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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은 3편을 위한 지루한 ‘징검다리’에 그쳤다

당연한 기획이었다. 황금알을 낳아주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건,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로서는 직무유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코믹스에 잠들어 있는 영웅들을 끊임없이 소환해 생명 연장의 꿈을 이어 나가고 있는 히어로 영화들을 보라. 《해리포터》 외전 격인 《신비한 동물사전》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그럼 그렇지,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던 건 이 때문이다.

허들은 있었다. JK 롤링의 집필이 끝난 상황에서 무엇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나. 거대하고도 충성도 높은 《해리포터》 팬덤을 충족시킬 작가가 있을까. 열쇠는 《해리포터》가 그랬듯 JK 롤링이 쥐고 있었다. 워너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 학생들의 교과서로 등장했던 ‘신비한 동물사전’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여기에 JK 롤링이 직접 시나리오에 참여하면서 워너가 프랜차이즈로 새로 론칭한 《신비한 동물사전》은 그 누구의 의심 없이 ‘해리포터 유니버스’ 안으로 안전하게 편입됐다. 그렇게 지난 2016년 치러진 《신비한 동물사전》 1차 무대는 엄청나게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포터 월드’의 가능성을 세상에 충분히 알렸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총 5편으로 기획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두 번째 챕터다. 1편이 시리즈의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이번 편에 남다른 관심이 쏟아진 건 당연하다. 캐릭터 이미지나 클립 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팬들의 열혈 댓글이 달린 것이나, 수현이 연기한 내기니 캐릭터에 쏟아진 인종차별 논란 역시 이 선상에서 논의될 수 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깊이를 갖추지 못한 캐릭터

그러나 모습을 드러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안타깝게도 다소 지지부진하다. 전편에서 이미 주요 캐릭터 통성명을 마쳤으니 이번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이 영화는 여전히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가 너무 많다.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애드 레드메인)를 비롯해 1편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4인방이 충분한 서사를 부여받지 못하고 배회하는 사이, 전편에서 4인방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던 크리덴스(에즈라 밀러) 역시 이젠 조금 넘친다 싶을 정도로 여전히 ‘나는 누구인가’에만 집착할 뿐 제자리걸음을 걷는 인상을 준다. 이 와중에 새롭게 등장한, 뉴트의 호그와트 동문인 레타 레스트랭(조 크라비츠)이 가문의 중요한 키를 쥐고 동분서주하나 감정 변화의 충분한 동기를 부여받지 못하면서 매력에 탄력을 입지 못한다. 저마다 사연은 있는데, 사연들이 깊이를 갖추지 못하면서 그 누구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달까.

그리고 젊은 덤블도어(주드 로). 주인공 뉴트를 밀어내고 그린델왈드(조니 뎁)가 제목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만큼, 그린델왈드와 과거가 복잡하게 엉켜 있는 덤블도어가 이번 편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리란 기대가 모인 바 있다. 게다가 이를 연기한 배우들이 조니 뎁과 주드 로 아닌가. 이들 사이에서 파생될 끈끈한 긴장감과 감정의 파고가 일찍이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영화는 아직 이들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성사시킬 마음이 없다. 다음 시리즈를 위해 아껴둔 것이라고 이해하기에도, 둘 사이가 너무 겉만 돌다 끝나버린 것 같아 맥이 빠지는 편이다. 내기니 캐릭터도 영화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그려지고 있어, 개봉 전 인종차별 논란이 살짝 무색하다.


《해리포터》 세계관 모르면 높은 진입 장벽

결론적으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1편의 동어반복에 그친다. 캐릭터 역시 사연 소개에 힘이 분산되면서, 온전한 작품으로서의 재미보다 다음 편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에 머물고 말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쯤이면 과연 134분 분량에 할애할 정도의 서사였나 하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물론 긴 러닝타임이 문제라는 게 아니다. 그 시간을 채우는 스릴과 흥분이 너무 희미하다는 게 문제다. 시리즈 안에서 자립된 재미를 보장받기엔, 기승전결이 너무 평이하다.

이 영화에서 정작 힘겨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건 마법사들이 아니다. 그건 팬들의 ‘덕력’이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1편을 미리 복습했다고 해서 즐길 수 있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이 텍스트를 온전히 느끼려면 적어도 지난 《해리포터》 유산들을 미리 섭렵해야 한다. 포터 유니버스 안에 위치한 작품이니만큼 기존 팬이라면 《해리포터》와의 연계를 찾는 쏠쏠한 재미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진입장벽이 꽤 높게 느껴질 것이다. 전개가 너무 설명적이라는 점에서, ‘덕력’이 강한 팬들 사이에서도 호오가 갈릴 공산은 커 보이지만.

그나마 이번 편에서 서사적으로 전진한 건, 그린델왈드의 뚜렷해진 야심이다. 그는 순수 혈통의 마법사를 규합해 노마지(인간)를 비롯한 비마법사들을 탄압하려 한다. 이는 약자와 소수자를 배척하고 ‘순수한 자’들이 힘으로 지배하는 세상을 꿈꿨던 《해리포터》의 악당 볼드모트의 이념적 성향과 맞닿아 있다. 인종차별주의와 파시즘이다. “네가 사랑하지 못할 괴물은 없을 거야”라는 핀잔마저 듣는 뉴트가 그린델왈드의 만만치 않은 적이 될 것은 예상 가능한 그림이다. 그리고 이는 《해리포터》 기존 세계와의 밀착감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할 키워드다.

다만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이러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해리포터》 시리즈 시절에 비해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해리포터》와 《신비한 동물사전》 사이, 우린 수많은 매력적인, 그러니까 선과 악의 희미한 경계에 선 악당들을 만나왔다. 그린델왈드의 성향은 볼드모트뿐 아니라 《엑스맨》의 매그니토, 《혹성탈출》의 코바, 몇몇 마블 등장 인물들과도 겹친다. 현대사회의 이슈를 이입한 이러한 정치적 캐릭터 자체가 더 이상 독보적인 매력이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젠 악당도 차별화돼야 먹고사는 시대다.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의 빌런 타노스가 무시무시한 존재인 이유는 그가 손가락 하나 튕겨서 우주 절반을 가루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힘을 자신의 야욕을 위해 휘두르지 않는다. 인류 절반이 소멸해야만 우주가 균형을 이루어 지속 가능하다고 믿는 소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악당은 희귀하다. 점점 동기가 두툼해지고 있는 악당들 사이에서 적어도 지금까지 그린왈데가 보여주는 동기는 이전 캐릭터들의 반복에 머무르는 모양새다. 적이 매력적일수록 서사는 풍부해지는 법이다. 《신비한 동물사전》만의 매력을 보여주려면 이에 대한 필살기, 대립되는 두 집단 사이의 매력적인 관계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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