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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주민 불만 1순위는 교통과 물가…인근 지역 갈등도 해결 과제

 “도시계획이라는 것은 벽돌과 콘크리트, 그리고 유리를 사용해 도시를 만드는 일을 다루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그 자체로는 의미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편리하게 이동하고, 편안하게 거주하며, 그 도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런던대학교 역사학자인 피터 홀(Peter Hall)은 도시 설계와 관련해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이를 기준으로 세종시 도시계획을 평가한다면,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우선한다. 적어도 주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종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또 세종시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일까. 
40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했다. 세종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출퇴근 교통 정체와 비싼 물가 문제를 불만사항으로 꼽았다. © 시사저널 최준필

 

‘보행자 중심 도시’의 꿈, 그리고 현실

 한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최아무개 사무관은 매일 걸어서 출근을 한다. 그가 근무하는 정부세종청사 5동까지 직선거리는 1.6km, 이동거리는 2.4km에 불과하지만 아침에 출근하는 데 35분 정도 걸린다. 날씨가 아주 덥거나 추울 때, 비나 눈이 내릴 땐 출퇴근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자차를 이용할 순 없을까. 물론 그도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교통정체다. 승용차를 타도 30여 분이 걸린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걷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간선버스인 ‘꼬꼬버스’를 타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출근시간대 서울 강남의 도로보다 더 막힌다는 게 최 사무관의 설명이다. 세종시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공통된 불만사항으로 출퇴근 시간대 교통정체를 꼽았다. 세종시에는 큰 도로가 없다. 환상형으로 도시가 설계돼 있고, 여기를 기준으로 BRT(간선급행버스) 노선이 있는 도로가 중앙버스차로 포함해 왕복 6차로에 불과하다. 자전거와 보행자 중심 도시를 구상한 탓에 애초부터 큰 도로를 계획에서 배제했다. 공무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앞으로 교통정체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세종시 내 신도시의 인구는 목표치의 절반도 차지 않았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2km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여 분에 달한다. 도로 설계가 대중교통 중심으로 짜인 탓에 인구가 더 늘고 교통량이 증가해도 해법이 없다는 의미다. 최 사무관은 “나도 자전거 출근을 선호하고 있지만 날씨 등 변수가 많다”며 “(대중교통과 자전거 중심의) 도시 설계 방향에 수긍은 가지만, 막상 살아보니 각종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비싼 물가도 불만의 대상이다. 비경제부처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청사 앞에 나가서 식사를 하려고 하면 김치찌개처럼 간단한 메뉴도 기본 8000원부터 시작한다”며 “3500원짜리 구내식당이 아무리 지겨워도 나가서 먹기 꺼려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지역 온라인 매체가 지난해 세종시 주민 609명을 대상으로 체감 물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34.6%가 ‘매우 비싸다’고 답했다. ‘비싸다’고 응답한 비율도 58.3%에 달했다. 세종시 거주 주민의 93%가 물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음식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무려 95.3%였다. 이 중에서도 ‘매우 비싸다(58.3%)’가 ‘비싸다(37%)’를 압도했다. 세종시 고물가 현상의 원인은 높은 임대료에 있다. LH가 상업시설을 최고가 입찰방식으로 공급했고, 이는 분양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높게 분양받은 낙찰자는 다시 상가를 분양·임대하는 과정에서 높은 매매가와 임대료를 적용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상인들도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세종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아무개씨(여·53)는 “아직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매출이 적은데도 임대료가 비싸다 보니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망하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진동 인근에서 일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시 첫 입주가 이뤄진 첫마을 아파트 인근의 상가들은 처음에 엄청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빈 상가가 많다”며 “아직 상권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상인들 손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청 관계자는 “도시가 형성되는 단계에서 과도기적으로 물가가 비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시에서 강제로 가격을 조정하라고 할 방법은 없다”며 “상점이 많아지고 업체 간 경쟁이 시작되면 물가가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28일 세종시 어진동 일대 음식점에 사람들과 주차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블랙홀 현상’에 뿔난 인근 도시

 최근 충청지역 주민들 사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다. 세종시가 인구를 다수 흡수하면서 인근 지역이 정체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2012년 7월부터 2015년까지 세종시 신도시로 유입된 인구를 분석한 결과, 충청권 출신이 59.1%에 달했다. 행정기관 이전 등으로 세종시로 유입된 수도권 출신은 31.4%에 불과했다.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충북 청주뿐 아니라 충남 공주와 천안, 대전 유성 등의 불만이 노골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지역은 지역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사사건건 충돌을 빚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 문제,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대표적이다. 신행정수도 개헌 문제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예산 문제 등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최근 대전 지역 택시들이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반대’ 스티커를 붙이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과거 행정수도 이전 당시 충청권이 공동 전선을 펼쳤던 것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해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역 현안을 마주할 때 인근 지역과 이해관계로 충돌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며 “공동 상생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시 블랙홀 현상에 대해서도 “신도시가 건설되면 주변 인구가 몰릴 수 있지만 도시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인근 도시로 성장 효과가 확산될 것”이라며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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