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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로 쓰는 침향의 향기만으로도 정신 맑아져

 당태종 이세민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신하들에게 종이를 나누어주고 수시로 간언을 받았다. 그 내용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벌을 주는 일은 없었다. 위징(魏徵)은 벼슬을 하는 동안 300회 이상 간언을 했다고 한다. 당태종은 위징이 죽은 후에 고구려 원정을 나갔다가 참패하고 돌아오면서 겸연쩍으니 한마디 했다. “위징이 살아 있었더라면 전쟁을 말렸을 텐데”라며 반성하고 위징의 묘비를 다시 세워줬다.  당태종이 어느 날 신하들의 업무보고를 받으려고 할 때였다. 높고 낮은 신하들이 전부 조정에 모여 아침 문안 인사부터 시작했다. 흐뭇한 마음에 둘러보다가 한 신하가 가슴에 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자네, 그 주머니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 신하는 “부족한 신하가 이제 환갑이 다가옵니다. 몸이 약하여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주머니에 무엇을 넣었기에 노인의 체력을 보충해 준단 말인가. 궁에 있는 어의원에서 그를 위해 향주머니를 만들어주었는데 그 안에는 침향(沈香)·단향·계피 등 귀한 보약이 들어 있었다. 가슴에 달고 있으면 향이 은은하게 퍼져 뇌로 올라가서 정신을 맑게 해 준다는 이야기였다.  약재를 달여서 마시거나 환으로 만들어 쓰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향기로 치료하는 사례가 있다. 당나라 선종 때 황제가 한약을 복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도 황기를 달여 머리맡에 놓고 향으로 치료했다. 《산해경(山河經)》에는 향기가 나는 풀을 차고 다녀서 병을 물리친다고 돼 있고, 좋은 향이 있는 약재는 지니고만 있어도 그 기운이 몸으로 흡수되는 효과가 있다. 침향은 한의학에서는 뇌를 맑게 하는 명약으로 본다. 필자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왕자는 “우리 왕가의 가풍은 침향을 왼편에 호신강기로 지니고 다닌다”고 했다. 역시 왕족이 사용하는 귀품은 침향이었던 것이다.  이시진(李時珍)은 “침향은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증상을 치료하고, 기가 위로 치솟고 천식으로 호흡이 급한 증상을 치료하며, 대장이 허(虛)해서 생기는 변비, 기울(氣鬱), 기허(氣虛)로 인하여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증상을 치료한다. 남성이 양기가 부족할 때 사용한다”고 했다. 침향나무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의 열대 및 아열대 우림지대에서 자생한다. 팥꽃나무과에 속하며, 높이가 20~30m나 된다. 약재로는 침향나무의 수지가 굳은 것을 사용한다. 침향나무 목질부가 상처를 입거나 썩으면 스스로 자생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수지가 생겨난다.  《동의보감》에도 침향은 “성질은 뜨겁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다. 나쁜 기운을 없애고, 명치끝이 아픈 것을 멎게 한다.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성 기능을 높이며, 토하고 설사할 때 도움이 되고 찬바람으로 마비된 증상,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치료한다. 침향은 여러 가지 기운을 돕는데 위로는 머리끝까지 가고, 아래로는 발밑까지 가기 때문에 다른 약제의 기운을 도와준다”고 적혀 있다. 침향은 불로장생의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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