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 진행자가 직접 말한 그들의 저력…“BTS의 친절함이 영향 미쳤다고 생각한다”
유엔에도 BTS가 떴다. 방탄소년단이 9월24일 낮 12시경(현지시각) 뉴욕 맨하탄 유엔 본부에서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 중 ‘피겨 여왕’ 김연아가 지난해 11월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유엔에서 연설한 적이 있다. 다만 케이팝 가수가 유엔 연사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시사저널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유엔 본부를 둘러봤다. 건물 약 200m 바깥부터 경찰에 의해 모든 길이 막혀있었다. 한 경찰은 “73차 유엔총회 때문에 10월5일까지 관람 목적의 방문이 중단된다”고 했다. 주변 도로 역시 통제돼 차량은 물론 사람들도 길을 돌아가야 했다. 현장에서 특별히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발견할 순 없었다.
“방탄소년단의 유엔 연설은 역사적 순간”
기자는 멀리 유엔 본부가 보이는 장소에서 리포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 때 한 서양인이 다가와 “방탄소년단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미국 라디오 방송국 ‘웨스트우드 원’의 방송진행자 스톡스 닐슨(Stokes Nielson)이었다. 닐슨은 “방탄소년단이 지닌 한국 문화 특유의 친절함(kindness)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거듭 “이들의 유엔 연설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닐슨은 “이에 대해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방탄소년단의 어떤 점이 전 세계 청년들을 움직였다고 보나” “한국 음악이 세계로 더 뻗어나가기 위해선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 등의 질문을 했다. 닐슨은 본인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스톡스 앤 프렌즈(Stokes & Friends)’를 통해 방탄소년단을 수차례 다룬 바 있다. 그가 소속된 웨스트우드 원이 내보내는 라디오 방송은 매주 평균 2억4500만 명의 사람들이 듣는다고 알려져 있다.
“유엔에겐 전 세계 청년 호령하는 BTS가 필요하다”
그밖에 외신도 일찍부터 방탄소년단의 유엔 연설에 주목했다. 9월20일 CNN은 “BTS가 케이팝 그룹 최초로 유엔에서 이번 주에 역사의 새 순간을 쓸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통신사 스푸트니크는 9월21일 “BTS의 유엔 연설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가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CBS는 9월23일 “고리타분한 유엔에 BTS가 활기를 불러올 것”이라며 “전 세계 15~25세 청년들을 호령하는 이 특별한 케이팝 보이밴드와 젊음이 유엔에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탄소년단의 유엔 연설은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가 청년들을 위해 후원하는 행사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의 한 순서로 진행됐다. ‘RM(랩몬스터)’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멤버 김남준이 방탄소년단 대표로 나서 약 7분간 영어 연설을 했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인생에서 수많은 실수를 했다. 난 결점도 많고 두려움도 크다”며 “하지만 난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점차 스스로를 사랑(love myself)하게 됐다”고 했다. ‘love myself’는 지난해 11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손잡고 시작한 글로벌 캠페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김남준은 또 “진정한 사랑은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유엔 고위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해 방탄소년단의 연설을 들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찾은 김정숙 여사는 방탄소년단 바로 옆에 앉았다. 연설은 유엔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