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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의회 “구의회 일정 ‘보이콧’ 논의할 것”
“왜 그런 자료를 요청했느냐” 따져 물은 동구청장 부인
지난 8월1일 오후 4시29분 인천 동구의회 지순자 의원(더불어민주당)의 휴대전화에 한 통의 부재중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이흥수 구청장의 부인인 조모씨였다. 지 의원은 9분 뒤인 오후 4시38분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조씨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 의원은 50분 뒤인 오후 5시28분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지 의원은 조씨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조씨의 부재중 전화가 오기 전인 1시간 가량 전에 동구청에 요청한 자료를 받았는데, 조씨는 “왜 그런 자료를 요청했느냐”며 항의했다는 것. 지 의원은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그와의 통화는 길어졌다. 지순자 의원은 구청 공무원들이 구청장 부인 조 씨에게 자료를 넘긴 사실을 보고한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지 의원은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자료 제출을 받은 지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에서 구청장 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면서 “공무원들이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청장이 전화를 걸어와 자료 요구 이유를 캐묻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민간인인 구청장 부인이 구민들의 정당한 투표를 통해 선출된 구의원에게 막말 섞인 항의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처사”라고 말했다.구청장 부인의 무리한 항의전화, ‘뜬소문’ 인정한 것?
지순자 의원이 동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는 ‘동구청 스틸랜드 시설공사 집행현황’ 자료다. 일반적인 예산서 성격을 띤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동구청장의 부인이 항의성 전화까지하며 반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코 1% 나눔재단은 지난 5월 유소년 복지시설인 ‘동구랑 스틸랜드’를 준공하고 인천 동구청에 기부했다. '동구랑 스틸랜드'는 인천 동구 화수동에 마련된 지상 2층 연면적 791㎡ 규모 어린이 실내놀이터다. 1층은 미니축구장, 인공암벽등반, 스마트짐보드, 정글짐 등 어린이 놀이시설로 조성됐으며 2층은 보호자 휴식공간인 맘카페와 생일파티룸으로 구성됐다. 앞서 포스코1%나눔재단은 2015년 인천 동구와 맞벌이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건립 협약을 맺었으며 지난해 공사를 시작했다. 동구청은 7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 건물 안의 시설공사를 진행했다. 동구는 화수동 영유아복지시설 디자인 및 인테리어 설계용역으로 2130만원을 사용했으며, 조성 공사(건축/기계)3억9453만원 등 총 7억8845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동구청과 의회를 중심으로 수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동구청이 시설공사를 진행하면서 업자와의 거래가 있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이었다. 구청과 구의회 일각에서는 구청장 부인의 항의성 전화는 ‘뜬소문’을 스스로 인정한 방증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동구의회 “구의회 일정 ‘보이콧’ 논의할 것”
동구의회 쪽도 이흥수 구청장 부인의 항의 전화를 의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향후 의정 활동을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구의회 이정옥 의장은 “현재 동구청은 의회직원을 의회 동의 없이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등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를 지속적으로 자행해 왔다”며 “아무런 권한이 없는 구청장 부인이 동료 의원에게 자료 요구를 왜 했냐는 취지의 황당한 전화까지 받았다. 의사 일정 보이콧 등 취할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순자 의원도 “의사일정 보이콧 등 동구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할 것이다. 또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에 이런 일을 알리고 당 차원에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흥수 동구청장은 아들 황제 취업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으며 주민들의 성향을 파악한 ‘동향보고’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한편 시사저널은 이흥수 구청장의 부인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는 않았다.