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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이 틀렸거나, 치료가 적절하지 않았거나, 효과가 불만일 경우
이 환자는 왜 치료를 받았는데도 낫지 않았을까?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한다. ① 진단이 틀렸을 가능성 ② 진단은 맞았으나 치료가 적절치 않았을 가능성 ③ 치료 효과는 있었는데 환자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 환자가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서 치료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①번, 즉 진단부터 틀렸다면 치료법도 적절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진단을 정확하게 해서 최선의 치료법으로 바꾸면 나을 확률은 높아질 테니 필자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그래서 필자는 환자에게 이런 질문을 건넨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도 효과가 없었다고 하셨는데, 치료받고 하루 이틀이라도 좋아지기는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증상이 심해진 건가요? 아니면 치료를 받으나 안 받으나 증상이 똑같이 변하지 않았나요?” 만약 전자라면 진단은 맞았지만 치료가 적절치 않았거나 아직 좀 더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후자라면 혹시 진단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 진단이란 ‘환자에게 특정 증상을 유발한 원인을 찾는 일’을 뜻한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치료했다면 설령 증상이 완치되지는 않았어도, 어느 정도는 개선됐을 것이다. ②번, 즉 진단은 정확했으나 치료방법이 적절치 못하거나 충분히 치료받지 않은 경우인데, 예를 들어 적어도 세 번 정도는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를 단 한 번 받아보고 효과가 없다고 병원을 옮기는 환자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하거나 적절한 횟수로 치료하면서 지켜보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치료를 했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하면 다른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가끔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증세가 심한 상황인데도 비수술적인 치료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환경적·심리적 문제 때문에 수술을 거부해서다. 주위 사람들에게 ‘수술하면 큰일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나, 또는 부모님 간병 때문에 수술할 수 없는 경우, 수술하면 실직을 당할 처지인 경우도 있다. 환자가 수술을 원치 않으면 수술을 강행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비수술적인 치료법 중에서 차선책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경우 아무래도 치료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③번, 즉 치료 효과와 환자의 기대치에 괴리가 있는 경우인데, 환자들은 치료받으면 금방 완치되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치료해도 완벽하게 좋아지지 않는 경우는 많다. 예를 들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고 해서 예전과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다. 못 걸으니까 걸을 수 있도록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환자가 수술했으니 젊은 시절로 돌아가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를 바랐다면 실망도 클 수 있다. 사전에 치료법을 선택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의사와 환자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의사가 해 줄 수 있는 것과 환자가 기대하는 결과가 어느 정도는 맞아야 치료에 대해 서로 만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