 대해서도 일본 내 회의론이 많은데 상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면세사업 실적 부진이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악화하는 모습”이라며 “일본에도 확진자가 많긴 하지만, 일본인들이 (상황이 더 심각한) 한국 여행을 피하면서 한국 내 롯데 면세점, 호텔 이용 등도 현저히 줄어들 거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코로나19 사태 속 대구·경북 지역 이마트에 마스크 우선 공급, 성금 지원 등 특유의 인플루언서 기질을 발휘하곤 있으나, 정작 경영상 묘수는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마트의 한 간부 직원은 “지난해 대표의 갑작스러운 교체 때부터 회사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회사가 정 부회장 리더십과 결정에 많이 의존하는 구조인데, 사업 재편 소식만 들리고 이렇다 할 성장동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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