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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의 세계적 두 석학 ‘수명 150년’ 놓고 내기 화제
‘현대판 불로초’ 가시권에 들어왔다

세계는 ‘현대판 불로초’를 찾고 있다. 구글이 2013년 설립한 바이오기업 칼리코는 노화 원인을 찾아 인간 수명을 500년까지 연장하는 목표를 세우고, 벌거숭이두더지쥐와 효모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몇몇 과학자는 이미 ‘노화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았고, 사람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시사저널은 ‘인간 수명 150년’을 두고 내기한 두 석학의 사례를 중심으로 노화 치료제 개발 현주소를 진단했다. 또 건강 장수를 위한 실천법과 시니어 르네상스 시대 흐름에 대해 알아보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이종현
현재 19살짜리 우리 아이는 150살 생일을 맞을 수 있을까? 이는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세계 학계의 비상한 관심사다. 이 관심은 1999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편의 기고에서 시작됐다. ‘노화 치료제’를 사용하면 인간이 150년을 사는 시대가 올 것이고, 지금도 150살이 된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쓴 사람은 현재 미국 앨라배마대 장수연구소 소장인 스티븐 오스타드 생물학과 석좌교수다. 그는 “약물이나 식이요법으로 더 오래 사는 방법을 찾고 있고, 이미 수십 가지 후보 물질을 동물실험을 통해 찾았다. 물론 동물실험 결과가 모두 사람에게도 똑같이 나타나진 않더라도 인간 수명 연장에 효과적인 방법이 나올 것”이라며 “예컨대 50대를 앞둔 사람에게 특정 약물을 투여하면 150살까지 살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븐 오스타드 미국 앨라배마대 생물학과 석좌교수 ⓒ 미국 엘라배마대
스티븐 오스타드 미국 앨라배마대 생물학과 석좌교수 ⓒ 미국 엘라배마대

오스타드 교수 “노화 치료제로 수명 30년 연장 가능”

기네스북에 기록된 세계 최장수인은 1997년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인 진 칼망(여)이다. 미국노인학연구그룹에 따르면, 현존하는 세계 최고령자는 올해 116세 일본인 다나카 가네(여)다. 이 외에 비공식적인 최고 수명은 146세(인도네시아), 128세(러시아), 119세(미국), 119세(볼리비아) 등이 있다. 이런 수치를 보면, 19살짜리 우리 아이가 150년을 사는 게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오스타드 교수의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인 제이 올샨스키 미국 일리노이대 공중보건학부 교수는 당시 그 기고를 읽은 후 “오스타드 교수는 미쳤다”며 “이전 사람은 물론이고, 지금(2000년) 태어나도 150년을 살 순 없다”고 반박했다.  갑론을박하던 두 석학은 2000년 출생자 중 2150년까지 생존한 사람이 나오는지를 두고 내기를 했다. 이들은 각각 150달러씩 신탁예금을 하고 매년 일정액을 내기로 했다. 이 금액은 이자까지 붙어 2150년 약 5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2150년 1월1일 150살을 맞은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해 이기는 쪽 후손에게 그 상금을 주기로 학계 공증까지 받았다.  ‘인간 수명 150년’에 두 석학이 내기를 건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 당시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1861~1999년 스웨덴의 인간 수명 관련 논문이 내기의 기폭제가 됐다. 1750년대 40년이던 수명은 1990년대 50년, 2000년대 80년으로 증가했고, 이 추세라면 2364년 150살 인간이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인간이 150년을 산 기록은 없다. 1900년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기록은 110년이고, 2000년대엔 122년이다. 미래에 수명 30년을 연장할 수 있을지가 학계 논란거리가 됐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00년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2150년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스타드 교수는 인간 수명이 150년을 넘길 것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2017년 미국 스탠퍼드대 장수센터와 TED 강연에서 “1세기 전만 해도 그 당시 평균 수명보다 30년 이상을 더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보면 30년 수명 연장은 불가능하지 않다”며 “현재도 150년을 산 사람이 생존해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2150년에 150살 생일을 맞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자동차 램프가 고장 나면 고치고, 엔진도 정비하면 차량 수명이 늘어나듯이 인간 수명도 의학적 개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노화 치료제’에 있다. 의학이 발전하는 만큼 인간 수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와 일본의 수명 추이는 인간 수명과 의학적 발전의 관계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1940년대 마다가스카르와 일본 사람의 수명은 60대 초반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현재 마다가스카르의 평균 수명은 62세로 70년 전과 비슷하지만,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의학이 발전한 일본은 82세로 20년가량 증가했다. 


