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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착한’ 여론조사의 3가지 조건…대표성·객관성·과학성 확보해야
전화면접과 전화자동응답 조사방식의 차이
먼저 ‘착한’ 여론조사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대표성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국민 전체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조사 성격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해서도 안 되며 대통령의 반대층 의견만 물어서도 안 된다. 국민 전체의 의견이 골고루 대표성 있게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만 19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실시하는데 인구비례에 맞도록 표본이 추출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 특정 세대, 특정 성별에 치우치지 않도록 표본이 선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마치 잘 섞인 국물처럼 무작위로 표본이 섞일 수 있도록 구성한다. 정기적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모두 성·연령·지역 인구비례에 맞게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한다. 그럼에도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두 조사기관의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15~1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또는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긍정 평가는 39%, 부정 평가는 53%였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긍정 평가는 4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52.3%였다. 두 조사의 부정 평가는 거의 비슷했고 정치 성향이 중도층인 응답자들의 평가 결과 역시 두 조사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두 조사 모두 ‘착한’ 여론조사가 되기 위한 ‘대표성’ 확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 조사의 긍정 평가 차이는 ‘대표성’ 문제보다는 조사방법(전화면접과 전화자동응답)의 차이 또는 보기 구성의 차이로 이해된다. 실제로 리얼미터와 유사한 조사 설계로 실시된 알앤써치의 10월21~22일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의 결과는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40%가 갖는 상징성 탓에 한국갤럽의 결과(39%)에 대해 언론이 지나치게 ‘40% 선이 무너졌다’는 점을 강조한 측면이 있었고, 이런 요인이 두 기관의 결과 차이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평가 척도의 차이가 결과 값 다르게 하기도
‘착한’ 여론조사가 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객관성’이다. 조사의 객관성이란 응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문이나 보기가 최대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은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평가 수준을 답하는 보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는지 또는 잘못하고 있는지 긍정과 부정으로만 딱 잘라서 물어보는 방식이 있다. 한국갤럽은 대체로 이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 이와는 달리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매우 잘하고 있는지, 대체로 잘하는 편인지를 묻는 방식이 있다. 물론 부정 평가는 매우 잘못하고 있는지 또는 대체로 잘못하는 편인지를 묻게 되는 것이다. 이런 평가 척도의 차이가 결과 값을 다르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한국리서치가 9월26일~10월2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는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한국갤럽 쪽에 가깝다. 두 조사의 결과가 완벽하게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객관성’은 결국 어느 쪽이 가장 중립적으로 대통령의 평가를 질문하고 응답하는 방법인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많은 정치 및 사회 현안 조사에서 ‘객관성’ 있는 질문은 ‘착한’ 여론조사의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착한’ 여론조사가 가져야 하는 조건은 ‘과학성’이다. 여론조사는 과학적인 조사방법과 과학적인 통계 처리를 통해 얻어지는 최종 값이다. 조사방법론에 맞는 질문 구성과 대표성 있는 표본 추출, 면접원의 특성이 최소화되는 조사 진행(면접원에 의한 전화조사), 조사방법에 따른 오차가 최소화되는 진행(질문 녹음을 통한 자동응답조사)이 되어야 한다. 마무리된 조사 결과는 목표한 인구비례할당에 맞는지 확인되어야 하고 필요시 가중 처리 후 최종적인 결과가 구해져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조사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전혀 없어야 하거나 최소화되어야 한다. 과학적인 방법에 따른 검증된 결과라야 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게 된다. 쉽지는 않지만 대표성, 객관성, 과학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믿음을 주는 ‘착한’ 여론조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