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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춘희 세종시장 “행정중심 복합도시 넘어 행정수도로 완성해야”

 세종시는 출범부터 특별했다. 지금까지 다른 신도시들은 산업단지나 주거 기능을 분담하기 위해 배후도시 기능을 수행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분당의 네 배가 넘는 면적의 논밭에 자족 기능을 갖춘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작업이었다. 도시 구상부터 건설 과정, 행정 정책까지 모든 게 새로웠다. 하지만 행정기관 이전, 그에 따른 주택 공급에 일정을 맞추다 보니 특별한 차별성을 갖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허허벌판에 행정수도에 버금가는 도시를 계획한 인물이다. 세종시 건설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2003년 신행정수도추진지원단장을 맡은 이후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냈다. 도시 구조부터 공원, 도로 설계 등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했기 때문에 세종시 현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이 시장은 세종시가 각종 지표 면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세종시 발전을 위해선 행정수도 개헌이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을 11월28일 세종시청 집무실에서 만나 세종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시사저널 최준필

 

국무조정실을 비롯한 행정기관이 처음 세종시로 옮긴 지 5년이 됐다.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세종시 인구가 현재 28만 명으로, 출범 당시보다 17만 명이나 늘었다. 이 가운데 18만 명이 신도심(행정중심 복합도시) 인구다. 최근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가조사에서 시정평가 부문과 주민 생활만족도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종시에 대한 시민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도 큰 변화다. 하지만 세종시를 기획했던 입장에선 행정수도로서의 기능, 명품도시 건설 목표치에는 50%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세종시는 미완성 과제이자 불완전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미완성 과제를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무원 정착 문제나 행정 비효율 문제, 더 나아가선 위헌 결정에 따른 위축 효과 등이다. 행정기관이 청와대나 국회와 떨어져 있어 엄청난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공무원 출장비를 포함해 행정·사회적 비용만 2조8000억~4조88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2004년 ‘관습헌법’이란 납득하기 어려운 헌법재판소 결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청와대 제2집무실이나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헌재 결정에 위배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관습헌법을 성문헌법에 근거할 수 있도록 행정수도에 관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거나 행정기관 이전, 수도 역할 분할 등은 법률에 의해 규정하도록 헌법을 만드는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대선 당시 행정수도 완성에 대해 여러 차례 약속하셨다. 내년 개헌안에 행정수도 문안을 포함시켜 세종시를 둘러싼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헌재 결정 당시엔 반발 여론이 많지 않았다.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한 것 같다.

 

“현재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찬성 여론이 더 높았다. 국민 여론도 찬성이 과반을 넘어섰고, 시간이 지날수록 찬성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4년 헌재 결정 당시엔 말도 안 되는 우려가 많았다. 세종시가 만들어지면 수도권 인구가 대거 이탈해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세종시가 만들어진 뒤 서울 집값이 떨어졌나. 이미 세종시가 건설돼 있기 때문에 재정 문제도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 그룹에서도 행정 비효율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이라도 수도권 과밀 문제를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대전이나 충북 등에서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KTX 세종역 문제가 충북과의 갈등 탓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은 옳지 않다. 현재 인구와 경제성 등을 면밀히 따진 결과다. 제2경부고속도로 노선 문제도 변경은 어렵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당연히 자기 지역에 인접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세종시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나 발생하는 문제다. 오히려 인근 지자체장들과 원활히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 세종시 블랙홀 문제도 마찬가지다. 초기엔 세종시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지만 도시가 성장하면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 기능만으로는 세종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시는 행정기능뿐 아니라 자족기능을 확충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첨단산업단지를 만들고 대학 유치를 적극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도심뿐 아니라 소정면과 전의면에 첨단산업단지, 미래산업단지를 만들었다. 전동면에는 녹색신교통산업단지를 조성해 경제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세종시 장점을 최대한 살려 유망 중소·중견기업도 적극 유치할 예정이다.”

  

주민들 사이에선 교통 문제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 문제에 대해선 익히 잘 알고 있다. 세종시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 체계를 갖추려고 설계했지만, 아직 BRT(간선급행버스) 체계가 자리 잡히지 않아 발생하는 과도기적 문제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버스 배차 간격도 수도권에서 살던 사람들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에서도 예산을 대폭 늘려 세종도시교통공사를 설립하는 등 대중교통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빨리 가는 문화보다 ‘사람이 먼저인 안전도시’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신도심 지역은 공공자전거 ‘뉴 어울링’을 대폭 늘리고, 보행자 중심의 교통 체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역지에선 ‘이춘희 시장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더라.

 

“아직 임기가 반년 이상 남은 상황이다. 벌써부터 내년 선거를 언급하는 것은 시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시정에 전념하면서 공약을 완성하고, 무엇보다 행정수도 개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재 역할이라고 본다. 재선에 대한 의사는 내년 봄에 분명히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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