가시권에 들어온 현대판 불로초 ‘노화 치료제’

실제로 많은 과학자가 노화를 늦추는 물질을 찾으려고 했고, 이미 몇몇 특정 물질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대표적인 물질이 라파마이신과 메트포르민이다. 라파마이신은 장기 이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거부반응을 예방하는 면역억제제이자 항암제이고, 메트포르민은 2형 당뇨병 치료제다.  과학자들은 1970년 이스터 섬의 토양 미생물에서 특정 물질을 발견했는데, 현지인이 이스터 섬을 부르는 말 ‘라파 누이’를 따서 라파마이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물질의 원래 용도는 곰팡이나 무좀균 등을 제거하는 항진균제였다. 1977년 이 물질이 면역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1999년부터 면역억제제로 사용하고 있다. 또 항암 효과도 밝혀져 항암제로도 이용하고 있다.  이후 이 물질이 쥐·초파리·선충 등 여러 동물에서 수명 연장 효과를 보인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매트 케블라인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2016년 라파마이신이 노화를 막는다고 발표했다. 20개월짜리 생쥐에게 90일간 라파마이신을 투여하자 수명이 연장됐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60세 노인이 140살까지 생존한 셈이다. 라파마이신이 세포 성장을 멈추는 결과를 가져와 노화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이다.  메트포르민은 1920년 유럽에서 수백 년 동안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한 특정 식물의 성분(구아니딘)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합성 약물이다. 2009년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쥐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노화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사람으로 치면 수명이 10~20년 더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물이 어떻게 수명을 연장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미토콘드리아에 영향을 줘서 염증을 억제하고 산화로 인한 손상을 줄임으로써 세포 노화를 지연한다는 게 학자들의 추정이다.  이어 2014년 국제 학술지엔 메트포르민을 꾸준히 복용한 환자의 사망률이 다른 약물을 복용한 사람이나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도 실렸다. 현재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수명 연장 효과를 덤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이를 확인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니르 바질라이 미국 앨버트아인슈타인의대 교수는 201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메트포르민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을 시작했다. 70~80세 3000명을 대상으로 약 6년 동안 진행하는 연구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라파마이신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메트포르민은 확실히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 그러나 현미가 좋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듯, 이 약도 일부에서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생 인간 수명을 연구해 온 두 석학이 명예를 건 내기를 하고, 수많은 과학자가 노화 치료제를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배경은 수명을 늘리는 기존 방법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수명은 줄지 않고 꾸준히 늘었다. 일부 국가의 기대 수명은 이미 100년을 넘어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출생자의 기대 수명은 일본 107세, 미국 104세, 독일 102세 등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노벨미디어가 서울에서 ‘다가오는 고령사회’라는 주제의 국제포럼을 열었던 2017년, 인구통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로빈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교수는 그 포럼에서 “지난 200년 동안 인류의 생존 곡선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장수 혁명’이 2015년부터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2015년은 인간이 142세까지 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해다. 
제이 올샨스키 미국 일리노이대 공중보건학부 교수 ⓒ 제이 올샨스키
제이 올샨스키 미국 일리노이대 공중보건학부 교수 ⓒ 제이 올샨스키

올샨스키 교수 “노화 치료제 있어도 150년은 불가능”

지금까지 수명 연장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위생이었다. 영국의학저널(BMJ)은 2007년 의사 3000명을 포함한 전문가 1만1000여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저널이 발간된 1840년 이래 인류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의학계의 중요한 업적을 묻는 조사였는데, 항생제·마취·백신·유전자 이중나선 구조 발견과 같은 노벨상 수상 업적을 제치고 ‘상·하수도’가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위생과 질병 예방·치료로 인간 수명을 늘리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했다. 예컨대 수명을 단축하는 요인 1위인 암을 정복해도 인간 수명은 4년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친다. 여러 연구 끝에 학자들은 인간 수명 연장의 최대 걸림돌로 노화를 지목했다. 과거엔 노화를 자연적인 생리현상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고혈압·심장혈관 질환·당뇨·암 등 다양한 만성 질환의 위험인자 1위가 노화다. 노화는 극복해야 할 질병인 것이다.   2150년에 150세 인간이 나올 수 없다고 전망한 올샨스키 교수도 앞으로 노화를 늦추는 방법이 개발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는 그동안 “획기적으로 인간 수명을 연장할 돌파구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개발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더라도 2000년 또는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 150살까지 사는 데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2000년 출생자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2130년 이전에 사망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 노화 파괴 물질 ‘세놀리틱’에 주목

과학자들이 세놀리틱(senolytic)에 주목하고 있다. 세놀리틱은 Senescence (노화)와 lytic(파괴하다)을 붙인 합성어다. 노화 세포만 골라 죽이는 물질이라는 말이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은 2015년 세놀리틱 물질 두 가지를 찾아냈다. 하나는 백혈병 치료제(다사티닙)이고, 다른 하나는 케일이나 크렌베리와 같은 식물에 있는 성분(케르세틴)이다. 이 두 가지를 병행하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네이처 의학지에 발표한 생쥐 실험 결과에 따르면, 노화 세포를 생후 6개월 된 젊은 생쥐에게 투여했더니 쳇바퀴를 달리는 속도, 매달리는 시간, 발가락의 쥐는 힘, 활동성, 먹이 섭취량 등이 정상 쥐보다 확실히 떨어졌다. 노화 세포가 젊은 생쥐를 급격히 늙게 만든 것이다.  이후 연구팀은 사람으로 치면 60대에 해당하는 20개월짜리 생쥐에게 세놀리틱(다사티닙+케르세틴)을 투여했더니 노화 세포가 제거됐다. 또 사람으로 치면 75~90세에 해당하는 24~27개월짜리 생쥐에게 세놀리틱을 주사했더니 생쥐의 평균 수명은 191일로 대조군(일반 생쥐)의 140일보다 평균 36% 길어졌다. 곧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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